이기영(주필)
미국이라고 하면 곧바로 연상되는 「아메리칸 드림」이 이제는 물건너 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빈곤층 아이가 자라서 상위 5% 이내의 부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부유층의 아이가 상위 5% 이내
에 들 수 있는 가능성은 22%나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아직도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이 이제 더 이상 없다는
말이다.
사실 경제적 부를 포함하여 모든 면에서 사람의 신분 상승, 또는 그 반대인 하강현상이 급격하게 나타나는 것은 사회 변화가 심하게 이루어질 때이다. 미국는 지난 몇백년 동안 황무지에서 세계 초대국이 되었고 특히 19세기 100년간은 경제가 빅뱅을 방불케하는 팽창을 이룩했다. 그
러므로 유럽에서 1시간 일을 해서 1원을 벌었다면 미국에서는 몇 100원도 벌 수 있었으니 과연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었겠는가. 한국에서도 과거 강남이 개발될 때 땅값이 몇 백배, 몇 천배로 뛰는 바람에 농부가 졸부가 된 강남 드림이 있었다. 그런데 사회가 안정되어 급격한 변동이 사
라지면 갑자기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게 된다. 한국의 대재벌이 형성된 것도 경제개발시대의 산물인 것이다.
그렇게 볼 때 미국에서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진 것은 확실하다. 한인들의 이민초창기인 60년대와 70년대만 해도 참으로 어수룩한 시절이었다. 가발 패들러를 하다가 맨하탄에 도매상을 한 사람들이 몇 년만에 수 백만달러의 재산을 모았고 단돈 2,000달러를 빌
어 청과상을 연 사람도 몇 년만에 백만장자가되었던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 때 보다 렌트가 10배, 20배로 올랐고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이 말할 수 없이 박해졌다. 지금은 소매상을 해서 생계를 꾸릴 수는 있어도 과거처럼 몇 년만에 건물을 사는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새로 부자가 되는 것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여건이 나빠졌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영원히 가난하게만 살고 부자만 늘 부자로 살게 될까. 그렇지는 않다. 하버드대학을 중퇴하고 PC 개발에 뛰어들었던 더벅머리 청년 빌 게이츠는 1980년대에 PC 시대를 연 사람이다. 그는 창의와 노력으로 부를 이룩하여 1995년 세
계 제 1의 갑부가 되어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세계 제 1의 갑부가 되기 20년 전에 그런 꿈을 꿀 수나 있었겠는가.
지금 미국은 고유가와 고금리, 달러 약세 등 경제가 날로 악화되고 있고 무역적자, 재정적자로 심각한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그러나 미국 국경에는 새로운 삶을 찾아 미국으로 몰려드는 밀입국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이 왜 미국으로 올려고 할까. 미국이 아직도 살기좋은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미국은 아직도 기회의 땅인 것이다.
사실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자원이 풍부하고 구매력이 큰 시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도 많다. 경제활동에 따르는 정치적, 사회적 제약도 어느 나라보다 적기 때문에 기업활동을 자유스럽게 할 수 있다. 과거보다 수익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아직도 나은 편이다.
그러니 경제환경이 나빠졌다고 탓하고만 있을 일은 아니다. 아메리칸 드림이 더 이상 없다고 좌절해서는 안된다. 어려운 환경 때문에 실패를 했다고 포기해서도 안된다. 7전8기라는 말처럼 일곱번 쓰러져도 여덟번째 일어날 수 있으며 구사일생(九死一生)이란 말처럼 아홉번 죽을 고비
에서 한 번 살아날 수도 있다. 우리의 경제환경이 나빠졌다는 것은 우리의 성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창의와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아메리칸 드림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그 드림을 누구나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또 누구든지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요즘처럼 어려운 때일수록 모든 한인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겠다는 신념과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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