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인 미디어에서 계속 소개되는 동부 명문대학 입학에 관련된 안타까운 기사들을 통해, 한인 커뮤니티의 명문대학에 대한 유별난 집착을 접하게 된다. 일년내내 교육면에 소개되는 “나는 우리 자녀를 어떻게 명문대학, 아이비리그, UC버클리, UCLA 등등에 입학시켰는가”하는 부모들의 경험담과 교육부 기자들이 철저하게 연구 조사해서 실리는 관련정보들, 그리고 명문대학 입학을 보장하는 타운내의 수많은 SAT학원들의 광고는 명문대학에 대한 한인부모의 극성스러운 모습을 반영해 준다.
미 주류 미디어에서나 다른 타민족 커뮤니티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현상이다. 특히 한인 부모들의 자녀 교육문제에 대한 관심과 열성은 다른 타민족에 비해 월등하게 적극적이고 극성스러울 정도인데, 그 덕분에 자녀들이 부모들의 극성에 미국의 명문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마치 ‘가문의 영광’이 되어버린 문화가 형성된 지 오래되었다.
한인들의 유별난 명문대 진학 열기는 한국에서 크게 영향을 일으키는 ‘명문대 출신=출세’ ‘명문대 출신=우수한 결혼 조건’의 브랜딩, 즉 한인들이 유별나게 따지는 ‘명품 선호’ 현상인 것 같다. 단지 구별해야 하는 것은 한국의 정치, 경제의 중심인 서울에서 명문 대학 브랜딩이 넓고도 넓은 미 대륙에서는 그 효과에 변수가 많다는 점이다. 한인 부모들은 특히 하버드 등 아이비리그를 무척 선호하는데 만일 자녀들이 LA에서 직장을 잡고 살기를 원한다면 LA 전문직 동창생의 네트웍이 강한 지역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에서는 일단 대학 입학시험에 떨어지면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입학하지 못할 경우, 예를 들어 서울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는 점이 미국의 교육 시스템과는 다른 점이다. 한국의 입시제도와 비교해 볼 때 미국에서는 신입생으로 입학하지 못하더라도, 1~2년 후에 전학을 하여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더 많다.
경제적 이유로 명문 사립대에 입학 허가서를 받고도 못가는 경우에도 장학금과 연구원으로 학비를 면제받을 수 있는 기회를 대학원 과정에 다시 도전해 보는 방법도 있다. 미국에서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서 사회 경험을 쌓은 후에 더 좋은 직위와 월급을 받기 위해 대학원 진학생들이 늘어가고 있다. 어느 대학에서 학부 학위를 받았던 간에 전문 대학원과 석사 이상의 대학원 학위를 계속할 경우 마지막 최종학위를 받은 학교를 더욱 중요시한다. 마치 대학 입학 때 중·고교 초반에 아무리 성적이 좋았다 해도 11, 12학년 의 성적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같은 것이다.
미 주류사회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리더십 자질은 오히려 ‘인생 역전’의 기록에 더 가치를 주고, 대학원 입학 신청 때나 직업 신청을 할 때에 특별 점수를 더 주는 경우도 많다. 우리 부서에서도 얼마 전에 한 부에서 매니저를 뽑았는데, 굳이 학교를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버클리에서 박사를 받은 신청자를 제치고 옥스나드 근처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규모의 사립대학에서 석사를 받은 신청자가 뽑혔다.
제일 중요한 변수는 인터뷰를 월등하게 잘 한 것과, 미래의 지도자 역량, 어려운 조건에서 성취해낸 경력을 인정을 받았다. 그 매니저는 USC에 직장이 된 후 학비보조의 혜택을 받아 현재 USC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1년 끝낸 상태다. 학위과정을 마친 후에, USC 박사학위는 그 매니저의 최종 학력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한인들이 최고로 선호하는 ‘명품 대학 브랜드 하버드’ 입학 문제로 생기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불행은 긴 안목으로 볼 때는 큰 가치를 부여하기 힘든다고 본다. 얼마전 자녀 진학 문제로 너무 속이 상해 전화를 걸었다는 한인 학부모께서 자녀를 USC에 꼭 입학시키고 싶었는데 입학 허가를 받지 못해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1~2년후에 전학할 기회가 있으니 USC 전학담당 카운슬러와 계획을 세우라고 위로했다. 올해 가고 싶은 대학의 입학 허가를 받지 못했거나, 경제적 이유로 못 가는 고교 졸업생들은 앞으로 얼마든지 본인들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을 알고, 지금부터 다시 계획적 ‘인생 역전’을 도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케이 송 USC 부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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