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토맥 칼럼
▶ 이인자 <몽고메리 칼리지 교수>
폭력, 학대, 살인 등의 범죄사건이나 우울증, 도박, 약물남용 등의 병리적인 정신건강과 관련되는 기사들이 신문지상에서 빠지는 날이 없다. 긍정적이고 활력을 불어주는 기사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의 소식을 더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이 현실 상황이다.
가끔 학생들이나 청중들에게 “당신은 무엇을 위하여 사는가?” 라고 물어볼 때 준비된 대답을 하는 이는 1할이 안 된다. 목적지도 생각치 않고 무턱대고 차를 타고 달리는 격이다.
그 중 어떤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이나 가치관, 또는 신념을 토대로 하여 사업의 성공이라든가 정치적, 종교적인 목표달성, 학업의 성취, 자아실현 등을 말한다. 그러나 공통되는 점은 자신이 추구하는 그 목표가 달성되면 자동적으로 자신과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만족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은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얻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혹자는 행복이나 만족보다는 더 가치 있는 것이 있다고 말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보장된 안락한 삶이나 출세를 거부하고 정치적이나 종교적인 신념에 따라, 또는 의리와 충성을 위하여 고문이나 죽음을 택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현실적인 안녕과 출세를 위하여 자신의 신념을 굽혔더라면 과연 더 만족하고 행복했을까를 생각해볼 때, 비록 그 사람들의 선택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고통스러운 것으로 보일지라도 본인들에게는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권 안에서는 자신이 가장 만족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인간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서 산다는 것이 크게 틀리지는 않는 것이라 생각된다. 단지 무엇이 자신을 진실로 행복하고 만족하게 해줄 것이냐는 생각을 별로 해보지 않기 때문에 평생을 추구하여 자신이 원하던 이상을 이루었는데도 불구하고 행복하지도 만족하지도 못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행하고 후회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왜냐하면 자신이 원하던 성취의 결과가 자신이 은연중 생각했던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성취란 것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서로 나눌 수 있을 때 진정하게 빛을 발하는 것이지 진정으로 나눌 사람이 없거나 또는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그 업적을 누리면서도 고마워 하지도 인정하지도 않고 오히려 배척만 한다면 그 동안 이루어 놓은 모든 것들이 허무하게 느껴지고 적개심만 일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만족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일반적인 목표성취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중요한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라 볼 수 있겠다. 상담심리학자인 이형득은 인간관계를 있는 그대로의 진정한 자신들을 서로 나눌 수 있는 ‘만남의 관계’와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노출시키면 상대방에게 무시나 배척을 당하거나 이용당할까 두려워서 ‘~체’하는 가면을 쓰고 만나는 ‘스침의 관계’로 대별했다. 있는 그대로의 진정한 자기를 나눌 수 있는 대상을 가졌을 때 인간은 사랑이나 친근감, 또는 건전하고 안정된 성격이나 자기 존중감을 발달시킬 수 있지만 스침의 관계가 지속되면 비록 가족이라 할지라도 서로가 서로를 잘 알지 못하게 되며 소외감이나 불안감, 무능감, 적개심, 긴장감등을 경험하게 되며 서로의 관계에서 심한 욕구좌절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만남의 관계를 원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방법을 몰라서 당황해 하거나 망설이다 관계를 그르치는 경우도 있고 또 다른 사람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상대방에게 접근하여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만 그 방법이 비효과적이거나 역효과적이어서 상대방에게 오해를 사거나 싫증을 느끼게 함으로써 오히려 배척을 받게 되어 심한 욕구좌절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날 우리의 가정이나 사회에서 진정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지식이나 기술부족때문이 아니라 진정한 만남의 결여에서 오는 것이 더 많다. 효과적인 인간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기술이나 학문의 성취는 개인이나 가정 또는 국가의 행복추구를 위해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 파괴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목적의 성취를 위해서는 다양한 투자를 마다하지 않지만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인간관계의 발달에는 무심한 편이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 발달에 필요한 능력이나 기술은 타고 나거나 저절로 얻어지는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인간관계의 발달은 체계적이고 의도적인 학습과 지속적인 노력을 거쳐 이루어 지는 것이다. 다행히 현제는 정부나 사설기관, 각 대학과 대학원, 산업체에서도 인간관계의 발달의 중요성을 깨달아 정규과정으로 채택하고 있다. 우리 이민 사회에서도 그 간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성취들이 진정한 만남의 관계의 발달을 통하여 각박하고 삭막해지고 있는 현사회에 따뜻하고 안정된 가정과 사회를 이룩하는 초석이 되는데 이바지 되어지기를 바란다.
이인자 <몽고메리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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