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전국적으로 이민자 권익옹호를 위한 집회가 열렸다. 이와 함께 이들이 과연 미국 경제에 얼마나 기여를 하고 있느냐에 관한 논쟁도 뜨겁다.
약 1억3,500만명의 미 고용인구 중 불법이민자들이 얼마나 차지하는지 통계를 정확히 산정할 수는 없지만 일단 1,200만명 정도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 중 반만 고용 인구라 해도 전체 고용인구의 4%를 쉽게 넘고 전체 고용시장에 상당히 큰 비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불법이민을 척결해야한다는 이민개혁안 의지의 배경에는 바로 이 불법이민자들의 고용시장 진출에 따른 불만도 깔려있다. 고용인구의 4%이상이 불법이라는 약점을 안고 진출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단순노동 시장의 임금 수준을 낮추고 합법적 노동자들의 실업율을 올린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비해 이민자들의 미 고용시장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결과를 보면 이민자들 때문에 임금수준이 낮아지고 실업율이 올라간다는 주장은 그렇게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우선 이민자들은 현지 출생 노동력과 경쟁하기보다는 이민자들끼리 경쟁을 하고 있다. 영어 부족과 낮은 교육수준 및 현지 생활 적응력 부족 등의 이유로 해서 이민자들은 현지 출생 노동력과 경쟁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현지 출생 노동시장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더 나아가 현지 출생 노동자들은 주로 숙련직이나 전문직에 속하기 때문에 비숙련직에 집중되는 이민자의 저임금으로 인해 임금이 낮아진다는 주장도 근거가 약하다.
그런 반면에 이민자들은 높은 노동 의욕을 갖고 있다. 퓨 히스패닉 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미 현지 출생 남성 고용인구의 약 72%가 노동 시장에 참여하는데 비해 이민자의 참여비율은 81%로 월등히 높고 그 중 불법이민자는 94%까지 이른다고 나타나 있다.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의지가 높다는 해석이다.
이렇게 보면 이민자는 이민 정착을 위해 어떤 분야든 가리지않고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함으로써 현지 출생 노동력이 진출하지 않는 저임금 시장을 받쳐주는 주요 노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의지가 더 강한 불법이민자의 경우는 비인기 산업의 중심이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보모나 파출부 같은 집안 일의 고용에서는 21%, 식품 제조업에서는 14%, 농장과 가구 제조업은 각각 13%, 건설업에서는 12% 정도가 불법이민자라고 나타나 있다.
이런 시각에서 불법이민자의 미 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매우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비인기 산업에 저임금으로 참여함으로써 인건비의 압력을 줄여주고 있다. 만약 이러한 저임금의 노동력이 없다면 더 고급 노동력을 고용해야하므로 더 높은 인건비를 제시해야만 할 것이고 높아진 인건비가 원가를 상승시켜 물가상승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고임금에 의해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요즈음과 같은 국제화 시대에서는 바로 외국 수입의 경쟁에 직면케 되고 경쟁에 밀리게 되면 기업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게 돼 오히려 실업이 올라갈 수가 있다.
물론 불법이민자들에게 돌아가는 교육비나 의료비 등의 사회적 비용이 적지는 않지만 소위 기피산업에서 낮은 임금으로 경쟁력을 유지시켜주는 이익에 비하면 불법이민자들의 경제면에서의 기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최근의 이민개혁안 논쟁에서 불법이민자가 미 고용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법을 강화해야한다는 경제적인 타당성은 찾기 어렵다.
불법을 줄이고자하는 노력은 법의 권위와 국가 질서의 유지라는 공공정책적 차원에서 당연히 이루어져야한다. 그러나 경제라는 실리적 이유 때문에 불법을 다스리는 동기가 주어질 때는 사회의 선택의 문제로 바뀌게 된다.
이는 프리웨이에서 절대로 속도위반을 못하게 하기 위해 경찰력을 몇 배 늘려야하느냐 하는 문제와 비슷하다. 늘여야할 경찰력의 비용과 전반적으로 차량의 속도가 줄어 교통의 효율성이 줄어드는 비용을 법 집행의 이익과 비교할 때 교통법의 엄정한 집행이 좋은 선택이 아니기 때문에 대충 속도위반을 인정하는 것처럼 불법이민자의 문제도 경제적인 면으로만 계산하면 엄격한 집행이 그렇게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최운화
커먼웰스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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