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토맥 칼럼
▶ 김필규 <메릴랜드대 정치학과장>
일본 고이즈미 정권은 독도주변 수역의 해저탐사를 강행하고자 해상보안청 소속 2척의 측량선을 투입시켰다가 한국이 국제수로협회(IHO)에서 독도 해저지형 한국명 등록을 보류하는 조건으로 측량선을 다시 귀항시켰다는 소식을 접하고 착잡한 심정을 금치 못하였다. 이 사건은 향후 고이즈미의 독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외교에 높은 파고를 예견 할 수 있게 한다.
돌이켜보면 1895년 청일전쟁에 이어 1905년 노일전쟁에 승리한 일본은 기고만장하여 독도를 탈취, 시마네 현에 편입시킨 후 마침내 1910년 한국을 강제 합방하여 35년이란 긴 세월동안 압박과 탄압으로 한국민을 괴롭혔던 침략 국가이다. 1945년 미국에 무조건 항복하고 패전의 쓰디쓴 고배를 마시면서 전 국민이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비관주의(pessimism)가 만연했던 일본,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헌법 9조에 명기하여 전쟁을 거부해왔던 일본.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민에 끼친 피해와 잘못된 과거를 통념한다고 반성하는 듯 하던 우리의 이웃 일본이 아니던가? 이러한 일본을 우리는 나름대로 신뢰하려했으나 우리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야스쿠니 신사참배, 타케시마의 날 조례 책정, 독도교과서 왜곡, 독도주변 측량 등 계획된 고이즈미의 도발을 지켜보면서 아시아 이웃국가들을 무시하고 미국과의 외교만 중시하면 된다는 그의 오만에 분노마저 느낀다.
인류학자 Ruth Benedict 교수는 ‘국화와 검’(The Chrysan themum and the Sword)이란 저서에서 일본 국민성의 양면성을 지적한바있다. 남 앞에서 말할 때와 본심이 서로 다른 이른바 ‘타테마에’(建前)와 ‘혼네’ (本音)의 일본인 근성을 말함이다. 강한 자에게는 비굴할 정도로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무자비하게 강한 우월감과 열등감(superiority-inferiority complex)의 콤플렉스를 지닌 일본인임을 우리는 잘 알아야한다. 러시아와 분쟁중인 북방영토(Kuril Islands)와 중국과 분쟁중인 센카쿠 섬은 자기네 영토임에도 침묵을 지키면서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상 한국의 고유영토인 독도만을 들먹이는 고이즈미 일본정권의 오만한 외교는 바로 이 콤플렉스의 소치이다.
일본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자국영토라고 주장하는 타케시마는 사실이 아니다. 1905년 일본이 시네마 현에 편입한 독도는 국제법상 無主地(Terra Null ius)가 아니었으며 신라 지증왕(512)때 독도는 이미 우산국(지금의 울릉도)에 편입된 후 무인도에 합당한 영토취득의 조건인 발견과 실효점유(實效占有)를 충족시켰다. 일본은 한국이 1417년부터 1883년까지 시행했던 공도정책(空島政策)을 문제삼아 1905년 편입시 무주지라고 주장하지만 공도정책은 국가의 행정권이 미친다는 실효점유 즉 철수(Withdrawal)의 뜻이며 영토포기(abandonment)와는 다르다. 1945년 독립 이후 카이로, 포츠담 선언, 맥아더(Mac Arthur)선, 이승만 라인, SCAPIN (677, 1033)을 통해 독도는 우리영토로 확증되어왔다.
그러나 독도분쟁의 불씨는 1965년 한일협정 국교정상화 때 경제 원조에 눈이 어두운 군사정권의 미온적 태도와, 1999년 체결, 발효된 신 한일어업협정이었다. 독도와 울릉도 사이에 경계선을 그어 분리함으로 독도를 한일 공동관리 수역 내에 포함함으로써 영토주권의 배타성을 훼손하여 독도는 점차 분쟁지역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과거 위정자들이 정권유지에 급급한 나머지 일본의 공식적인 대외 의사표시를 ‘망언’으로 취급하고 항의보다는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독도를 분쟁화 하려는 일본에게 말려들지 않는다는 원칙아래 “조용한 외교가 상책이다”란 주장으로 국민을 현혹시켜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묵인(acquiescence)이란 법적효과만 초래하였다.
향후 독도문제는 영토수호 차원에서 강경히 대응해야한다. 이런 의미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취한 일본 측량선에 대한 단호한 조치는 적절하다고 본다. 한국은 도쿄 러일 정상회담(2005)에서 경제적 실리는 챙기면서도 북방영토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외교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독도와 울릉도 사이에 경계선을 그어 분리함으로써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초래한 신 한일어업협정을 조속히 폐기해야 하며 아울러 대미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UN 안보이사회에 진출하려는 일본의 야욕을 견제하는 중국과의 긴밀한 외교가 바람직하다.
김필규 <메릴랜드대 정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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