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섬 분쟁은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해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일간에는 독도 분쟁, 중일간에는 센카쿠 분쟁 및 남사군도 분쟁, 러일간에는 북방 4개 도서 분쟁 등 상호 영유권 주장으로 바다에서의 분쟁이 점점 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국가안보와 경제 번영이 해양 지배와 불가분의 연계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1994년 11월 발효된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른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과 세계 2차 대전으로 인한 섬들의 영유권 주장으로 더욱 복잡하다.
군사 전문가들의 판단에 의하면 국가보안상 1,000해리 이상의 거리에서 적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해상 안보를 보장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경제적 번영은 육지에서의 지하자원이 점점 고갈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해저에서 탐사 채굴하는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수산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바다를 차지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있다.
첫째, 독도를 둘러싼 최근 일본의 행위는 독도 영유권 문제를 동북아 지역 현안으로 부각시켜 한국의 실효적 지배를 흔들기 위한 것이다. 군사적으로는 한국의 대북 견제 능력을 남북으로 분산 약화시켜 북한군의 남침을 유도하여 그 혼란의 틈을 이용해서 독도를 강점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해서 전진방위를 하고 중국을 압박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남진을 저지하는데 절대 유리하다는 저의가 숨어 있는 것 같다.
둘째, 센카쿠 열도는 오키나와 서쪽 420km 대만에 근접한 지점에 위치한 5개의 무인도이다. 이 섬들은 어느 나라의 지배 흔적이 없어 1895년 오키나와를 포함한 남서제도의 일부로 일본 영토로 편입할 것이라고 일본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 섬을 댜오위타오(한국어로 조어도)라 지칭하고 중국의 고유 영토라며 ‘류큐’ 토후국이 존재할 때 사신왕래가 있었으나 청일전쟁 때 일본이 그들의 것으로 편입시켰다는 주장이다.
중일간에 영토 문제가 표면화된 것은 1960년대 말부터이다. 센카쿠 섬 일대 대륙붕에 석유자원이 다량 매장되어 있다는 탐사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중국과 대만이 일본에 대해서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1996년 중국 석유 시추선이 섬 근해에서 탐사작업을 하고 중국 어민들이 국기를 게양, 양국간에 심각한 대립이 일어났었다. 1997년 9월 중일 어업협정 체결로 일단 조용해졌다.
그러나 2000년 6월 중국의 해양조사선이 탐사활동을 하자 일본 해군 호위함이 출동하고 중국군 전투기가 출격하는 위기촉발의 상황까지 갔었지만 그해 8월 중일 북경회담에서 군 출동을 상호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남사군도는 대만 남단과 필리핀 북단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일본이 중동으로부터의 원유공급 주 항로로 사용하고 있는 남지나해상의 중간 귀착지가 바로 남사군도이다. 만일 중국이 주권 회복의 명분을 내세워 이 섬들을 강점할 경우 일본의 경제가 망하기 때문에 대단히 민감한 섬들이다.
셋째, 일본 북방 4개 도서는 일본 영토였으나 소련은 2차 대전 참전 대가로 연합국에 의해 영유권을 보장받아 무력으로 점령하고 종전 후 헌법에 자국의 영토임을 명시하였다. 1956년 일 소 공동선언으로 국교수립 후 평화조약 체결에서 북방 4개 도서 중 하보마이, 시코탄 2개 섬을 일본측에 양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1960년 미일 안보조약이 체결되자 소련은 주일 미군철수와 미일 동맹파기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며 이를 취소해 버렸다.
그후 우여곡절 끝에 2000년 9월 도쿄회담에서 일본의 경협 이행에 따라 2개 섬씩 단계적으로 양도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경제 부흥을 위해 ‘선경협 후 영토반환협상’이라는 대일 정책의 기조에 의한 것이다.
지난 2000년 군사 잠재력이 엄청난 일본이지만 고이즈미 총리가 국회에서 강조하기를 “유사시 일본을 지켜줄 나라는 미국뿐이며 국익을 위해 대미 지지를 천명하다”고 대 국민 설득에 나섰던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아무튼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깝다”라는 말처럼 영유권을 아무리 역사적, 해양법적으로 주장해도 강력한 해군력의 뒷받침 없이는 어렵다. 스스로의 힘으로 불가능하면 막강한 미국의 힘을 빌려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박종식
예비역 육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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