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정신 부자유’대비 본인의사 사전에 명시 가능
지난해 미국을 시끄럽게 했던 마리아 슈라이버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한 여인을 둘러싸고 그녀의 남편과 친족 사이에서 그녀의 죽음에 대해 누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법정 논쟁으로 번졌다. 그래서 유산 상속 계획을 할 때 Advance Health Care Directives(건강 및 의료와 관련한 결정을 다루는 문서·AHCD)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가르쳐 준 것 같다.
보통 유산 상속시에 리빙 트러스트(Living Trust) 유언장을 쓰면서 단순히 재산권에 대한 서류만 아니라 이렇게 AHCD와 같은 문서류를 함께 작성한다. 보통 경우에는 이러한 서류가 쓸모가 없고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소홀히 다루기도 한다.
슈라이버 사건과 같이 가족간에 아직 사망하지 않은 식구를 놓고 의견이 서로 엇갈릴 때, 이러한 서류에 당사자의 원하는 바가 정확히 적혀져 있는 경우 법정 소송을 막게 된다.
전통적인 가족 형태에서 남녀간의 결혼 형태가 아닌, 서로 결혼을 하지 않은 채 동거하며 가족을 만들거나 동성끼리 함께 가족을 이루는 경우 때문에 특히 이 분야의 법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예를 들어, 결혼은 안한채 동거를 하면서 자녀를 만든 가족의 경우에는 법적인 부부로서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의사 결정권이 법적인 직계 가족으로 넘어가게 된다.
또한 동성간 결혼이나 동거의 경우 에이즈(AIDS)나 각종 의료 정보가 타인에게 노출되는 것이 개인에게는 치명적인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2000년초에는 히파(HIPPA)법이 통과돼 이 분야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히파법은 사법(privacy law)으로, 의사들이나 병원이 히파법에 준거한 서류에 지정된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환자의 신상 내용 등을 아무에게나 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시에는 많은 벌금과 징계 처분이 있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았던 법이다.
이런 이유로 히파법이 통과되면서 유산 상속 관련 분야에서도 히파 폼이라는 것이 생기고, 그 전에 있었던 상속 서류들에 이 히파 폼을 첨부해야 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AHCD의 경우에 자신이 건강과 의료 치료에 대한 의사 결정을 못하게 되면 자신을 대신할 대리인을 결정하고 위임하게 된다. 그 외에도 많은 유용한 부분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choice not to prolong life or choice to prolong life라는 조항이 대개의 AHCD에 있다. 이것은 흔히 pull-the-plug 조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조항에서는 만일 당사자가 식물인간이 되어 의료기구의 도움이 없이는 생명의 연장이 불가능하고, 의료기구의 도움이 있어도 거의 죽은 상태와 같은 상황이 되면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본인의 뜻인지 혹은 생명을 끊는 것이 본인의 뜻인지를 명시하는 조항이다. 이러한 상황이 되기까진 물론 의사가 전문적 판단으로 죽은 것과 다름이 없다는 판정을 해야 한다.
둘째, 장기 기부를 명시하는 사람이 있다. 이때는 어떠한 장기를 어떤 목적으로 기부하기를 원하는지 명시할 수 있다.
셋째, 사망 후에 자신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하기를 원하는지에 대해 명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떤 경우 화장이나 매장이 아니라 특별한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자신의 시신을 예루살렘 성지에 묻어달라고 하기도 한다. 이 경우 고객의 요청을 문서화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시신을 운반하기 위해 그리고 예루살렘에 묘지를 사기 위해서는 경비가 든다. 살아있는 가족들이 경비 때문에 이런 문서가 없이는 고객의 요청을 듣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AHCD의 경우는 고객의 사망시 뿐만 아니라 신체·정신 부자유 상태(incapacity)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문서로 볼 수 있다. (213)955-9500
박 영 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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