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카고의 스쿨 오브 아트 인스티튜트에 진학한 재스퍼 황씨는 고교시절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아 한참 방황한 적이 있었다. 어렸을 때 가지고 놀 장난감이 없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재스퍼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연필을 집어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미술 외 다른 데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고등학교 GPA는 2.7밖에 되지 않고 과외활동도 별로 없어 부모도 커뮤니티 칼리지 정도에 가겠구나 생각했는데 11학년 봄 학기가 되어서야 미술대학에 대해 배우게 됐다. 미술 클래스 교사를 통해 알게 되면서 마침내 진로가 분명해진 것이다. 재스퍼는 뒤늦게 준비를 시작했지만 US뉴스 월드 리포트지가 미술대학원 공동 1위로 선정한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를 비롯해 패사디나의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아트센터), 오티스 칼리지 오브 아트 디자인 등 명문 미술대학에 모조리 합격됐다. 학교 성적이 충분하지 않으나 포트폴리오가 우수하기 때문에 합격시켰다는 것이 대학측의 설명이었다. 교육 관계자들에 따르면, 많은 한인 학부모들은 자녀가 미술을 잘하고 공부를 힘들어하는 경우에도 무조건 일반 대학에 보내려는 경향이 없지 않다. 미술대학 준비 학교인 몬테시토 파인아츠 스쿨의 포트폴리오 디렉터 커스티 로세이지와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 오브 아츠(칼아츠)의 캐롤 김 입학담당 학장, UC어바인의 스튜디오 아츠 학과장 민영순 교수, 칼스테이트 노스리지(CSUN)의 미술학과장인 데이빗 문 교수, 패사디나 아트센터의 킷 배런 입학담당 부학장 등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술대학에 대해 알아본다.
GPA - SAT 시험성적보다
‘포트 폴리오’ 더 중요시
예술 전공 커리큘럼 등
전문·종합대따라 다양
■미술대학과 종합대학
우선 아트센터와 같은 미술 전문대학으로 진학할지, 아니면 예일대학이나 UCLA와 같은 일반 종합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미술대학과 종합대학은 입학사정에서부터 대학 분위기, 커리큘럼은 물론 수여하는 학위까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입학사정
약 3년 전 패사디나 아트센터의 입학 부국장을 역임하고 현재 몬테시토 파인아츠 스쿨에서 포트폴리오 카운슬링을 담당하는 커스티 로세이지에 따르면, 종합대학은 대체로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구별하지 않고 다른 일반 학생들과 같은 과정으로 합격시키므로 학교성적(GPA)과 SAT 시험 성적이 포트폴리오보다 훨씬 중요한 편이다.
반면 미술대학은 입학사정에서 무엇보다도 포트폴리오를 가장 중요시 여긴다는데 공통점이 있다. 미술대학들도 대체로 3.0 이상의 GPA 정도를 요구하지만 포트폴리오가 매우 뛰어나면 미달하는 학생들도 합격되는 경우가 있다.
입학사정은 미술대학 가운데도 큰 차이가 있는데 아트센터는 창의력과 함께 테크닉을 중시 여기는 편이라면 칼아츠는 포트폴리오를 검토할 때 기술보다 창의력과 잠재력을 본다고 캐롤 김 입학담당 학장은 말했다. 칼아츠는 포트폴리오에 이어 예술을 공부하기 원하는 이유 등을 설명한 개인성명서가 중요하고 다음에 학교성적, 추천서 순으로 검토하며 SAT 시험성적은 전혀 보지 않는다.
한편 아트센터는 포트폴리오 다음으로 학교성적을 중시하며 에세이, SAT 성적 등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커리큘럼
캐롤 김씨는 또 대학 사이즈와 학업 분위기를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는다.
미술대학은 학생 수가 대체로 종합대학에 비해 훨씬 적고 교수 대 학생 비율이 낮으며 같은 예술 전공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전공 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
칼아츠의 경우, 학생들이 이수해야 하는 커리큘럼의 60%가 예술 전공분야에 관련된 것이고 일반 교양·학문이 나머지 40%를 차지한다. 그래도 비교적 교양과목이 많은 편으로 다른 미술대학은 예술 전공의 비중이 70∼80%에 이르기도 한다.
반면 종합대학은 예술 전공의 경우에도 예술 클래스가 전체 커리큘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적은 편이다. 또 종합대학에서는 주로 예술 전공자에게도 일반 학사학위인 BA(Bachelor of Arts)를 주는데 미술대학은 예술학위를 가리키는 BFA(Bachelor of Fine Arts)를 수여하는 경우가 많다.
로세이지는 따라서 아트센터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40개의 디자인 클래스를 이수한다면 UCLA에서 같은 전공을 한 학생은 예를 들자면 12개 클래스만 이수하게 되는데 그러므로 취직 때 미술대학 출신이 더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술대학이 비판적 사고력이나 표현력을 키우는데 종합대학보다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민영순 UC어바인 교수는 미술대학에서 더 집중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으나 오늘날에는 많은 예술분야가 대학원 학위(MFA)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학 과정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3면에 계속·우정아 기자>
<1면서 계속>
그는 예술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지적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종합대학에서 이에 필요한 폭넓은 인문교육을 다양한 학문에 걸쳐 제공한다고 말했다.
데이빗 문 CSUN 교수도 디자인, 광고 등 응용미술은 대체로 미술대학이 더 뛰어나지만 칼스테이트 학비가 3,000달러, UC 학비가 6,000달러인데 비해 사립 미술대학 학비는 3만달러에 달한다며 교육의 금전적 가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그래픽 디자인은 칼스테이트 롱비치도 뛰어나다면서 재정적 능력이 있다면 사립 미술대학에 가는 것이 좋지만 융자를 내면서까지 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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