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씨가 소위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국무총리로 취임했다. 한국 역사상 신라시절 성덕여왕과 진덕여왕이 있었기는 하지만 여자로서 제2인자가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리고 말이 만인지상이지 4,000만 인구 중 정치서열 둘째 자리니까 그 자신의 개인적 영예와 소위 가문의 영광이 인구에 회자되기도 한다.
남성지배의 인류 역사 가운데 여인천하의 예외적 현상은 결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3,000여 년 전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의 지혜를 듣고 배우기 위해 예루살렘을 찾아온 스바(에티오피아) 여왕이 있었다. 애급의 클레오파트라도 프텔로미 왕조를 보존하기 위해 시저와의 정략 결혼, 그리고 마크 안토니와의 관계 등 남자 못지 않게 정략을 구사했지만 안토니가 옥타비아누스에게 패전하는 바람에 독사에 물려 자살하는 길을 택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어느 나라든지 여왕의 간헐적 출현은 왕조의 아들 계승자가 없는 경우에만 있던 예외규정의 성격을 띄고 있다. 정치적 실권이 의회 집권당 소속의 총리에게로 넘어온 영국에서 첫 여성총리는 1979년에 가서야 탄생되어 마가렛 대처 여사가 11년간 집권하면서 영국 경제를 살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것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물론 영연방에 속한 아시아 세 나라들보다도 늦은 시점이었다. 세일론, 즉 현 스리랑카에서는 반다라나이크 여사가 남편에 뒤이어 수상 노릇을 했고, 인도에서는 네루 첫 수상의 딸 인디라 간디가 몇 대 후 수상이 되었다가 암살을 당했다. 파키스탄에서도 알리 부토 전 수상의 딸이 수상 노릇을 하다가 군사 쿠데타에 의해 밀려났다.
적어도 사진으로 보는 한 총리의 인상은 이해찬 씨에 비해 몇 배 돋보인다. 이 씨의 눈에 독기가 서린 듯 한데다가 야당과 우파 신문들에 대한 안하무인격 독설이 흔했던 것을 생각하면 한 총리의 온화해보이는 표정과 어투는 물론이고 남편 박성준 교수의 반정부활동으로 인한 13년간의 옥바라지와 자기 자신이 1979년 북괴찬양 서적을 학습하고 배포한 죄목으로 체포되어 중앙정보부에서 심한 고문을 당하고 2년 동안 옥고를 치른 경험에도 불구하고 인준 청문회 때 “한이 맺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질곡이 많은 우리 현대사 속에서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상처와 아픔을 겪었다”라고 답하면서 “저는 한이 맺히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대인의 금도를 보여 이 씨와 큰 대조를 이루었다.
또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이해찬 씨가 골프광이 되다시피 변신되어 나라가 홍수나 철도파업 등으로 어수선할 때도 골프를 즐겼다는 것은 널리 보도된 바 있다. 이 씨가 사표를 낼 수밖에 없던 최근 골프회동은 특히 부산 모 제분회사의 류 모 회장과 자기의 전 비서실장이자 교육부 차관으로 갔던 인물 등이 참가했던 것인데 류 씨는 정부 당국의 조사대상이었던데 더해 류 씨의 회사에 교원공제조합이 주식투자를 했었다는 의혹마저 불거진 것을 보아 ‘골프게이트’로 확대될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사표로써 일단락 된 것 같다.
한 총리가 집안살림에 있어서 지출이 수입보다 많을 수 없다는 원칙을 나라살림에 적용할 수만 있다면 한국경제는 좋아지겠지만 제2인자로서의 제약 때문에 그리 기대할 수는 없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 주변의 씀씀이가 전직 대통령들에 비해 헤프다는 지적이 있다. 우선 수많은 위원회를 청와대에 두어 옥상옥 식으로 과대한 비용지출이 있다. 노 대통령 집권의 공신들이랄 수 있는 주변 인사들만 아니라 심지어는 그의 고등학교 동창생들도 공공기관의 이사장 및 감사 자리들로 낙하산 임명되는 위인설관 현상도 비일비재이기 때문에 나라 빚은 점점 부풀려져 자손들의 짐으로 남게된다. 게다가 현대 비자금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재벌들이 부실기업을 구조조정 한답시고 산업은행 간부들이나 회계법인에 뇌물을 바치고는 공적자금을 이용하여 매각했던 업체를 헐값에 다시 사들여 회장 가족 지배의 영속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낭비되는 공적 자금의 유실도 모두 국민의 빚이다.
한 총리의 선정 노력이 남자들 잘못으로 굳혀진 한국 정치현상의 장벽에 부딪혀 결실을 못 볼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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