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 12명, 자가 공동마을 ‘글래시어 서클’건설
돈 모아 토지 공동구매, 건축가 고용, 조닝변경 로비도
개별 타운홈 가운데 마당에‘공동의 집’지어 식사도 함께
얘기 들어주는 시간 매주 갖고, 꿈 얘기도 서로 나눠
그 들은혁명가는 아니지만 혁명가처럼 파격적인 것처럼 보이는 일을 한다. 이들의 나이는 평균 80. 캘리포니아 데이비스에 12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지팡이 또는 보행보조기를 들고나섰다. 질병에 관한 안내책자도 지참했다. 시니어들을 위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마련되는 자가 마을건설(self-planned housing development)을 시작했다. 스스로 구상하고 설계하고 도랑까지 스스로 디자인했다. 이 곳은 글래시어 서클(Glacier Circle)로 불린다. 뉴욕타임스가 이를 소개했다.
주민들은 지난 5년 간 땅을 구입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공동으로 건축가를 고용했다. 보험도 공동으로 들었다. 조닝변경 로비로 공동으로 했다. 페기 노덥-도슨(79)은 가정치료사였다. 지금은 은퇴했고 개인적으로 법적으로 장님이다. 누구의 도움 없이는 살기 어렵다. 페기에게 글래시어 서클은 적합한 주거지역이다. 서로 돕고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그룹은 커플 네 쌍 8명, 미망인 2명, 싱글 2명 등 12명이다. 이들은 8개의 개인 타운홈에 살고 있다. 타운홈 가운데 정원이 있다. ‘공동의 집’은 지금 건설 중이다. 여기에는 거실, 대형 부엌, 공동식당이 마련된다. 모두들 조금씩 음식을 준비해 한 자리에 모여 나눠먹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 주택 2층은 스튜디오로 꾸며 렌트를 놓을 계획이다. 대상은 노인들을 돌볼 수 있는 노련한 간호사다. 그 대신 렌트는 시장 가격보다 싸게 할 작정이다.
존 융거맨(84)은 은퇴한 물리학자다. 그룹의 박사학위 소지자 가운데 한명이다. “그저 막연하게 이웃을 사귈 수 있다는 것보다 이렇게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글래시어 서클과 같은 은퇴자 자립 공동커뮤니티가 여기저기에 들어설 전망이다. 뉴멕시코 샌타페에서 플로리다 세인트 피터스버그에 이르기까지 10여 곳이 유력지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개념은 1960년대 말 덴마크에서 처음 실현됐다. 공동으로 건설해 집을 하나씩 구입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동 주택이나 공동사용 시설을 만들어 크게 보면 한 가족처럼 지내는 것이다.
수많은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를 앞두고 있다. 건설사들은 벌써부터 이들을 겨냥한 공동마을 건설 프로젝트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동의 문화적 배경을 십분 살려 서로 편안한 노후를 즐길 수 있게 한다는 데 건설사에겐 상업적 의미가 있다는 계산이다. 1960년대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당시의 문화를 되살려 놓음으로써 ‘한창 때’의 향수에 자연스럽게 젖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기숙사에 나름의 문화가 형성되는 것처럼 말이다.
리치 모리슨(79)은 콜로라도강에서 수영을 하는 게 취미였는데 글래시어 서클에서 사는 재미를 붙여 수영을 그만 두었다. 보통 수영이 아니라 물살이 빠른 곳에서 수영을 즐길 정도로 ‘매니어’였다. 수영 실력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그가 취미를 포기했다면 공동마을에서의 즐거움이 얼마나 큰가를 알 수 있다. 모리슨은 한 번 상처하고 두 번 이혼한 아픔을 가슴에 담고 있지만 공동마을에서 밝은 새 삶을 살고 있다.
로이스 그라우(87)는 3년 전 남편이 세상을 먼저 떠나는 바람에 허전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공동마을 주민들은 매주 한 번씩 서로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시간을 마련했다. 책을 읽고 ‘마음의 양식’을 나눈다. 이들은 또 자신이 꾼 꿈에 대해 토의하는 소위 ‘드림 그룹’을 만들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글래시어 서클 12명은 모두들 전문직 종사자였다. 어느 정도 재산도 있다. 공동마을 건설비용이 320만달러였다. 8가구이니 집 한 채에 약 40만달러가 소요된 셈이다. 매달 공동관리비가 350달러. 집은 개별 소유지만 공동구역은 공동부담으로 한다.
스탠 도슨(75)은 하버드 대학에서 공중보건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대기오염관리국장을 지냈다. 도슨은 “나의 아버지는 골프로 은퇴생활을 가득 채웠다. 나는 그런 생활이 멋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나이에도 새로운 일을 모색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공동마을에서 이웃과 친근하게 지내며 끈끈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새롭고, 값진 시간이라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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