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네스코·아스파라거스 등
햇살 담은 ‘자연의 선물’
값도 싸고 입맛 돋우는데 최고
제철과일, 제철야채! 1960년대 식의 발언이 되어버렸다.
언제든 원하는 야채나 과일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된 이상 5월이 될 때까지 붉은 딸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고 겨울철에 밭에서 막 캔 듯한 고구마를 기다릴 필요도 없어졌다. 과연 지금 시대에 맞는 제철음식이라는 말의 정의는 무엇일까.
모든 음식이 시즌이 없어졌다면 과연 모든 과일과 야채가 항상 싱싱하다는 의미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아무리 제철 과일, 야채의 의미가 퇴색되어졌다고는 하나 그래도 그나마 우리의 생활방식에 맞게 그리고 지혜롭게 제철음식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조사해 보았다. 특히 캘리포니아 같은 곳에서는 사철의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싱싱하고 다양한 무려 1,200가지가 넘는 야채와 과일을 구경 내지는 맛볼 수가 있다.
“제철음식을 해먹다”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쓴다면 “최고의 수확기에 나온 가장 잘 익은 수확품들을 신선한 때에 먹는다”라고 정의하면 되겠다.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근처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에 자주 가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 해서 제철에 나온 수확품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뒤적일 필요도 없이 한눈에 신선함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이렇게 많이 나온 제철 수확품들의 신선도는 자연이 주는 해시계와 온도에 의존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자연 그 생태의 영양가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근처 농장에서 자라난 오개닉 야채들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고 우리아이들에게 좀더 안심하고 먹일 수 있다.
오랜 시간 배나 비행기를 힘들게 타고 여행 온 야채나 과일들보다 근처 농장에서 금방 수확된 이들 자연산들은 가격이 그만큼 저렴하기도 하다. 하루 전에 수확된 브라컬리가 있는데 굳이 며칠이나 걸려서 바다 건너온 야채를 먹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미국 딸기는 억세고 크기만 해서 입에서 살살 녹는 한국 딸기를 항상 그리워하곤 했는데 근처 농장에서 그 날 새벽에 따서 나온 딸기는 그리워하던 한국 딸기의 맛을 무색케 할만큼 부드럽고 달콤하기까지 해서 놀란 적이 있다. 며칠이 지나도 마켓에서 튼튼히 버티려면 얼마나 많은 화학약품이 사용될까?
그나마 마켓에서 가장 신선한 과일 야채를 선택하려면(수확 후 몇 주가 지나서 맛이 나기 시작하는 바나나 또는 몇몇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켓에 가장 많이 진열된, 그리고 가격이 가장 저렴한 야채나 과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오늘은 무엇을 저녁 밥상에 올릴까 고민하지 말고 파머스 마켓에 한번 장바구니를 들고 나가보자. 굵기 별로 다양한 아스파라거스가 몇 개월 전만 해도 파운드당 5.99달러나 하더니 지금은 한 단에 2달러라고 한다. 아스파라거스만큼 섬유질의 보고이면서 남성 전립선에 좋은 야채가 또 있을까? 지지고 굽는 것 잠깐 멈추고 끓는 물에 살짝 데친 연필 굵기의 아스파라거스를 고추장에 찍어서 남편에게 하나 건네 보자.
또한 이것이 야채일까 과일일까 장난감일까, 너무나 신기한 ‘로마네스코’(romanesco)라는 브라컬리 비슷한 야채는 엄지손톱 만하게 잘라서 데쳐낸 후 아이들이 좋아하는 페네 파스타에 슬쩍 버무려 넣어주자. 이렇게 예쁜 음식을 안 먹고 편식할 아이는 없을 것이다.
색깔별로 다양한 손가락 크기의 오개닉 당근들(붉은색, 노란색, 주황색). 부활절 계란 옆에 꽂아놓아 보자. 이보다 더 좋은 자연스런 데코레이션이 또 있을까 싶다.
그리고 낑강(cumquat) 또한 한창이다. 잘 씻어서 봄이 지나기 전에 소주와 설탕을 넣고 낑강주를 담아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이런 낑깡이야말로 한 몇 주 후에는 모습을 감추는 제철과일이다.
그리고 블러드 오렌지가 한참인 지금 이 즙으로 샐러드 드레싱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무리 제철과일, 야채가 사라졌다는 지금 구시대적이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조금만 부지런하게 눈을 놀린다면 최고의 자연의 혜택을 우리의 가족들에게 저렴하게 누리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로마네스코 브라컬리.
빨간 무(왼쪽)와 꽃 달린 호박.
낑강(cumquet).
스프링 어니언(spring onions).
아스파라거스.
<글·사진 정은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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