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감정의 건강한 표출
쌓아두면 통제 불가능 상태로 악화
부부간 갈등도 당연한 생활의 일부
대화통해 해소땐 삶의 힘으로 작용
잔인한 4월이라 했던가. 한인들의 정신 건강이 심각한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사업실패에 경제적 어려움, 가정불화는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가 아닌 자녀살해, 자살로까지 치달은 비극을 연출했으며 한달새 잇달아 4건이나 발생한 가족 참극은 한인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일련의 사건들은 순간적으로 분노 조절 능력이 없어진 것이 도화선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인사회 40~50대 한인 남성 가장의 우울증, 이민사회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을 다각도로 진단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부부는 과연 건강한가’가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전문가들은 부부간의 ‘분노 조절’(Anger Management)은 올바른 대화법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화(Anger)란 무엇인가
사람에게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있다. 화는 불쾌감이나 분노, 적개심 등의 감정표현이다. 슬픔, 좌절, 실망감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신체적으로는 근육에 긴장감이 생기고 갑작스레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혈압이 오르고 긴장하고 흥분하면 생기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물론 화도 일종의 건강한 감정표현이다. 분노를 표출했다고 해서 건강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오렌지의 ‘아메리칸 패밀리 리빙’과 놀웍의 ‘CMF 선교원’(Christian Marriage & Family Ministries)에서 상담하고 있는 조슈아 박 임상심리학 박사는 “한인들은 감정 표현하는 데 참 서툴다”며 “미국인들은 다양한 언어표현으로 감정을 풍부하게 표출하지만 한인들은 무조건 ‘화가 난다’고 표현하며 건강하게 화를 낼 줄 모른다”고 지적했다.
화는 숨어있는 진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가령 ‘창피해서 화가 난다’‘무서워서 화가 난다’‘우울해서 화가 난다’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박 박사는 “화를 빙산의 한 조각이라고 한다면 그 내면에는 여러 이슈가 해소되지 않고 지병처럼 쌓여 있다가 ‘화’라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가 나타나는 것은 쌓인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했기 때문으로도 풀이된다. 더구나 한인남성들은 스트레스로 짜증이 나더라도 되도록 아내나 자녀에게 이를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윌튼 클리닉의 장수경 임상심리학 박사는 “어릴 때는 무릎이 깨졌을 때 어디가 아프다는 표현을 즉각적으로 하지만 좀 자라면 심리적으로 성숙돼 감정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며 악화될 때까지도 잘 깨닫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 박사는 “감정표현을 하는데 서툴고 문제를 흑백구조로 보기 때문에 감정을 구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무엇이 원인일까?
‘화’의 뿌리는 여러 가지 원인이 돼 나타날 수 있다. 시기, 질투,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직장에서 의견 차이가 났을 때, 간단하게는 도로에서 트래픽으로 꼼짝달싹 못할 때, 재정적인 큰 문제가 닥쳤거나 타인과 비교해서 오는 상대적 허탈감, 가정 내에서의 대화 단절,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대한 분노 등이 한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언가 일을 열심히 하거나 남에게 사랑 받고 있다는 것 중 하나라도 충족이 되면 우울증, 스트레스, 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이중 한가지가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정신 건강에 흠집이 나타날 수 있다.
‘한인가정상담소‘의 피터 장 소장은 “관계에서 오는 문제들이 쌓이고 스트레스가 극도로 많아지면 화를 조절할 수 없게 되며 자녀나 배우자에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여천기 정신과 전문의는 “사람마다 화는 다 있다고 봐야 한다”며 “자랄 때 스트레스를 받았다든지, 부모의 화내는 대상이 됐다든지 등 부모와의 관계, 자라는 환경에 화의 근원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부간 분노 대화로 풀어야
전문가들은 30년 이상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부부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한다.
피터 장 소장은 “부부간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인정하는 것이 첫걸음”이라며 “부부간의 갈등 핵심에는 대화가 없고 대화가 부족할 뿐 아니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 지 잘 모르는 것도 문제”라 지적했다. 또한 “이민사회에서 오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나 경제적 문제, 실직, 사업 실패, 제기가 힘들고 부부간의 관계마저 좋지 않다면 축적된 것이 겹쳐 ‘욱’하고 위험수위가 높아질 수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한인들은 상담을 받으러 가거나 혹은 배우자에게 상담을 권유하면 ‘미쳤어?’ 또는 ‘뭔가 이상한 거 아니야?’ 하기 쉽다.
조슈아 박 박사는 “화도 일종의 ‘콜레스테롤’이다.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이 막히면 고혈압이나 심장마비 등이 나타나듯 화를 긍정적인 방법으로 표현하지 못하면 나중에 정말 ‘화’를 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부부간에도 긍정적인 대화법을 배우고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며 건강한 부부생활에 대해 배우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남편의 단점을 장점으로 보는 것을 연습을 해야 한다. 남편이 만약 ‘난 이래서 안돼’라며 좌절할 때는 옆에서 ‘거봐, 당신은 안돼’ 또는 ‘당신이 하는 게 다 뭐 그렇지’라 부정적으로 맞장구 쳐주기보다는 좌절에 빠진 남편에게 한마디 긍정적인 말을 해주며 힘을 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분노 조절 클래스란
분노 조절 클래스(Anger Management Class)는 쉽게 말하면 건강하게 화를 표현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화는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표현하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화에 대한 것뿐 아니라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해소법, 건강한 커뮤니케이션 방법, 화가 날 때는 어떻게 푸는가 등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참석할 수 있는 클래스는 아니다. 가정 폭력 가해자인 경우 판사의 판단에 따라 10주에서 52주까지 받게 된다. LA의 경우 ‘한인가정상담소’에서 LA 프로베이션 오피스에서 허가 받은 프로그램이 운동되고 있다. 또한 알코올 중독자 가족 모임인 AA나 AL-ANON 모임을 통해서도 상담이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화를 잘 다스리려면
-화가 난다고 바로 폭발하지 않는다. 화가 나면 잠시 휴식시간(time out)을 갖는다. 어떤 행동을 취하기 전에 숫자 10까지 천천히 세어본다.
-화를 다스릴 수 있도록 걷거나 뛰거나 수영을 하는 등 활동을 해본다.
-감정을 다스릴 수 있도록 심호흡을 연습해 본다. 또한 ‘침착해’ 같은 말을 자신에게 해본다.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명상을 취해보는 것도 한 방법.
-건강한 신앙생활을 해본다.
-화를 쌓아두지 말고 친구나 가족에게 적절히 표현한다.
-분노가 담긴 말을 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 본다.
-불만이나 악의적인 감정을 쌓아두지 않는다. 타인을 용서한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생각을 생활화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는다
-배우자, 자녀와 대화를 많이 한다. 가정을 스트레스가 쌓이는 곳이 아닌 스트레스를 푸는 곳으로 만든다. 화를 풀지 않고 잠자리에 들지 않도록 한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운동이나 취미활동, 동호회 모임에 참석한다.
■도움말 주신분 여천기·조만철 정신과 전문의, 조슈아 박·장수경 임상심리학 박사, 피터 장 한인가정상담소장
#한인 상담 기관
▲한인가정상담소 (213)389-6755 ▲CMF 선교원 (562)483-0191 ▲오렌지카운티 가정상담소 (714) 590-0017 ▲코리안 복지센터 (323)668-9007, (714)449-1125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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