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개혁 문제로 미 전국이 시끄럽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현 라틴계가 주도하는 반 이민 정책 반대 입장을 전폭 지지해야 하겠다. 그래서 불법 이민자들에게 시민권 획득의 길을 열어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혁안이 채택되도록 힘을 합쳐야 하겠다.
400여년전 영국 민을 선두로 유럽인들이 북 아메리카대륙에 도착했을 때 원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언들에게 이들은 틀림없는 불법 이민, 정확히는 침입자들이었다. 하지만 유럽인들은 적반하장 격으로 원주민을 몰아내고 자기네 국가를 설립했다. 인디언들을 범법자 인양 보호지역에 가둬 두었다가 19세기 중엽이후로는 동화정책, 20세기에는 경제적 자립을 장려한다며 인디언 도박장 설립을 남발한 것이 오늘 날 인디언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역사는 사실 차별의 역사였다. 예를 들어 흑인 노예들에게 남북전쟁 후속책으로 노예제도 근절, 평등 정치 참여권 보장이 헌법수정안으로 채택되었었다. 그러나 1896년 연방 대법원은 공공시설 사용을 인종적으로 차별하는 주 인종 차별법이 유사 시설을 분리해 놓은 것뿐이지 실제로는 평등하다며 소위 분리 평등론이라는 이율배반적인 해석을 내렸다. 이후 1964년 연방 인권법 시행전까지 유색인종차별은 남부 지역에서 공식화된 일이었다.
같은 백인이라도 무산계급은 투표권이 허락 안 되었고 여성은 1920년에야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영국 식민지 출신인 아이리시 계통, 특히 가톨릭 아이리시는 유태인이나 유색인종에 버금가는 차별을 받았다.
1961년 존 케네디가 가톨릭 아이리시로 첫 대통령이 됨으로써 아이리시의 미 주류 사회 진입 투쟁이 끝난 셈이다.
넓은 대륙을 이민으로 채워야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항상 영국 앵글로색슨 지배계급에 끼칠 영향에 민감하여 차별의 고리를 조였다가 필요와 압력에 의해 풀어놓는 식의 인종정책 이 계속되어 왔다.
라틴계가 지금 마지막 고비에 와있다. 손 쓸 틈 없이 급 성장하는 라틴계들이 주류사회에 끼칠 영향에 대비, 언젠가는 손을 써야겠다고 벼르던 중 테러방지라는 호기를 타 이민법개정으로 불법이민 봉쇄를 시도한 것이 보수파 진영의 전략이었다.
하지만 역으로 이것이 잠자던 사자를 깨워 놓았다. 무섭게 결집된 라틴계 단합과 저항은 백인지배층의 양보를 받아낼 마지막 단계에 와있다. 이번 기회로 미국내 라틴계 위치는 영원히 달라지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라틴계뿐만 아니라 중국인, 한국인, 아프리카 인등이 미국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경제다. 백인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의 수요를 가난한 나라의 저임금 노동자가 충당하기 위하여 몰려든다.
이 현상은 냉전 종식 후 미국이 줄곧 밀어붙이는 경제 자유주의에 의한 세계화의 여파로 당연히 받아야 할 결과이다. 자본은 무한 경쟁시대에 세계 어디에라도 가게 되어 있다. 노동력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일거리를 수출하는 아웃소싱으로 저임금의 이익만 챙기고 노동이동에는 철문을 걸어 막겠다는 자세는 자유무역 원칙에도 어긋난다.
특히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으로 그나마 희귀했던 저임금 일자리들이 줄어들어 멕시코 노동자들이 미국에 일자리를 구하러 더욱 더 오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는 도덕적 책임도 따라온다.
미국이 부강을 누리는 대신 가난에 빠지게 된 나라 사람들이 미국민이 싫어하는 일의 노동수요를 충당하기 위하여 미국에 불법으로 와서 사는 것이 불법이민자들이다. 기아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가족, 부모로부터 격리되어 불법신분으로 공포에 떨고있는 사람들이다.
인권은 미국이 세계에 내놓는 공약이다. 인권존중이 있기에 미국이 존경도 받고 도덕적 위력을 유지할 수 있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 에서 인권존중의 척도가 시험을 당한다. 미국은 지금 그 시험을 당하고 있다.
우리들은 누구인가? 소수 중에도 소수민족이다. 1882년으로부터 반세기이상의 중국인 배척법, 일본인 강제집단수용으로 백인들의 차별과 괄시를 톡톡히 치른 아시아인으로서의 유대감도 느낄 때다. 이민법 개혁에 우리 한인들도 앞장서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다.
차만재
칼스테이트 프레스노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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