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흑인 차별정책에 대항해 불복종 운동을 하다 버밍햄 가옥에 구속되었던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다음과 같은 편지를 세상에 부쳤다.
“세상에는 두 가지의 법이 있다. 정의로운 법과 불의한 법이다. 도덕적 가치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불의한 실정법은 법이 아니다.”
당시 킹 목사의 말은 남부 백인들이 제정했던 흑인 차별법이 정의로운 법이 아니기 때문에 법을 바꿔야 하는 당위성을 가르쳐 주었다.
미국 역사를 보면 피부색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고, 또한 성별에 따라 투표권을 금지하는 차별적인 법이 있었다. 또한 아시안 아메리칸은 토지를 구입할 수도 없었고 중국인이기 때문에 미국 이민을 금지 당하는 차별적인 반이민법도 제정되었다. 미국의 불의한 법은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성을 외쳤던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으로 바뀌어졌다.
현재 미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쟁점인 이민정책에 대해 미국 사회가 양분화 되었다. 한쪽은 현재의 이민법에 따라 수속을 밟지 않고 미국에 거주하는 서류 미비자들을 범법자라 하여 미국을 떠나라 하고 다른 한 쪽은 현 이민법이 가족을 오랫동안 헤어져 살게 하고 미국사회가 필요한 노동력 현실을 반영하지 않으므로 이민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한다.
많은 가족초청 이민자는 장기적인 이민수속 적체현상과 가족이민 비자 제한에 따라 5년에서 20년 이상을 가족과 헤어져 살고 있다. 많은 경우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살날을 고심하며 기다리는 경우도 있고, 또 부모 또는 자녀와 헤어져 살 수 없어 불안한 삶을 감수하고 힘든 결정을 내려 서류없이 미국에 온 경우도 있다.
20년 이상을 기다리지 않고 부모 및 형제자매와 함께 살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 서류 미비자를 이민법을 어긴 범죄자라 하여 추방하는 게 정의로운 이민법일까?
현 연방상원에 상정된 법안 하나는 6년 안에 가족이민 서류 적체현상을 해결하고 시민권자 가족초청 대상은 가족이민 제한 쿼타에 구분하지 않고 즉각적인 가족 재결합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서류 미비자들은 10년 이상의 수속기간 및 자격심사 이후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조항 또한 담고 있다. 이민 수속 대기자를 6년안에 처리하고 다음에 서류 미비자에게 영주권 취득 기회를 주는 법안은 어느 정도 인도적이고 정의로운 이민정책 개혁의 첫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인의 출산율이 저하되고 베이비부머가 은퇴함에 따라 앞으로 30년 후에는전체 인구 4명중 한명이 60세 이상의 고령화가 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많은 연구기관에서 미래의 미국 노동력 시장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심지어 부시 행정부의 일레인 차오 노동부장관은 미국 경제를 최소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에 50만명 이상의 비숙련 노동자가 필요하므로 노동이민 비자를 개혁하지 않으면 미국의 노동력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미연방 이민국에서 비숙련 노동자에게 발행하는 합법 노동비자는 연 5,000여개에 불과하다. 이러한 제한된 노동비자 발행과 미국 경제가 필요한 노동력의 모순속에서 미국 경제의 뼈대 역할을 하는 노동자들이 바로 서류 미비자이다. 이들은 우리의 아이들을 보아주는 보모로, 식생활을 책임져 주는 농업 노동자로, 식당의 노동자로 우리의 삶을 위해 노동으로 봉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존중하기는커녕 이들을 법을 어긴 범법자, 심지어 이들을 영주권 종이 한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형사법 처벌 대상의 범죄자로 낙인 찍으려 하는 것은 잘못이다.
미국의 전통 가치와 인도적인 이민정책을 바로 잡기 위해 잘못된 이민법을 개정해야 하고, 이민법 개정은 네 가지의 원칙에 토대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1)이민업무 적체해소로 조속한 가족재결합 추진, (2)열심히 일하는 서류 미비자들이 체류신분 때문에 불안한 삶을 살지 않도록 합법체류 신분 취득기회 보장, (3)이민법이 더 이상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의 도구로 이용되지 않도록 이민 노동자 권리보호 체계 확립, 그리고 (4)이민자의 인권과 민권을 옹호하고 보호하는 장치 수립 등이다.
현 이민정책 논의에 큰 영향을 받는 재미 한인사회도 정의롭고 인도적인 이민정책 개혁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윤대중
민족학교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