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정부의 대북 인도적 문제 해결 노력
▶ 신 율(명지대 교수)
지금 한국에는 약 40만명의 이산가족 1세대가 존재한다. 물론 우리는 아직도 ‘일천만 이산가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이산가족 1세대중 상당수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났다. 지금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 1세대는 고령으로 앞으로의 생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은 분들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들은 모두 50여년의 세월동안 생이별의 아픔을 견뎌야 했다. 이들은 분단의 가장 큰 희생자이며, 정부가 이들의 희생을 보상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함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이들 이산가족의 상봉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우선적으로 인륜적인 측면을 들 수 있다. 즉, 가족은 당연히 재결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제네바 인권 협약에 나와 있는 것처럼 “모든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라는 명제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의 ‘인륜적 측면’은 ‘인권적 차원’으로 승화됨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들 수 있는 것은 이들 이산가족이 갖는 정치, 사회적 의미이다. 즉, 이들 이산가족이 통일에 대하여 갖는 의미 역시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이들을 통해 통일 이후에 닥칠 수 있는 남북간의 이질감을 일정 부문 해소할 수 있으리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산가족의 상봉에 관한 정책은 통일 이후 인적 통합과도 연관된 문제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번 13차 상봉행사에서는 북한이 남한 기자가 「납북자·나포」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을 문제 삼음으로써 기자단이 철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에도 불구하고 2진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은 참여 정부가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 관계에 신뢰가 조성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화상상봉과 같이 상봉의 방법은 다양화되고 있고 면회소 역시 착공되었다. 결국 이산가족 상봉은 거의 제도화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남한은 북한에게 있어서 중국 다음으로 중요한 교역 파트너이다. 여기서 교역이라는 것은 단순히 무역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역성 교류’, 즉 인도적 차원의 지원도 포함하는 의미이다.
남한은 비료를 비롯한 식량지원을 해왔고, 개성공단 건설을 통해 북한의 남한에 대한 의존도를 꾸준히 높여왔다. 이러한 것을 통해서 지금의 신뢰 관계가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다. 지금도 남한 내부에서는 분배의 투명성을 문제 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분배 투명성은 과거에 비해 상당부분 개선되어 가고 있다.
일례로 북한에 연탄과 보일러를 제공하는 경우, 북한은 이제 남한 관계자가 직접 북한의 일반 가정을 돌아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것은 자신들의 체제부담을 감수하면서 일정 부분 남한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행위로 이해되어진다.
이러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놓고 일부는 ‘북한 인권 개선을 눈감고 있으면서 지원만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을 한다. 북한의 인권 문제는 물론 열악하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는 한 가지 간과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즉,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의도와 북한 인권 자체의 내용은 구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인권 문제를 순수한 인권적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별문제가 없지만, 지금 북한 인권 문제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국내적이나 국외적 차원을 불문하고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포함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은 북한 인권법을 통과 시켰지만, 실제 북한 이탈주민들을 망명자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는 결국 북한 인권문제 제기가 인권적 차원 보다는 정치적·선언적 차원에 머물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인권적 차원에서 당장 그들의 생존권을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고,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그들의 생존권을 지켜주는 중요한 ‘인권적 차원’의 일이다.
이산가족 문제, 그리고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 문제를 흔히 ‘그들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산가족의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의 상징이다. 역사라는 것이 우리 모두의 지나간 시간의 사실에 대한 해석이라면, 그 아픔 역시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러한 측면을 우리 모두의 아픔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지금의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간다면 북한이 가장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인 납북자 국군 포로 문제도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도 납북자 국군포로 가족은 이산가족 상봉이 있을 때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에 포함되고 있다. 납북자 가족의 주장처럼 지금 당장 이들을 남한으로 데려올 수는 없겠지만, 가장 중요한 해결의 첫 단추는 이미 끼워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지금의 대북 정책은 또 하나의 과거 청산일지 모른다. 증오와 대립의 과거 청산 없이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 역시 어두울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생각해 볼 때이다.
< 기고자 인적사항 >
ㅇ 독일 프라이부르크大 정치학 박사
ㅇ KBS 생방송 심야토론 진행(2003)
ㅇ 통일부 정치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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