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김인태‘삶의 본질’전
사막·꽃·안개 등의 숨결 담아내
사진작가 김인태(59). 그가 2년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한인으로는 드물게 LA 카운티박물관(LACMA)이 작품을 영구소장하고 있다. 1994년 LACMA 소장전, 2000년 LACMA 그룹전 ‘메이드 인 캘리포니아’와 2003년 LACMA ‘안셀 애덤스 회고전과 그 이후’에 참가할 정도로 주류 사진계에서도 손꼽히는 작가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2000년부터 지금까지 찍은 캐년과 꽃, 안개 등 자연을 찍은 풍경(Landscape) 사진 2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 속에는 어릴 적부터 수십 년간 유심히 관찰해온 꽃 ‘다알리아’가 있고,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소나무 ‘몬트레이 파인’ 사이로 자욱하게 낀 해무(바다안개)가 있다. 또, 눈이 켜켜이 쌓여있는 웅장한 산과 오묘한 변화를 즐기는 ‘아스펜 단풍’도 있다.
“다알리아는 하얀 꽃봉오리에 수십 장의 하얀 꽃잎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이죠. 꽃잎 하나 하나의 표정을 카메라 렌즈에 담아 흑백의 질감을 세밀하게 표현하려고 애썼습니다. 꽃은 찍을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죠. 셔터를 누를 당시 집중력에 따라 꽃의 자태가 달라집니다”
그는 사진을 찍기 위해 사는 사람이다. 심지어 꿈속에서도 그는 사진의 꿈을 꾼다. 그가 찍는 사진은 캐년, 모래사막, 꽃, 안개 등 자연을 찍은 풍경(landscape)으로, 흑백 사진이며, 고요한 빛으로 만들어진 그런 것이다. 대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순간포착으로 표현하지만, 강한 명암과 명확한 초점을 중시해 회화처럼 보이기도 하고, 피사체 내부에서 빛을 뿜어내는 듯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빛의 사진’이다.
그는 자연 속에 숨겨진 비밀과 영혼을 찾아내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그가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면 ‘죽음의 땅’이라는 데스 밸리(Death Valley)조차 장엄하고 기묘한 대자연의 신비를 매혹적으로 드러낸다. 2004년 그가 처음으로 펴낸 사진집 ‘바람으로 그리다’(Wind Drawing)가 그렇다.
김인태의 사진집(Wind Drawing·2004)에 실린 작품 ‘자아상’(Self Image·1983)은 데스 밸리의 모래사막에 남겨진 자신의 족적을 찍은 사진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출품되지 않는다.
LACMA서 작품 영구소장
5년간 포착한 20여점 선봬
‘바람으로 그리다’는 1980년 도미한 후 20년을 사막 촬영에 바쳤던 그의 땀과 정성이 담긴 작품집이다. 황량한 모래사막과 바람, 빛으로 빚은 사진들이 살아있는 자연의 숨결을 직접 느끼게 한다.
단순한 곡선의 조합과 명암이 전부이지만, 어떤 사진은 풍만한 여체의 굴곡을 탐닉하는 듯하고, 잔잔한 모래물결을 배경으로 한 기하학적 문양도 보인다. 특히, 사진집 첫 장에 실린 작품은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자연에 대한 사랑과 피사체에 대한 몰입, 그리고 사진기법의 연구의 절묘한 결합이 탄생시킨 작품들이다.
“카메라를 잡는 순간 모든 잡념을 버리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합니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표현하는 거죠. 자연을 우리에게 준 신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죠”
인적이 드물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찾아 카메라 렌즈에 담는 그는 여전히 아날로그가 갖는 미학을 좋아하는 작가이다. 컴퓨터 모니터에 떠다니는 이미지를 종이에 잡아내기보다는 암실에서 며칠 밤을 인화지와 씨름하더라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아날로그의 명맥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이는 그가 추구하는 독특한 작품세계와도 통한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자연을 관조하고 인생을 성찰하고, 자연 속에서 발견한 영혼의 안식과 평화를 모두와 공유하는 것, 변하지 않는 그의 꿈이다.
김인태 사진전 ‘삶의 본질’(Essence of life)은 5월6일부터 30일까지 사비나리 갤러리(5365 Wilshire Bl.)에서 열린다.
●김인태는
1947년 문산 출생
67년 서라벌예대 사진과 졸업
80년 도미. LA에서 사진활동
94년 LA 카운티박물관(LACMA) 소장전
2000년 LACMA 그룹전 ‘Made in California’ 참가
03년 LACMA ‘안셀 애덤스 회고전’ 참가
04년 사진집 ‘바람으로 그리다’(Wind Drawing) 출간
화이트 룸 갤러리(White Room Gallery) 개인전
<하은선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