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가요계 스타들 업타운ㆍ공일오비ㆍ룰라 등 잇따라 컴백
연예계는 마약 같다고 한다. 한번 발을 담그면헤어나기 쉽지 않다. 가수에겐 노래가 마약이다. 최절정의 순간을 잊을 수 없어 본능적으로 회귀한다.
1990년대 가요계 별들이 제자리를 찾아오고 있다. 모두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던이들 이어서 더욱 반갑다.
97년 ‘다시 만나줘’로 데뷔한 4인조 혼성그룹 업타운, 96년 책임져’로 등장한 2인조 남성 댄스그룹 언타이틀의 유건형, 94년 1집 ‘100일째 만남’ 이후 상승 가도를 달린 혼성그룹 룰라, 쿨 출신 유리와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한 룰라 출신 채리나, 90년 1집 ‘공일오비’로 데뷔한 그룹 공일오비(015B) 등이다.
공백기가 10년을 넘지 않았지만 중ㆍ고등학교 시절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는 20대 후반~30대 초반. 요즘 10대 신세대에게 이들은 낯설다. 여느 신인과 다를 바가 없다. 이들은 제2의 부활을 꿈꾸며 멤버 교체와 장르 변화를 통해 여러 세대를 섭렵하기 위한 재도약의 날개짓이 한창이다.
5년 만인 업타운(정연준, 스티브킴, 칼로스, 세이)은 2001년 멤버 스티브가 마약복용 혐의로 추방당해 활동을 중단했다. 설상가상으로 스티브는 미국에서 살인 혐의로 4개월간 복역, 무죄로 석방되는 기구한 삶을 살았다. 리더 정연준의 설득으로 의기투합한 이들은 여성 멤버 윤미래 대신 세이를 영입, 녹음 마무리 작업 단계로 5월 초 신보를 발표한다.
언타이틀 출신인 유건형은 새로 결성한 4인조 록밴드 앰프(AMP)로 복귀했다. 그간 유건형은 싸이, 임창정, 이승기, NRG 등의 음반에서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당초 앰프는 유건형이 멤버란 사실을 숨겼으나 최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앰프는 유건형이 프로듀서 겸 키보드, 케이비(KB)가 보컬, 오영상이 기타, 김좌영이 베이스를 맡으며 이대성이 객원 멤버로 드럼을 연주한다. 유건형은 댄스그룹에서 록밴드로 장르 변화를 시도했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복귀 소식이 있던 룰라의 신보 9집은 6월 월드컵 시즌 이후로 예정돼 있다. 97년 김지현의 탈퇴로 해체된 뒤 99년 재결성했으나 2001년 베스트음반을 겸한 8집 이후 또다시 흩어졌다. 이상민, 김지현, 고영욱 등 원년 멤버를 주축으로 새 여성 멤버를 영입해 새롭게 선보인다.
리더 이상민은 제대로 된 음반을 선보이기 위해 컴백 시기를 늦췄으며 현재 음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룰라와 디바 출신인 채리나는 작년 해체한 쿨의 유리와 손잡았다. 단짝 친구인두 사람은 도레미미디어에 둥지를 틀고 여성듀오 댄스그룹을 결성했다.
도레미미디어 측은 당초 4월에서 5월 말로 음반 발매 시기가 늦춰졌으며 팀 이름을 놓고도 고심하고 있다면서 현재 윤일상, 박해운 등의 작곡가로부터 곡을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일오비(정석원, 장호일)는 5월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재결성 콘서트 ‘파이널 판타지’를 열고 팬들과 10년 만에 첫 대면을 한다.
데뷔 이래 6장의 정규 음반과 4장의 비정규 음반을 발매하며 ‘이젠 안녕’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아주 오래된 연인들’ ‘신인류의 사랑’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이들은 7월 초 7집을 발매한다는 계획이다.
장호일이 대표로 있는 비마인커뮤니케이션즈는 공일오비는 지금껏 장호일, 정석원 씨가 주체지만 활동은 객원 보컬들이 했다며 이번에도 기존 방식으로 새로운 객원 가수를 찾아 신곡을 선보일 예정인데 현재 정석원 씨는 캐나다에서 곡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1988년 푸른하늘 1집 ‘겨울바다’로 데뷔한 후, 92년 솔로 음반으로 홀로서기한 유영석이 4년8개월 만에 새 음반을 내고 활동중이다. 92년 ‘내일을 향해’로 데뷔한 ‘테리우스’ 신성우도 올해 안에 베스트 음반을 낼 예정이다.
90년대 스타들의 잇따른 컴백 소식에 대해 가요 관계자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한 음반제작자는 해외 가수들은 40~50대에도 여전히 관록 있는 선배로 활동중인데 우리나라는 유독 가수들의 생명이 짧다면서 90년대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들의 복귀는 장르를 다변화하고 여러 세대 음악 팬들을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복귀했다가 만약 음반이 주목받지 못할 경우 또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사례를 많이 봤다며 과거 전성기 때의 마인드에서 벗어나 진정 음악에 대한 애정을 갖고 지속적으로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우려와 바람을 피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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