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에이지2’ 만든 성지연ㆍ이문성
20일 국내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2’의 홍보자료에는 한류(韓流)는 배우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할리우드 3D 애니메이션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스 에이지2’ 제작사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에도 한류 열풍이 거세다라는 문구가 있다.
이는 블루스카이에서 테크니컬 디렉터(Technical Director)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성지연(28) 씨와 애니메이터(Animator)인 이문성(32) 씨를 두고 한 말이다.
한류까지 언급하기에는 무리가 있을지 몰라도 두 사람의 미국 애니메이션계 진출은 분명 주목할 만한 일이다.
’아이스 에이지2’는 ‘아이스 에이지’의 속편으로 해빙기를 맞아 위기 탈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3D 애니메이션. 성지연 씨와 이문성 씨가 ‘아이스 에이지2’ 국내 개봉을 앞두고 한 달 간의 휴가를 받아 한국을 찾았다.
’아이스 에이지2’를 아홉 달 만에 어렵게 완성하고 받은 꿈 같은 휴가입니다. 많게는 하루 15시간까지 일했어요. 캐릭터에 색깔과 질감을 입히고 특수효과를 담당하는 테크니컬 디렉터 성지연씨는 물과 털만 생각하면… 어휴라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테크니컬 디렉터는 후반작업의 절반 정도를 담당합니다. 완성된 캐릭터에 색깔을 입히고 사실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질감을 더하는 작업이지요. 물과 불 같은 것도 특수효과(Special Effect)를 사용해 표현해야 합니다. 이번 ‘아이스 에이지2’는 해빙기를 배경으로 해 물을 표현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물만 생각하면 신물이 나요.(웃음)
성씨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매머드들의 털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고도 했다. 애니메이터가 캐릭터의 동작을 만들어 줘도 털의 움직임은 바람에 따라 방향을 달리하고 캐릭터가 물에 들어갔을 때는 또 달라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그는 색감과 질감, 털의 방향 등을 모두 고려한 1초짜리 장면을 완성하는 데 컴퓨터로 17시간이 소요된다면서 1천500대의 컴퓨터가 이 작업을 했기 망정이지 컴퓨터 한 대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문성 씨는 캐릭터에 동작을 입히는 애니메이터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인형처럼 캐릭터의 관절 하나하나를 움직이게 하는 작업이란다.
그는 대사와 캐릭터의 감정에 맞춰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어렵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캐릭터의 동작을 만들기 전에 동물원에 가서 동물의 움직임도 관찰하고 촬영도 많이 합니다. 동물의 특색에 맞는 걸음걸이와 동작 등을 습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스 에이지2’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모두 동물이어서 더욱 힘들었습니다. 동물은 네 발로 걸어 두 발로 걷는 사람보다 표현하기가 배나 어렵습니다. 또한 손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얼굴과 눈, 어깨, 머리 등의 움직임만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해요.
이렇게 힘든 작업에도 이들은 일하는 것이 무척 재미있다고 입을 모았다.
성씨는 의사, 변호사 등은 일에 대한 자부심은 클지 모르지만 일하는 것 자체가 저희처럼 즐거운 것 같지는 않다면서 영화나 애니메이션 분야에는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이씨도 돈을 바라고 이 일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면서 이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은 어떤 분야가 전망이 좋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고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열심히 하면 그 분야에서 전망이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블루스카이에서 일한 것은 2003년부터. 뉴욕의 유명 미술대학 플랫(Pratt)에서 컴퓨터 디자인을 전공한 성씨는 광고회사에서 일하다 애니메이션 ‘로봇’팀에 합류하면서 블루스카이와 인연을 맺었다.
제대 후 서강대를 중퇴하고 애니메이션 공부를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Academy of Art University)’로 유학을 온 이씨도 같은해 ‘로봇’을 인연으로 이 회사에 입사했다.
이씨는 군에서 행정병으로 일하면서 진로를 수정했다고 말했다. 차트와 지도를 잘 그려서 진로를 바꿨다고.
어릴 적부터 미술과 만화를 좋아했는데 직업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요. 그런데 군 시절 행정병으로 근무하면서 미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제대 후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3년 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을 접한 이들이 말하는 할리우드의 장점은 무엇일까? 이씨는 할리우드가 한국보다 창의력이 좀 더 앞선 것 같고 개개인의 능력을 시스템을 통해 작품으로 연결시키는 노하우가 발달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성씨는 미국에서도 한국 애니메이션의 기술적인 부분은 높이 평가한다면서 창의력 부문만 보완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최종 목표를 묻자 이씨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많아 아직 무엇이 되고 싶은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성씨는 영향력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자로 성장하고 싶다는 꿈을 내비쳤다.
이들은 내달 초 휴가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다.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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