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국물… 고소한 면발… 우리 입맛에‘딱’
출장지였던 도쿄 시내 어느 골목의 허름한 라면 집에서 먹었던 일본 라면의 맛은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샵에서 구경한 심플한 소품들처럼 ‘담백함’ 그 자체였다.
커다란 대접에 담겨 나온 뽀얀 국물과 고소하게 씹히는 생면이 함께 어우러져 입안을 온통 자극하던 그 맛이란! 그런데 밥과 김치를 한쪽 코너에 두고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도록 해두었던 걸 생각하면 한국 주인이 만든 일본 라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실 일본식으로 제대로 만든 일본 라면은 우리 입맛에 맞지 않아 못 먹을 지경이라는데, 특히 맛있게 먹었던 뽀얀 국물의 라면은 돼지 뼈를 넣고 푹 삶아 특유의 향이 있어 냄새를 없애지 않으면 더더욱 그렇다고 한다.
청경채, 숙주나물 등의 다양한 야채와 깔끔 담백한 간장 양념의 국물이 시원한 츠키의 소유라면. 깔끔하고 심플하게 정돈된 츠키의 실내 전경.
그런데 LA 한인타운에서도 도쿄 한복판이었지만 한국인 입에 착착 감길 정도로 맛깔스럽던 일본 라면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4가와 웨스턴 몰 2층에 위치한 일본라면 전문점인 ‘츠키’(Tsuki)에 가면 우리 입맛에 맞는 담백하고 깔끔한 정통 일본라면을 맛볼 수 있다.
우리에겐 ‘라면=인스턴트 음식’이지만 일본 라면은 좀 다르다. 돼지고기, 해산물, 각종 야채를 넣고 오랜 시간 푹 우려낸 국물을 기본으로 간장이나 미소된장으로 맛을 내고, 면은 기름에 튀긴 면이 아닌 그날그날 만든 생면을 삶아 국물에 넣어 만든다.
츠키의 젊은 사장 스티브 이씨는 평소 일본 라면을 너무 좋아해 일부러 일본 타운의 라면집을 찾아다니던 일본 라면 매니아. 절친한 일본 친구의 도움을 받아 아예 한인타운에 맛있는 일본 라면집을 열기에 이르렀다.
오픈한지 10여 개월이 지난 지금 제법 단골 손님도 많이 생겼다. 일본 라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것. 날씨가 조금 흐리거나 쌀쌀해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 술 먹은 다음날 깔끔한 국물로 속을 달래고 싶을 때, 꼬들꼬들 씹으면 고소한 생면이 생각날 때 등등 이곳을 찾는 이유도 다양하다.
일본 라면 맛을 좀 안다는 손님들이 츠키에서 가장 많이 찾는 라면은 깔끔한 맛의 ‘소유라면’. 츠키만의 특별한 비법으로 8시간 동안 푹 끓인 국물에 간장으로 양념해 깔끔하고 산뜻한 맛이 나 일본 라면을 처음 먹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메뉴다.
츠키의 소유라면은 정통 일본식으로 만든 깔끔한 국물과 매일 아침 신선한 상태로 배달되는 생면을 알맞게 삶아 넣고 그 위에 숙주나물, 파, 얇게 썰어 구운 돼지고기를 얹어 서브한다. 처음 일본 라면을 먹는 사람이라면 ‘국물 색이 왜이래?’ 싶겠지만 보기와는 달리 시원하고 깔끔하다. 또한 알맞게 삶아진 생면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데 특히 듬뿍 올려진 숙주나물과 함께 씹으면 아삭함까지 더해져 상큼하다.
소유라면 다음으로 인기 있는 라면은 짬뽕라면. 뽀얗게 우려내 담백한 맛이 나는 고기 국물에 각종 야채를 볶아 넣고 생면을 삶아 넣은 것인데 매운 맛과 맵지 않은 맛 두 가지 중 입맛 당기는 것으로 고르면 된다. 매운 짬뽕라면은 담백하면서도 얼큰한 맛을 즐길 수 있어 특히 한국 손님들에게 인기인데 면을 특히 술먹은 다음날 해장용으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라면으로 한끼 식사를 해결하기에 조금 서운한 감이 있다면 콤비네이션 메뉴를 시켜본다. 소유, 짬뽕, 미소 등의 다양한 종류의 라면과 오야꾸돈이라고 불리는 일본식 닭고기 덮밥이 함께 서브된다. 일본식 덮밥은 위에 얹은 주재료와 양념이 항상 모자라 어느 정도 먹으면 흰밥만 남게 마련인데 이곳에서 맛본 덮밥은 양념까지 넉넉한 데다 라면 못지 않게 맛도 훌륭하다.
리틀 도쿄까지 가지 않고도 정통 일본 라면을 즐길 수 있는 곳, 완전 일본식이 아니라 우리 입맛에 맞는 일본 라면이라 더더욱 입맛이 당긴다.
츠키의 주소와 전화는 356 Western Ave. #203 LA. (213)739-1221
알맞게 지어진 밥에 자작자작 양념을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인 일본식 덮밥. 4가와 웨스턴 몰 2층에 위치한 일본 라면 전문점 츠키.
<글·사진 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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