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목회학박사)
불법체류자. 법에 눌려 사는 사람들. 제대로 숨 한 번 크게 쉬지 못하고 기지개도 못 펴고 사는 사람들. 불이익을 당해도 신분이 노출될까, 말 한 마디 못하고 사는 사람들.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만 늘 불안한 사람들. 언제고 추방당할 수 있는 사람들. 한 마디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고 사는 불행한 사람들이다. 미국에 1,100만 여명이 있다.
이런 불법체류자들에게 작으나마 희망이 생겼다. 불법체류자의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 가닥 소망이다. 잘 되면 이들은 신원조회비와 벌금 2,000달러를 내고 임시노동카드를 받아 6년간 일한 후 미납세금을 완납하면 본국으로의 귀국 없이 미국에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나중에 미국 시민권까지도 받을 수 있다. 이들에게 이 소식만큼 좋은 소식은 없으리라.미 연방 상원 법사위원회는 3월27일 미국에 살고 있는 불법체류 이민자 사면과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이 담긴 메케인-케네디 법안(SAOI Act)을 12대 6으로 단독 통과시켰다. 공화당원이 10명, 민주당원이 8명인 법사위에서 공화당의 반란 4표가 생겨 일어난 기적 같은 일이다. 법안을 상정한 존 멕케인은 애리조나 주, 에드워드 케네디는 메사추세츠 주 상원의원이다.
올 11월 중간선거의 상원의원 선거를 앞둔 의원들이 재선을 의식해 이민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원인 분석이 되고 있지만 소수계 이민자들의 시위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으리라 본다. 법사위가 열리던 날 L.A.에서만 약 50만 여명의 시위대가 친 이민 개혁법안이 통과되도록 시위했고 워싱턴D.C.를 포함해 대 도시 등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이제부터다. 상원법사위를 통과한 멕케인-케네디 법안은 3월28일부터 2주간 상원 본회의 심의를 거쳐 4월 10일 경 최종 표결에 붙여진다. 50표를 얻어야 통과되는데 조금 모자란 것으로 알려져 그동안 한인을 포함한 소수계 이민자들의 시위가 더 확장돼 상원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할 것 같다.
이런 시위는 상원 본회의 통과와 하원절충 그리고 대통령이 서명할 때까지 강력히 계속돼야 한다. 그 필요성은 법안이 상원 심의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상하 양원조정위원회의에 회부될 경우 센센브레너-킹 법안(HR4437)을 통과시킨바 있는 반 이민 성향의 보수적인 정서가
짙은 하원의 반대가 심각할 것으로 예고되기에 그렇다.
또한 부시 대통령은 3월27일 시민권을 받는 이민자들 앞에서 “불법 이민자들의 발생을 보다 엄하게 통제해야 하지만, 현재의 불법체류자들을 합법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민자들의 사면 요구에 대해서는 시민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제치고 이들을 앞줄에 서도록 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이와 때를 같이 해 국제이민자재단(International Immigrants Foundation)은 3월28일 맨하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월1일 오전 11시 브루클린 주 하원청사 앞에서부터 브루클린 브리지를 건너 연방청사(Federal Plaza)까지 대대적인 행진을 갖기로 했다. 이 행진은 메케인-케네디 법안과 그 법안 안에 함께 포함된 친 이민법안 등을 옹호 통과하도록 하는 시위가 된다.
4월1일은 만우절이다. 만우절이라도 속임수로 진행되는 행진이 아니다. 한인들의 많은 참여를 주최 측은 원하고 있다. 특히 한인들에게는 전통 한복을 입고 시위에 참가해 선도 그룹을 유지해 줄 것을 국제이민자재단은 바라고 있다. 한인과 한인단체도 많은 참가를 하게 되는데 한 사람이라도 더 참가해 소수 이민자들의 바라는 것을 강력히 보여 주면 좋겠다.
하늘 아래 똑같은 사람으로 태어났어도 불법체류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답게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 미국은, 미국의 양심인 의회가 메케인-케네디 법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서명하므로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이들을 해방시켜 새로운 미국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라고 본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이민자인 청교도들과 그 후예의 이민자들로 구성된 나라 아니던가. 법안이 통과되어 사면이 시작되면 불법체류자들로 부터 거두어들이는 세수도 엄청나다고 한다. 불법체류자는 해방이 되어 맘 편하게 살아 좋고 나라는 나라대로 세수를 거두어 들여 국고에 넣어 좋으니 상생의 길 아닌가. 더 이상 두고 볼 때는 지난 것 같다. 법에 눌려, 숨 한 번 제대로 쉬지 못하고, 신분이 노출될까, 모든 불이익을 참으며 동물처럼 살아가야 하는 불법체류자들을 위해 메케인-케네디 법안은 반드시 통과 서명돼야 한다. 그래서 다 같이 잘 살아가는, 노예를 해방시켜 준 나라였든, 참 자유가 있는 미국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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