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월드비전과 한국일보가 28일 공동으로 마련한 특별좌담회 참석자들은 ‘더불어 사는 커뮤니티’ 건설을 위한 방안들을 진지하게 논의했다. 외부에 비치는 한인사회의 모습을 솔직하게 점검했고 ‘나눔’의 중요성을 확인했으며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도 따져봤다.
처음 기획된 행사여서 미흡한 점이 없지 않았음에도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앞으로만 달리던 한인사회가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특별좌담회’를 지상 중계한다. <편집자 주>
▲ 배인덕(사회·월드비전 워싱턴운영위원회 부위원장) - 미주 한인들 참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성실하고 근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사회에 덧입혀진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씻어버리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돈만 벌 줄 알았지 베풀 줄 모른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제는 서로 나누고 돕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미국의 수도이면서 정치적 중심지인 워싱턴의 한인들이 먼저 나선다는 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 정영만 목사(운영위원장) - 우리는 원래 상부상조를 잘하는 민족이었는데 미주 생활이 너무 바쁘다 보니 타민족을 돌아보는 여유를 잘 못찾는 것 같습니다. 언어 소통 문제도 있구요. 우리는 이민 오면 바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미국 문화와 영어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어요.
▲ 고대현(북버지니아한인회 회장) - 한국사람들에겐 사실 ‘주는 문화’가 없었어요. 어떻게 나누느냐는 훈련이 없었습니다. 옷 한 번과 하루 세 끼 식사 외의 것들은 남들과 나눠야 한다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내가 번 돈이라고 내가 다 쓰겠습니까? 또 우리 민족은 여러 나라의 도움을 많이 받은 백성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 홍진섭(워싱턴 한인식품협회 회장) - 73년 이민 와 성실히 살았습니다. 식품협회가 18년째 흑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어 보람이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1세들은 이웃에 전혀 관심이 없지요. 한국 정치에만 지나치게 신경쓰는 게 문제예요. 서로 불신하고 협력하지 않는 자세를 빨리 고쳐야 합니다.
▲ 박준서(월드비전 코리아데스크 본부장) - 한인들이 많은 장점을 가졌음에도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는 것은 급성장하고 있는 한인 커뮤니티를 경계하기 때문에 나오는 비판일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성공했거든요.
우리 끼리는 잘 돕는데 나누는데 인색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타민족에 대한 배려가 적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 구호기관에 대한 불신도 원인이 됐습니다.
어쨌든 나눔은 이제 시대적 요청이 되었습니다. 때가 됐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좌담회 자체가 한인사회의 성숙을 반증하는 것 아닐까요?
▲ 배인덕 부위원장 - 한인사회가 미 주류사회에 정착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한 좋은 이미지를 줄 만한 역할을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통해 한인들이 지구촌 가족의 자격을 갖춘 민족임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 정영만 목사 -사실 쓰나미나 카트리나와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어느 민족보다 도움을 많이 준 민족이 한인들이었어요. 기부문화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모금활동을 벌이는 단체가 서로 협력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투명성을 확보, 신뢰를 얻는 게 급선무입니다. 그런 면에서 세계적 구호기관으로서의 명성을 갖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세계 불우 아동과 국가를 돕고 있는 월드비전이 한인사회와 긴밀히 협조할 수 있는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 차명학(비즈니스협회 회장) - 한인들이 많은 봉사활동에도 불구 외부에 잘 알리지 못하는 약점도 있습니다. 한인 상인들이 흑인 청소년들에게 자전거를 나눠준 적이 있었는데 글쎄 누가 줬는지 아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비즈니스협회는 의도적으로 행사 홍보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민들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고 있구요. 한인들이 잘 안뭉친다, 협조를 안한다 하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우선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고쳐야 합니다.
▲ 박춘선(예진회 회장) -언론의 지속적인 홍보와 계몽이 나눔 문화 정착에 아주 중요합니다. 봉사 단체들을 감시, 견제하는 시스템도 있어야 겠지요. 그래야 후원자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 박준서 본부장 - 나눔을 어느 특정단체와만 해야된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지만 월드비전의 역사와 활동을 소개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전이라는 참혹한 상황에서 태어난 월드비전은 한국에 91년까지 40년 넘게 10억달러가 넘는 후원을 했습니다. 세계 재난 현장에서 월드비전은 수많은 봉사를 하고 있는데 ‘제일 빨리’ 들어가 ‘제일 어려운 곳’에서 ‘제일 늦게까지’ 봉사하는 게 모토입니다.
지난해 미국사회에서 걷힌 액수는 9억7,000만달러였고 한인사회에서는 950만달러가 모금됐습니다. 올 가을부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30시간 기아체험 프로그램 등을 실시해 나눔 문화가 차세대에도 확산될 수 있도록 힘쓸 예정입니다.
===월드비전 소개
영락교회를 담임하던 한경직 목사와 미국 밥 피어스 목사가 한국 동란 당시 설립한 아동구호기관 월드비전은 현재 80여개 국가에 도움을 주고 있고 한국, 미국 등 20개 국가가 후원하고 있다.
한국 월드비전은 1992년에 창설됐으며 미국 월드비전의 코리아데스크는 1996년 조직돼 한인사회를 대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애틀에 본부를 두고 있는미국 월드비전은 직원만 1,00 0명. ‘Charitynavigator. com’ 등 비영리단체 감시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월드비전은 모금액의 12.9% 만을 경비와 프로그램에 사용하는 최고 수준의 단체로 평가되고 있으며 미국민의 65% 이상이 인지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일보는 현재 월드비전과 공동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미주 한인사회의 나눔문화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후원문의 (866)625-1950.
<정리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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