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내일모레면 한국이 미국 비자 면제국이 될 것 같은 분위기이다. 과연 한국은 곧 미국 무비자국이 될 수 있는가. 첫째, 한국을 비자 면제국으로 지정하는 법안의 통과는 불투명하다. 현재 미 의회에 계류 중인 HR 4304 법안은 겨우 8명의 하원의원만이 서명한 상태이다. 또한 반이민법의 선두주자인 센센브레너 미 하원 법사 위원장 하에서 법안통과는 매우 부정적이며 불투명하다. 레인 에반스 의원이 한국 공식 방문 중 행정부와 국회로부터 무비자 지지를 요청받았다. 에반스 의원의 법률고문이었던 필자는 법안스폰서 자문을 드린 후 서명하셨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한 미국회의 전체입장은 우리의 입장과 전혀 다르다.
둘째, 미국 무비자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미국 무비자 입국이 눈앞에 다가온 것으로 착각하고 있으나 비자면제 협정에 의하면 먼저 비자 거부율이 3% 미만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자 거부율이 2년 동안 유지되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이 비자 거부율이 3% 미만이 된다 하더라도 최소한 2년을 기다려야만 한다. 만약 2년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취소될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 한미 비자 면제 협정의 변수가 유동적이다. 비자 면제국에 관한 로드맵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올 11월에 있을 선거와 2년 뒤 미 대통령 선거 등 미국내 사정이 바뀌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넷째, 한국의 무비자는 아직 시기상조이다. 현재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 해당국은 27개국이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자국민들이 미국을 무비자로 방문 한 뒤, 굳이 미국에 눌러앉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는 한국 실정을 고려할 때 아직 우리는 그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 알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저돌적인 무비자 추진보다는 무비자국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먼저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기서 필자는 한국의 미국 무비자국이 되기 위해서 먼저 선행되어야 할 몇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열린 이민 정책이 무비자국을 현실화 시킨다. 한국인이 유난히 골프에 집착하는 것이 좁은 땅덩어리에 유래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입시지옥, 교통지옥, 실업대란 그리고 저출산 등은 좁은 땅덩어리가 낳은 한국병이다.
이민을 공개적으로 장려하면 국가의 장래가 비관적인 것으로 비춰질까 걱정하는 게 한국 정부다. 이제는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한다. 연어기질을 가진 한국인은 나가면 조국을 등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마음 놓고 건전한 해외진출을 장려하는 국민정서가 싹터야 한다. 돈 있는 자와 없는 자 구분 없이 이민을 다변화하여 좁은 땅덩어리에서 유래한 만성적 한국병을 치유하면 무비자가 되더라도 굳이 지금처럼 미국에 주저앉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무비자에 관한 미 이민법 홍보가 필요하다. 무비자국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2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 그동안에 무비자에 대한 미 이민법의 계몽이 절실하다. 무비자로 미국만 가면 다 해결될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데 문제가 있다. 무비자로 입국할 경우 90일 체류가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비자변경이나 연장, 그리고 영주권 신청이 불가능하다. 무비자는 오히려 한국인의 미국정착을 방해 할 수도 있다.
또한 무비자로 자주 입국할 경우 의심받아 입국거절을 당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이민법을 모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불법 체류자가 되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이는 개인과 가정, 그리고 국가의 손실이요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셋째, 무비자국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르헨티나도 한 때는 비자 면제국이었으나 IMF 때문에 비자 면제국에서 취소당했다. 한국 방문 중 모 국회의원에게 무비자후 불법체류에 대한 질문을 했더니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식의 대답을 했다. 반면에20~40대 시민에게 물으니 자녀교육과 장미빛 동경 때문에 무작정 미국 입국을 준비하고 있단다. 국가가 국민의 마음을 못 읽으니 정치 불신이 있는 것이다.
무비자국이 되더라도 불법체류와 성매매 등 각종 범죄증가가 비자 면제국 취소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미 한인 사회의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무비자가 취소되면 안함만 못한 격이 되니 전반적인 재검토를 통해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 야구의 4강 신화는 박찬호와 이승엽 등 해외파들의 국제적 감각이 힘을 실어 주었다. 그런 것처럼 열린 한국의 세계화를 추진할 때 무비자국 지정도 가능할 것이다.
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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