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짜리 유아에게도 집착으로 인한 번뇌와 고뇌와 물러섬과 망설임이 있을까? 있다. ‘지나가는 순간’의 과정에 있는 그들이지만 적응의 연속이라는 인생을 살고 있으므로 마음의 밑바닥이 불안하고 두려울 수도 있으며 변화의 물살에 맞대응 하느라 그들 나름대로는 전투적으로 살고 있다. 세상에 태어나서 겨우 1년을 살았을 뿐인데 이제 그들은 혼자 서서 걸음마를 배워야 하고, 단어와 단어를 기억했다가 연결해야 하며, 혼자 먹는 연습을 해야 하고, 젖병과 헤어져야 하는 별리의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젖병, 한살배기에게 이제 더 이상 허락되지 않는 만큼 더 그립고 간절한 존재. 애착이 깊었던 만큼 공허감, 긴장감, 불안감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젖병, 어떻게 떼야하는지 그 노하우를 들어본다.
오래 방치하면 충치·영양부족 생길 우려
6-8개월부터 서서히 트레이닝 컵으로 연습
컵에 빨대 꽂아 주면 입 근육 발달에도 도움
두살짜리 유아, 젖병을 뗀 지는 1년 가량 됐다. 그런데 동생이 태어나 젖병을 빨자 냅다 뛰어가서 옆에 누워 아기동생의 젖병을 뺏어서 꿀꺽꿀꺽 빨기 시작한다. 젖병은 이렇게 유아들에게는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과거이며, 놓치고 싶지 않은 인연이며, 향수이자 고향이고 입 안 가득 전해지는 맛의 축복이다.
그런데 미소아과의사협회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적어도 12∼15개월까지는 완전히 젖병을 떼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유아들의 젖병에 대한 애착과 집착이 얼마나 강한지 비공식 집계에 의하면 유아들의 40%가 2세까지 아직도 젖병을 ‘애용’하고 있다는 통계다.
위에 언급한 12∼15개월까지 젖병을 떼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젖병을 오래 사용하면 우유나 주스가 이에 닫는 기간이 그 만큼 연장되므로 “충치가 생길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미전국 소아치과협회장 피츠 힌슨 DDS는 경고하고 있다.
2. 젖병을 오래 사용하면 우유 복용량이 늘어나 딱딱한 음식이나 이유식에 대한 식욕 저하를 불러일으키고 이는 유아의 영양부족으로 연결되기 쉽다.
3. 젖병을 오래 사용하면 할수록 젖병을 떼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에 대해 “젖병은 유아들에게 마치 테디 베어와 같은 안정감과 위안을 주기 때문”이라고 캘리포니아 웨스트레이크 빌리지 소아과 의사 타냐 알트만은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젖병 떼는 요령을 알아보자.
▲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
소아과 의사는 6∼8개월부터 서서히 트레이닝 컵을 아기에게 소개하라고 할 것이다. 만약 여태까지 하지 않았다면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할 시기이다. 처음에는 아기가 안정적이고 느긋한 시간인 낮 간식이나 점심때부터 트레이닝 컵에 우유를 담아준다. 그러다가 점차 다른 식사시간으로 늘려간다. 물론 젖병 떼기를 연기해야 하는 때도 있다. 이사를 했거나 아이가 아팠거나 데이케어 센터를 새로 바꾸었거나 새로 동생이 생겼을 때는 “아이가 심리적으로 불안한 때이므로 트레이닝 컵이란 낯선 물건은 조금 더 있다가 소개하는 것이 요령”이라고 펜실베니아 레바논 밸리 칼리지의 발달심리학 박사 케리 라구나는 조언하고 있다.
▲ 밤에는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아기에게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엄마 아빠와 ‘장기간’ 헤어져야 하는 긴장된 시간이다. 이 긴장을 완화 또는 해소하기 위한 대체용품으로 젖병을 내놓으라고 떼를 쓰며 울며 보채게 된다. 부드러운 젖꼭지를 통해 넘어가는 액체의 유연함과 매끄러운 넘김은 유아들에게는 평화이자 자유의 상징인 것을 어쩌랴. 이때는 젖병 대신 미리 배를 채워 포만감으로 대처하는 것이 요령이다. 그리고 컵에 든 우유는 스낵 정도로 여기게끔 해주는 것이다.
▲ 창조적으로 대처한다.
유아가 새 컵을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이때 부모가 아침마다 이 컵으로 우유를 마시는 것이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13개월쯤 된 아기라면 자연스럽게 부모가 사용하던 컵을 자신도 사용해 보고 싶어 안달을 할 것이다. 또 있다. 부드러운 빨대가 꽂혀진 컵을 아기에게 주는 것이다. 빨대는 우유나 주스가 아이의 이에 닿기 전에 먼저 목으로 넘어가게 하므로 충치 예방에도 좋고 빨대를 빨다보면 입 근처 근육이 발달되어 발음이나 말 배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힌슨 박사는 조언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오픈 컵 사용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뚜껑이 덮여 있고 빨대가 달려 있는 시피컵(sippy cup)보다 우유를 흘릴 확률이 훨씬 많지만 시피컵을 빠는 것보다는 아기의 이에 훨씬 좋고 또 결국 목표는 오픈 컵 사용이니까. 플래스틱 머그로 유아들 티 파티를 열어주던지 아니면 목욕시간에 이 컵을 사용하게 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 냉정하게 대처한다.
피할 수 없으면 정면 통과밖에 없다. 단단함과 딱딱함은 성숙의 징표이니까. 18개월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젖병에서 놓여나지 못했다면 아이에게 “젖병과 헤어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지만 이제는 포기해야 한다”고 말해준 다음 밤중에 젖병 페어리(bottle fairy)가 와서 가져가고 대신 작은 장난감이나 컵을 놓고 갔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집착의 끈을 놓는 아이가 많다고.
‘젖병의 추억’ 잊게해 줄 유아용 컵들
동물 소리 나는 컵(Play-tex Talkin’ Sipster Spill-Proof Cup)
7달러. 단추를 누르면 동물 울음소리가 난다. 아무리 젖병이 좋아도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두 팔 달린 트레이너 컵(Evenflo SipRite Spill-Proof Trainer Cup)
4달러. 약간 각이 져 있지만 유아가 컵을 들고 마시기엔 더 좋게 되어 있다.
부드러운 주둥이가 달린 컵(Avent Magic Trainer Cup)
두개에 9달러. 컵도 부드러워서 유아가 잡기 편하고 주둥이도 마치 젖병의 젖꼭지 같이 부드럽다.
부드러운 빨대 컵(Ger-ber’s Easy Grip 2-Handled Soft Straw Cup)
5달러. 크고 부드러운 빨대가 달려 있다. 커버가 있어서 여행용으로도 간편하다.
흔들이 텀블러 컵(Tom-mee Tippee Easi-flow Tumbler)
6달러. 주둥이로 우유를 빨아올려 목으로 넘기는 일련의 과정을 트레이닝 하기 쉬운 컵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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