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K 할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는 밤잠을 못 자며 고민하다가 전화한다면서 매우 속상하고 화가 난다며 하소연해왔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할머니가 벤치에 앉아 있는데 어느 노인과 함께 젊은 여자가 접근해 말을 붙였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노인이 할머니에게 함께 온 젊은 여자를 소개시키면서 모 메디컬 기구점에서 일하는 직원인데 그도 그 젊은 여자에게 메디컬 기구와 마사지 의자를 얻었다면서 K 할머니에게도 추천했다고 한다.
그래서 K 할머니는 함께 양로보건센터도 다닌다고 해서 믿고 그 사람들 요청한대로 메디컬 기구와 마사지 의자를 오더 하려면 개인 인포메이션(쇼설 번호, 전화번호, 주소, 메디칼 번호 등등)이 필요하다고 해서 달라는 대로 주었다고 한다.
그런 후 소식이 없어서 그 사람들이 준 연락처로 전화해보니 그 전화번호는 이미 끊겼다고 한다. 요즘 들어 이러한 노인 사기가 타민족 뿐 아니라 한인사회까지 일어나고 있다.
노인을 상대로 한 사기는 지역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나 아직도 사법당국, 성인보호국, 소셜 서비스국 및 여러 봉사 서비스단체 관계자들이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부족한 상태다.
노인들은 사기 등을 포함한 재정적 학대 외에도 부양책임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유기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재정적 학대는 한인사회에 많이 나타나면서도 보고가 되지 않고 있는 전형적인 케이스다. 대부분 피해자들과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가해자로 자주 등장하는데 이들은 ‘아는 사이’를 내세워 노인들에게 접근해 사기행위를 벌인다.
사회적인 지식이나 관계부족으로 혼자 거주하거나 영어구사의 어려움으로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 은행구좌 등 미국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부족한 이들은 재정적인 학대를 많이 받는다. 자신들에 대한 관심과 재정적인 보장을 무기 삼아 접근하는 가해자를 물리치지 못하는 이들은 결국 피해를 입는 경우가 대부분 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개인의 두려움 때문에 피해를 입고도 알리지 않으려는 것이 현실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피해자의 적극적인 보고만 있다면 또 다른 피해자를 방지하고 가해자를 뿌리 뽑을 수 있을 텐데.
한인 커뮤니티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커뮤니티 차원의 교육과 정보교환이다. 노인 학대 현상이 증가하고 있어도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참여나 계몽운동은 거의 볼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한 말로만의 차원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노인학대에 대한 인식과 정보 및 지식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홍보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다시 한번 K 노인의 피해가 나 자신이고 나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지금 어느 또 다른 K 할머니는 없는지... 말없이 학대받는 노인들의 그 울먹이는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도록 이젠 한인 커뮤니티 전체가나서야 할 때다.
또 다시 광분의 도가니 속에 빠지게 될 것이 분명해. 얼마 전 있었던 야구와 5월에 있을 월드컵 축구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이야기 한 것이다.
하나의 스포츠 행사가 마치 세상의 전부인양 온 한인사회가 떠들썩하였다. 한인 모두가 일승에 희희낙락하였고 일패에 세상이 끝난 듯 풀이 죽어버리는 모습에 빠지곤 하였다. 마치 “태초에 월드컵이 있었으니...”하는 듯 하다.
도대체 스포츠가 무엇이기에 사람들은 이렇게 흥분하는 것일까? 아이러니컬하게 4년 전 한국 축구가 세계 4강 진출한 비슷한 시기에 상영된 ‘검투사’란 영화가 스포츠란 무엇이고 스포츠와 정치의 함수관계를 잘 설명해주었다. 또한 월드컵과 거의 동시에 있었던 풀뿌리 정치,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에서 보인 민중의 무관심과 월드컵에 대한 흥분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하고 있다.
민중들이 정치에 관심을 못 갖도록 하려는 속셈으로 로마제국의 소수 권력층은 강탈하여 온 빵의 일정량을 로마 시민들에게 제공하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사고할 줄 아는 인간들을 어떻게 빵만으로 침묵시킬 수 있겠는가, 관심을 정치 이외로 돌리게 하려면 빵과 더불어 오락도 제공하자’고 결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등장한 오락이 검투이었으며 이것이 오늘날 스포츠로 이어진 것이다. 정치에서 게토 아이들(Ghetto Idle)이라고 불리는 정책이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오늘날 아메리칸 인디언과 알래스카 원주민들에게 취하고 있는 정책이 바로 게토 아이들 정책이다. 자신이 계발하고 사회현상을 이해하려 시도하는 인디언이나 알래스카 원주민에게는 국가에서 제공되던 보조금이 일시에 끊기게 된다.
한편 술과 마약에 찌들어 자신의 목소리, “이 땅은 우리 선조들의 땅”이라는 목소리를 낼 능력이 없는 원주민들에게는 술과 마약을 구입할 수 있는 국가 보조금이 끊임없이 제공된다. 정치에 무관심한 술주정뱅이에게는 보조금이 계속 지급되며 정치에 관심을 보이는 똑똑한 원주민들에게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에 관심을 갖는 아메리칸 인디언이나 알래스카 원주민들을 찾기란 가뭄에 콩 나듯 하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인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이들보다 낫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지난 월드컵 4강의 희열 속에 우리들은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 뿐 아니라 일상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철도, 가스, 전기 등공기업의 민영화, 그리고 대우자동차, 하이닉스 등 알토란같은 우수 기업들을 제대로 된 논의 한번 못해보고 외국 자본의 손에 헐값으로 넘기고 말았다. 그리고 3년 전 론스타에 거저 주다시피 한 외환은행이 4년이 채 안된 오늘날 세금 한푼 징수할 수 없는 국부유출로 이어지게 되었다.
현실이 이와 같이 진행되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계속하여 야구 월드컵과 축구 월드컵에 흥분만 할 수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안정영 사회 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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