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역사적으로 보면 한국은 여자가 나라를 통치했다. 겉보기에는 남자들이 나라를 다스린 것 같지만 속담에 있듯이 정치는 남자들이 하고 그 남자를 다스린 것은 부인들이었다. 이런 말은 속담이 속담으로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이 그랬다. 5000년 역사를 배달민족으
로 변하지 않게 지금까지 이끌어온 그 힘은 바로 여자들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로 배달민족, 단일민족이라고 하는 것은 지금까지 혼혈을 거부한 우리 배달민족 여자들의 힘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까지 배달민족,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올 수 있었다. 둘째로 나라가 위급할 때에 나라를 구하는 숨은 힘은 대부분 여자들이 만들어냈다. 미망인
이 될망정 나라를 지키라고 남편을 전쟁터로 등 떠밀다시피 내보내고 자식은 내가 키우겠다며 가정과 아이들을 지켰다.
또 우리나라의 경제를 지킨 것도 알고 보면 여자들의 힘이었다. 이조시대만 해도 남자들은 일부러 일을 하지 않았다. 일을 해서 집안이 조금 잘 살게 되면 동네 원님들이 불러다 동원에 앉혀놓고 매를 쳐서 가지고 있는 것 “도둑질 한 것 아니냐” 하면서 다 빼앗아가곤 하는 예도
있었다. 노력을 해서 부자가 됐는데도 “내가 도적질 했습니다” 할 때까지 때려 그 소리가 나오면 매를 중지하고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빼앗고 그를 놔 주었다. 이것이 우리나라 정치의 한 단면이었다.
이렇게 남자들이 일을 하지 않다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담배를 많이 피기 시작했다는 말도 있다. 집집마다 창문을 열어놓고 긴 담뱃대를 내어놓고 피워댔으며 그 만도 못한 사람은 골목길 흙 담에 등을 대고 피우고 또 막걸리를 마시고 잠이 오면 거기서 또 자고 깨면 또 담배 한대
피우다가 또 마시고 자곤 하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 무력해지고 게을러질 수밖에. 그 원인이 옳은 정치가 아니라 탈취였다. 그렇다고 가족이 굶어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때 부인들이 나서서 아이를 등에 업고 부잣집 식모살이를 하질 않나, 하루 종일 밭 품팔이, 냇가에 나가 빨래를 하거나 머리에 동이를 이고 마실 물까지 길어 날랐다. 이것이 다 여자들이 한 일이었다. 한국역사를 돌아볼 때 한국의 경제는 이처럼 여자들이 다 지켜온 거나 마찬가지
다. 가정경제가 무너지면 사회경제가 무너지고 사회경제가 무너지면 국가경제도 무너지는 법이다. 가정은 모든 것의 기초이며 기본이다.
한국에서는 최근 여자총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그걸 반대하기 위해 청문회조차 참석을 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하게 떠드는 사람들이 있다. 이유 없이 왜 반대하는 것인가. 여자총리다, 남자총리다 하는 것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의 근성일까 봐 걱정이 되는 것이다.
누구 한 사람 받치는 사람 없고 오로지 긁어내리는 소리만 들려온다.
우리나라 역사를 통해 봐도 여성들의 능력을 과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우리나라를 지켜온 그 힘은 여자들의 힘에 있지 않았는가. 남자, 여자를 따질 것 없이 어려운 시절, 혼탁한 이 사회에 공무원으로서 공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사람, 공무원으로서 지난번과 같은 골프 사건, 테니스사건, 성희롱사건, 정말 공무원으로서 공무원답게 청렴결백한 사람 아니면 누구 하나 반대할 사람이 없지 않는가.
여태까지 우리나라의 청백리상을 보면 받는 대상이 모두 청렴결백한 사람이었는데 그 상을 주는 사람을 보면 대부분 검게 물든 사람들이더라고 한다.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같이 청렴결백한 그런 사회가 된다면 우리 한국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인사회에서도 욕심 때문에 자꾸 까
맣게 물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 불법 정치자금 헌납, 불법입찰, 불법이민, 불법 하숙, 불법영업 등등. 이런 불법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어떠한 것이라도 그 안에는 좋은 것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검게 물들어가는 이러한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자기 일에 열심을 다하며 나라를 지켜온 우리나라 여자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뉴욕에는 여자들이 앞장서서 활동을 해나가는 단체들이 몇 개 있다. 이들의 활동은 남자들이 하는 말 많고 탈 많은 단체와는 달리 칭찬은 있어도 대체로 말은 없다. 세월이 아무리 변하고 여성상위국인 미국까지 와서도 여전히 우리 한인주부들은 이중고, 삼중고로 집안 보살피기에 분주하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힘이다. 그런데도 한명숙 총리 지명자가 여자라고 해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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