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나
회원의 약 20%가 한국인인데
한국말 하는 직원은 단 하나
“딱한 심규민씨”
ESPN 기사 눈길
LPGA투어에서 한국인 선수들의 손과 입 역할을 하는 심규민(25)씨. 때로는 병원을 찾지 못해 쩔쩔매는 한국선수를 위해 세 시간씩 전화를 붙잡고 통역을 해줘야 하는 등 혼자서 고생이 많다. 한국선수들과 한국 스폰서를 위해 채용됐지만 이렇게 ‘베이비시팅’까지 일일이 해야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LPGA투어에는 현재 한국인 선수가 32명인데 그 중 ⅔ 정도는 통역이 필요하다. 심씨에 따르면 영어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는 한국선수는 약 10명밖에 안 된다. 그런데 한국말을 할 줄 아는 LPGA투어 스태프 멤버는 심씨 한 명뿐이다. 약 20%에 이르는 한국인 ‘회원’들에 대한 투어의 대우 또는 배려가 형편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SPN 매거진의 시니어 골프 라이터 에릭 애덜슨은 28일 ESPN 웹사이트 골프섹션에 머리기사로 뜬 글에서 바로 이 점을 꼬집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달 초 멕시코에서 열린 매스터카드 클래식에는 통역관이 단 2명밖에 없었다. 1명은 영어, 1명은 일본어 담당으로 LPGA투어에 한국 기업이 스폰서인 대회는 많아도 한국어 통역이 있는 대회는 없다. 한국 기업이 스폰서인 대회에도 한국어 통역은 없다.
이는 미디어에 관한 문제만 아니라 경기 진행에 대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경기 중 룰에 대한 질문 또는 설명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미나와 김주미는 이미 우승 경력이 있는 선수들이지만 영어는 아직 미숙하다. 미국에 온지 2년밖에 안 되는 이미나는 이에 대해 “통역해줄 사람을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다면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영어를 배우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빠르게 배우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선수들에 대한 대우는 민감한 부분이다. 지난 2003년 잰 스티븐스는 “아시안 선수들이 LPGA투어를 죽이고 있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적도 있다. 그 일로 인해 그 당시 LPGA투어의 커미셔너였던 타이 보타가 나서 심씨를 채용하고 스태프들에게 한국 정서에 대한 교육을 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보타 전 커미셔너는 이에 대해 “그 당시 밀려들어오는 한국선수들에 대한 준비를 미처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한국인 회원이 많아졌으면 한국인 스태프 멤버도 늘어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타도 끝에는 심씨 한 명만 달랑 남겨놓고 커미셔너 오피스를 떠났다.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심씨는 보통 금요일까지만 일하고 자리를 비운다는 것. 따라서 이번 주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이미나가 우승한다면 미국 기자들을 위해 통역을 해줄 사람이 없다. 필즈오픈에서 연장 대접전 끝 우승했던 이미나는 골프채널 리포터가 마이크를 들이대며 소감을 묻자 꽁꽁 얼어붙어 대답을 못했다. 미국 기자들은 멋진 승부에 대한 소감을 듣고 쓰고 싶은데 투어 차원에서 한심한 일이다.
이미나는 이에 대해 “노력했지만 원하는 대로 대답이 나오질 않았다. 누가 좀 도와줬다면 나를 알릴 기회였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일본의 기대주 아이 미야자토는 통역관을 직접 채용했는데 한국에서 수퍼스타들인 한국선수들은 스폰서들로부터 받은 그 많은 돈으로 통역관을 채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심씨의 핸드폰만 쉴새없이 터진다. 심씨는 한국선수들의 부모들이 한국에서 걸어오는 전화까지 받다보니 그 비용을 당할 수가 없어 개인 전화 번호까지 바꿨다고 털어놨다.
LPGA투어의 현 커미셔너 캐롤린 비븐스는 선수들 미팅은 물론 대회마다 통역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요일에는 심씨가 없어 한국 기자나 한국인 갤러리의 도움을 청하는 신세여서 스타일을 구긴다. 이미나가 작년 HSBC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했을 때 바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갤러리에서 한 팬이 나와 통역을 했다. LPGA투어 관계자들은 그때 그 사람이 이미나의 친구 또는 친척으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아무관계도 아닌 사람인 것을 알고는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한국선수들의 책임도 있다. LPGA투어에서는 영어 레슨 컴퓨터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그 프로그램을 마친 한국선수가 단 1명도 없다고. 비븐스 커미셔너는 이에 대해 “한국선수들은 영어 공부할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골프연습을 더 한다는 태도”라고 말했다.
따라서 심씨는 전화에 붙어산다. 비자 서류, 렌터카 계약서, 주소변경 등 영어가 필요한 선수들의 모든 개인문제가 다 심씨 몫이다. 이들 중에는 쇼셜시큐리티 번호를 신청하기 위해 변호사를 채용했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길만 잃어버려도 심씨한테 전화를 하는 선수가 있다. 또 지난주에는 LPGA투어 사무국에서 보낸 프로앰 대회에 관한 이메일을 보고는 6명이 전화를 해 번역을 부탁했다.
딱한 심씨는 “내 임무가 아니지만 이들을 내가 안 도와주면 누가 도와주냐”며 고개를 떨궜다.
<이규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