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의 일이다. 아들과 며느리가 엄마를 집에서 쫓아내어 갈곳 없는 엄마는 남의 집 가정부로 들어가 아이들을 돌보며 지내고 있었다. 이사하는 아들에게 마지막 남은 돈 2,000달러를 주고 난지 얼마 후 아들은 앞문을 열고 며느리는 뒷문을 열고 나가라고 했단다.
지금은 펜실베니아 어느 가정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가고 있다. 70이 넘은 이 분은 이제 6월이면 갈 곳이 없어진다. 가정부로 있던 집이 하와이로 이사를 가기 때문이다. 미국에 온지 10년이 넘었지만 영주권은 고사하고 신분증 하나 없다. 신분만이라도 영주권이라도 있다면 정부의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다.
그래도 할머니는 이런 사실이 남에게 알려지지 않게 아들의 이름만은 밝히지 말라고 부탁한다. 엄마 마음은 다 똑같은 가 보다. 자식 잘 되길 바라고, 자식 위해 일평생 고생하고 모든 걸 바친다. 그 말을 들으며 하인스 어머니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 시간 한번 제대로 가져보지 못하고 오직 일만 하며 자식 하나 잘 되길 바라는 어머니 마음,
그걸 보며 자란 하인스는 어머니를 아끼고 사랑하게 된다. 어머니 없이는 지금의 내가 없듯이 어머니에게서 부지런함과 성실함 겸손을 배웠다. 누가 그 어머니에게 지금도 차갑게 냉대할 것인가? 다만 그녀의 고생 끝에 얻은 행복과 훌륭하게 자라준 아들에게 찬사를 보낼 뿐이다. 부모들이 그들의 부모에게 어떻게 하는 지를 보고 자란 그 아들의 두 딸이 과연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면서 자랄 것인가 걱정스럽다.
몇년 전 한 남자가 똑같은 수법으로 한국에서 여자를 불법으로 데리고 왔다. 현재는 이혼한 상태가 아니지만 곧 이혼을 할 건데 미국으로 가서 살자고 여자를 유혹한다. 그리고 여기 와서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결국은 이곳 저곳 상담을 하게 되고 도움을 청하게 된다. 영주권이 없는 그 여자는 불법체류자가 되어버렸다.
작년 같은 케이스의 전화를 또 받았다. 나 같은 여자가 또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 부인들은 똑같이 말한다. 경찰에서도 툭하면 부르는 이 집 가정폭력 전화에 피곤해 했었다. 전 부인들의 말처럼 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계몽과 예방이 필요한 가정폭력 부부 문제, 청소년 문제, 여러 가지 일들을 여러 단체에서 상담하며 예방교육을 하고 있지만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이곳 생활에 시간 내어 예방 세미나에 참석하기란 어려운 점도 있다. 막상 문제에 닥치고 나면 이곳 저곳 전화하지만 때는 늦은 것이다.
폭력을 당하고 살면서도 숨기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영주권을 미끼삼아 폭력을 일삼는 남자도 있지만 여자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가정폭력을 사전에 예방하는 세미나와 상담할 수 있는 변호사와 정부기관에 연결을 시켜주며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들의 임시 셸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며칠전 한국일보에서 ‘가정폭력’이라는 발언대 글을 읽었다. “가정폭력을 하는 사람을 비난하기 전에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누구나가 쉽게 가정폭력을 하게 된다는 인간의 일반적인 본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폭력이라는 결과보다는 폭력을 하게 되는 원인을 찾아서 한인 단체들이 힘을 모아 이들을 도와주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글을 읽고 과연 우리가 그들을 얼마나 도와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가정폭력 예방 세미나는 여러곳에서 하고 있지만 한국 남자 중 몇명이나 이 세미나에 참석을 할 것인가. 행복한 부부생활이란 세미나도 부부가 함께 참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극소수에 해당한다.
가정폭력은 이제 숨기거나 감춘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아픈 곳은 치료해야 하고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그냥 살아간다. 아이들 때문에, 또는 이혼하면 생활할 능력이 없어서 여러 가지 이유로 그냥 살다 60이 넘어 이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고 이혼하는 분들을 본다. 얼마나 힘들게 몇십년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숨기지 말고 상담을 통해 폭력에서 해방되자.
실비아 패튼
한미여성회
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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