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형곤씨 계기로 본 ‘운동중독’
지난 11일 한국의 유명 개그맨 김형곤씨가 갑작스런 돌연사로 사망했다. 사망 당일 헬스 사우나에서 목욕을 마치고 러닝머신에서 운동을 한 뒤 화장실에 갔다가 쓰러진 것으로 알려져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한때 몸무게가 120kg에 육박했으나 다이어트와 운동을 병행 30kg 가량 감량해 화제를 모은 김씨는 성공적인 체중감량 후에도 꾸준히 체중관리에 신경을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년의 개그맨 김씨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으로 중년 한인들 사이에서 돌연사의 공포를 비롯, 다이어트, 운동, 심근경색 등에 대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적당한 체중관리와 건강을 위해서 운동이 필요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지나친 운동은 가벼운 부상을 비롯해 운동중독, 더 나아가 아주 드물게는 죽음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문제다.
지나친 운동집착땐
되레 면역체계 손상
무리한 체중감량 시도
40~50대엔 특히 위험
지나친 운동,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운동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 요소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김진세 스포츠의학 전문의는 “적당한 양의 규칙적인 운동은 체중과 혈압조절에 도움이 되며 또한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엔돌핀의 분비증가로 기분이 좋아지고 우울증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나친 운동은 안 하는 것보다 못할 수 있다. 운동에 익숙해지고 체중이 빠지고, 운동결과에 만족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결국 운동을 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또한 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원하게 되며 더 빠른 결과를 얻고 싶어하게 된다. 운동도 너무 지나치게 빠지면 마약이나 노름, 알콜 중독처럼 정신적인 운동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김씨처럼 체중을 성공적으로 감량한 경우 다시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운동에 매진하는 경우가 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지방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고, 죄책감마저 들어 칼로리 소모를 위해 운동에 지나치게 몰두하게 된다.
젊은 여성의 경우 지나친 운동은 규칙적인 생리주기를 방해할 수도 있다. 여성의 경우 체지방이 줄게 되면 에스트로겐도 주는데, 에스트로겐은 뼈가 기초를 세우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적당한 운동은 건강에도 좋고 질병과 싸울 수 있는 면역 능력도 높인다. 하지만 지나친 운동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신체에 스트레스를 가져와 오히려 면역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운동 중 돌연사
돌연사의 대부분은 심근경색, 심장마비 등 심장질환으로 생긴다.
김진세 전문의는 “개그맨 김씨의 경우 러닝머신 운동 전 목욕을 했다고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급격하게 살을 뺄 목적으로 운동 전 사우나나 목욕을 하게 되면 수분이 빠지면서 탈수증이 오게 된다. 수분이 빠지면 혈액은 끈적끈적해지고 농도가 짙어지며 혈류의 흐름이나 산소의 공급이 떨어져 동맥의 혈액 흐름이 원활하지 못할 수 있다. 이때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운동을 하게 되면 체내 산소량은 더 필요한데 심장으로 가는 혈액 양이나 산소 공급량이 적어지고 심장은 정상 박동을 이루지 못하면서 심장마비가 올 수 있는 것.
또한 선천적으로 심장 근육이 큰 것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랑의 병원 김일영 심장내과 전문의는 “운동중 돌연사의 원인은 동맥경화증이 있어서 심장마비가 오는 경우도 있으며 선천적인 심근 비대증으로 심장 근육이 두꺼워 운동시 산소 공급량이 부족해 심근경색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경우 체중감량에 성공해도 운동 중 돌연사나 심장질환의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다. 김일영 전문의는 “살을 뺏기 때문에 그만큼 심장질환 발병 확률을 줄인 것”이라며 “체중을 줄이지 않았다면 더 빨리 심장질환이 찾아왔을 수도 있다. 많은 40~50대 중년층이 살을 무리하게 빼려다 돌연사를 겪기도 한다.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지 말고 건강 상태를 꼭 체크하고 전문의의 조언에 따라 운동하도록 한다”고 조언했다.
지나친 운동은 아니함만 못해
#운동중독과 섭식장애
지나친 다이어트는 섭식장애를 불러올 수도 있다. 섭식장애가 있는 경우는 또한 운동중독에 빠질 수 있다. 체중 증가에 대한 공포는 운동에 지나치게 몰두하게 만들기 때문.
운동은 칼로리를 소모하고 체중을 줄이는데 큰 효과가 있다. 하지만 섭식장애인 거식증(anorexia)이 있는 경우 먹지는 않고 무조건 운동을 심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김진세 전문의는 “거식증으로 인한 운동중독은 식사는 별로 하지 않으면서 운동에는 집착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섭식장애인 경우 혼자 운동하는 경우가 많고 하루 3~5시간씩 먹지 않고 운동을 하기도 한다.
#적당한 운동량은 개개인마다 다르다=잘 훈련된 마라토너는 일주일에 100마일 정도 달릴 수 있지만 운동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 갑작스럽게 운동량을 늘리면 되레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체중을 빼기 원하는 운동 초보자는 에어로빅이나 자전거 타기, 조깅, 걷기 등 심혈관계 운동인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3회, 약 20분간 하는 것이 적당하다.
또한 건강해도 정기 검진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 건강상태를 확인해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전문의에게 추천 받도록 한다. 40~50대는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걷기나 조깅부터 시작해 땀이 살짝 날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운동시간과 강도는 적당하게 천천히 늘려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운동을 할 때는 즐기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지나치게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를 때가 있다. 몸이 아프거나 피로감이 심하다고 느끼면 즉시 운동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
#고혈압, 당뇨병이 있는 경우 어떻게 운동해야 할까=만성질환이 있는 경우는 꼭 전문의와 상의한다. 심장병이 없어도 중년이나 노년층의 경우 과격하거나 무리가 되는 운동은 삼간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무게를 드는 근육강화 운동인 리프팅은 좋지 않다. 리프팅을 하면서 혈압이 올라 뇌출혈의 위험이 있기 때문.
고혈압이나 당뇨병은 심혈관계 운동을 가볍게 서서히 하도록 해야 한다.
관절염이 있거나 허리통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리프팅은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관절통이 심하면 수영이 추천된다.
또한 비만이거나 가족 중 심장병이 있었다면 운동을 선택하기 전 심장과부화 검사, 동맥경화증, 혈전 등 검사해볼 수 있다.
#운동중독 자가 진단 체크
-매일 정한 운동을 하루라도 거르면 불안해 진다.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안 좋아도 운동을 한다.
-가족이나 주변의 관계보다 운동이 가장 최우선이다.
-체중 감량을 위해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아주 지칠 때까지 운동을 하거나 정해 놓은 양보다 더 많이 운동을 한다.
-운동으로 인한 부상에도 쉬지 않고 운동을 한다.
-운동 때문에 직장, 가정을 소홀히 한 적 있다.
(이중 4개 이상 해당되면 운동 중독 의심.)
#적당한 운동을 위한 고려사항
-급격히 무리한 운동은 피한다.
-아픈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그만 둔다. 아프다는 것은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다. 통증이나 불편한 증상이 생기면 즉시 운동을 멈추고 전문의를 찾아간다.
-새로운 운동을 시작한다면 가급적 천천히 시작하며 강도도 최대한 천천히 시작해본다.
-똑 같은 운동만 계속하지 말고 운동의 종류를 번갈아 가며 해본다. 심혈관계 운동을 30분씩 한다면 뛰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을 매일 번갈아 가며 해본다.
-운동 중에는 수분 섭취에 유의한다. 기온이 높거나 여름철 습도가 높을 때는 충분한 수분 섭취 후 운동을 해야 한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은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비만인 경우 운동을 시작하기 전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흡연의 여부, 가족 병력 등을 검사해 전문의의 조언에 따라 운동해야 한다.
<도움말=김진세 스포츠의학과 병원 스포츠의학 전문의,
사랑의 병원 김일영 심장내과 전문의>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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