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돌풍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대파에 이어 일본까지 2연파하면서 파란을 지속하고 있다. 단 50여개의 고교야구 팀을 보유한 한국이 고교 야구팀 천개가 넘는다는 일본을 2연파한 것은 이순신의 ‘명량해전’에 비견(?)되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 WBC가 시작되기 전만해도 본선에서 꼴찌를 다툴 것으로 예상됐었다. 한국이 비록 박찬호를 위시 김병현, 서재응 등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나 라저 클레멘스, 제이크 피비, 단트렐 윌리스등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들과 데릭 지터, 알렉스 로드리게즈 등 올스타급 호화타선을 보유한 미국을 꺾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얕잡아 본 한국은 달랐다. 탄탄한 기본기, 조직력에서 미국에 앞섰고 집중력과 타격 응집력등 야구의 중요한 골자에서 모조리 한국이 우세했다. 한 방이 부족한 것이 다소 열세였기는 했으나 미국전에서는 최희섭의 홈런포로 한방의 갈증도 깨끗하게 해소했다. 명실공히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야구 강팀으로 거듭난 것이다. 어떻게 이런일이 가능했을까? WBC가 개인기 보다는 팀웍으로 꾸려 나가는 진행방식이기 때문이다. 4강전까지 한 투수가 70구 이상을 초가하지 못하게돼 투수의 응용력에서 한수 앞선 한국이 유리했다. 미국타자들은 절묘한 타이밍으로 투수를 교체하는 한국의 불펜을 상대로 리듬을 맞추지 못했고 연속되는 헛스윙으로 공치고 말았다.
한국은 일본과의 2차전에서 선동렬 코치의 절묘한 투수 운용으로 1점만 내주는 짠물야구를 펼쳐 일본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었다. 사실 일본과의 2차전은 WBC 우승의 분수령이 될 만큼 중요한 경기였다. 탈락위기에 몰린 일본은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었고 특별히 이길필요까지 없었던 한국은 일본을 보기 좋게 따돌리며 누가 진정한 강자인가를 뚜렷히 보여주었다. 한국은 미국이 멕시코에 패함으로써 4강전(준결승)에서 일본과 다시한번 맞붙게 됐다. 삼세판 격돌이라 다소 부담되는 경기이기는 하지만, 미국보다는 오히려 부담이 덜하다. 미국은 비록 멕시코 전에서 로켓맨 클레멘스의 부진으로 선취점을 내주고 분패했으나 준결승에서는 제이크 피비를 내보낼 예정이다. 피비는 알려졌다시피 샌디에고의 에이스로서 내셔널리그에서는 최정상급에 속하는 투수다. 아메리칸 리그에 요한 산타나가 있다면 내셔널 리그에는 피비가 있다. 랜디 잔슨과 같은 위압적인 강속구는 아니지만 피비는 예선 1차전에서 멕시코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지난해 13승7패, 방어율 2.88로 고마고만한 샌디에고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 선봉장에 선 투수다.
피비 보다는 오히려 일본의 우에하라가 상대하기 쉽다. 한국은 일본전에서 또 이겨야한 다는 부담감을 안고 싸워야한다. 반면 설욕전을 노리고 있는 일본은 한국 타도를 위해 ‘올-인’ 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정신력에서는 일본이 무드를 타고있지만 한국도 4강전에서 패하면 6연승으로 쌓은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배수진을 치지 않을 수 없다.
일본과의 3차전은 일본이 타격에서 한 수 앞서고 있기에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 2경기가 보여주었듯 역시 야구는 투수력이 중요하다. 선동렬 코치의 투수운용력을 다시한번 믿어 볼 수 밖에 없다. 내야수비도 견고하고 일본을 이미 2차례 꺾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공포증도 사라졌다. 승리의 여신이 어느 팀에 미소질지는 알 수 없지만, 기록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승부를 재는 척도이다. 2연승한 한국이 이긴다고 봐야한다. 설혹진다해도 한국은 부끄럼없는 패배가 될 것이다. 이미 2차례 일본을 꺾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할 수 있다는 자심감도 얻었다. 사실 4강전은 그 어느 팀을 상대로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강팀들만 모였다. 그 4강에 올라왔다는 것만해도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제 일본야구는 한국을 우습게 볼 수 없게됐다. 한국의 돌풍으로 세계야구가 한국을 다시 보게 됐고, 한국팀 자신도 자신을 다시보는 계기가 됐다. 한국 선수들이 대거 일본,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날이 결코 멀지않았다. 이번 WBC는 미국보다도 한국을 위한 잔치, 한국 야구가 다시 부활하는 계기가 됐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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