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태(시인)
역사란 멀리 뒤에 있는 것 같지만 미래를 향하여 현재를 살아가는 현실 앞에는 더욱 크고 영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현자는 그것을 볼 줄 알고 역사의 가르침을 따라 옳은 역사를 만들어 간다.
중국의 현왕 요, 순 임금이나 조선조의 황희 정승은 역사를 볼 줄 알았고 그 역사 속에서 정치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을 발견하고 순응하여 현왕이나 제일의 정승이 되었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려내는 것이 욕심 때문에 그리 쉽지는 않지만 한 세대를 통치하며 살아간 인물들의 판단력과 행적을 역사 속에서 발견하고 추려내어 한 시대를 이끌었
기에 칭송받는 현자가 되어 지금까지도 그 이름이 내려오고 있다.
뉴욕한인회가 설립된 지도 햇수로는 꽤 되었다.
처음 한인회가 설립되었을 당시만 해도 교포들은 박수를 치며 잔잔한 흥분 속에서 많은 기대를 했고 그 발족을 치하했다. 그 때만 해도 한인
회는 교포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한인회! 뉴욕한인회 뿐만 아니라 LA한인회, 워싱턴한인회 등등, 날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한인회의 존재 여부를 놓고 무관심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왜? 나는 글이나 쓰고 문학 지망생들을 가르치는 하생에 불과하지만 한인회를 존경하고 한인회의 노고를 치하해 왔다. 일본사람들에게는 없는 한인회, 종교로만 뭉쳐져 있는 중동사람들, 그러나 우리에게는 모든 것을 초월하고 하나로 뭉치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에 한인회의 존재를 의심치 않고 받들어 왔다.
그런 한인회에 회장에 당선되어 입성한 사람들 중에는 한인사회를 위하여 헌신한 사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뉴욕의 한인사회 보다는 한국 정치권에 입문하는데 이용해 보려고 시도한 사람도 있었다.한인들은 그간의 한인회의 행적을 귀로 듣고 눈으로 보아 왔다. 한인회장 명함을 들고 청와대
를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회장, 뉴욕에서 밤잠을 설쳐가며 극진하게 대접한 한국의 국회의원에게 기대를 걸었던 회장이 외면만 당하고 쓴 입맛을 다시고 돌아온 회장,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유신 국회의원을 바라보며 가산을 탕진하다시피 서울을 오고 가다 실패하고 패가망신
한 회장, 한인회의 회장으로서 임무가 무엇인지 모르고 축사로서 밤길을 휘젓던 회장.
한인사회에는 무수한 지역 직능단체들이 있다. 수산인협회, 봉제협회, 네일협회, 잡화협회, 세탁협회, 청과협회 등등 수많은 협회가 있다. 경제력을 신장하고 친목으로 단결해 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보라! 이들을! 장사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먹고, 입고, 닦는 장사에 왜 어려움이 없겠는가! 야채가게는 좌대 문제, 세탁소는 환경문제, 봉제에는 불황 문제, 신분문제, 네일에는 화학약품을 코끝에다 대고 일을 해야 하는 종업원의 건강문제 등등 한인회가 나서서 구석구석 보살펴주어야
하는 현안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산적해 있지 않는가?
한인회는 외형의 한인회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동안 한국일보에서 한인회를 동반 초청하여 치르던 퍼레이드를 한인회에서 주도권을 찬탈하려 한다니 단결 속의 단결이 아니라 단결 속의 분열을 한인회에서 주창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심히 앞선다. 이러다가는 각 직능단체의 행사마저도 한인회의 주도로 모두 치루어져야 된다고 하지 않을까?
뉴욕의 40만 교포, 미국에 200만에 가까운 교포, 옛날이라면 나라 하나를 운영할 만한 인구이다. 눈을 새롭게 뜨고,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고, 한인회장으로 당선될 때의 각오를 되새겨 보라!
인품이 훌륭하지 않았으면 회장으로 당선 되었겠는가? 공약이 우리의 현실 생활과 관련이 없었다면 회장으로 당선이 되었겠는가? 우리의 내실은 한국에 있지 않다. 우리의 미래는 뉴욕을 방문하는 한국의 국회의원이나 허술한 고위공직자에게 있지 않다. 현지에서의 피나는 노력과 단
결에만 있을 뿐이다.한인회는 하고 싶어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고, 하지 말라고 해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외형의 행사라면 해야 할 단체에게, 내적 수고라면 한인회에서 감당해야 회장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요,
순이나 황희정승 처럼 살기가 어려울수록 그리워하면서 칭송할 것이 아니겠는가.명예와 칭송은 일부러 만들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수고 후에 가져다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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