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몽고메리 카운티 순회재판소에서는 형사재판을 할 때 유죄를 자인하는 피고를 대표하는 변호사에게 3명의 판사 이름을 주고 그 중 하나 택하도록 하는 관행이 있었다. 판사들 중에 어떤 이는 피고들에게 동정적인 선고를 하는 평판이 있으니까 그런 사람을 선고판사로 고르면 자기 고객에게 유리할 것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검찰이나 범죄피해자의 입장으로는 피고쪽의 판사 쇼핑처럼 보이기 때문에 중단됐다.
그러나 재판장소, 또는 법원 고르기, 또는 쇼핑은 여전히 있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두 군데에서 할 수 있는 어떤 사건을 연방법원에 제소할 것인가, 또는 주 법원에 할 것인가를 고려함에 있어서 증거수집 절차와 재판의 신속성만이 아니라 그 법원 전체의 성향 같은 것이 고려대상이 되는 것이다.
최근 연방 대법원에서 다루어진 애나 니콜 스미스의 상고는 흥미를 끄는 사건이다. 우선 돈과 섹스는 항상 뉴스거리라는 점에서 그렇다. 스미스가 1994년에 텍사스 오일 억만장자였던 J. 하워드 마샬과 결혼했을 때 그는 26세였고 남편은 89세였다. 어느 나이트클럽의 누드 댄서였던 스미스에게 빠진 그 노인은 집 두채 및 값비싼 보석들을 포함한 수백만 달러를 쏟아 부은 결과 그와 결혼하는데 성공했지만 결국은 14개월 후 죽고 만다. 스미스는 남편이 살아있을 때 여러번 약속하기를 재산의 반을 자기에게 주겠다고 말했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마샬의 유서나 재산신탁에는 스미스에게 재산을 준다는 말이 없이 16억 달러로 추산되는 재산을 자기 아들 피어스 마샬에게 준다고 되어있는 게 스미스에게는 불리하다.
하지만 스미스가 17살 때 결혼해서 낳은 아이의 보모로 일하던 여자가 스미스에게 성적희롱을 당했다고 스미스를 고소한 사건에서 스미스가 대응을 않고 있다가 83만 달러 패소를 당하면서 파산선고를 하는 바람에 스미스는 연방 파산법원, 그리고 연방 지방법원의 관할 아래 서게 된 것이다. 연방법원에서는 스미스가 마샬의 유산 중에서 8,8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내렸다.
그러나 유산이나 망자의 주소인 텍사스 주 법원에서는 스미스가 유서에 언급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유산은 마샬의 아들 피어스에게 가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처럼 상반된 판결 때문에 사건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연방 항소법원에 올라와 이 법원에서 스미스가 패소하자 그 사건이 연방 대법원에 올라오게 된 것이다.
마샬과 결혼한 후인지 혹은 그가 죽은 다음인지 스미스는 그 풍만한 가슴을 무기로 플레이보이 잡지의 모델이 되고 그 중에서도 뛰어난 육체파가 지명되는 어떤 해의 최고 플레이메이트로 선정되기도 하면서 MTV 프로그램 같은 데서는 웃옷을 다 벗어버리는 등의 행태로 황색 저널리즘의 단골 메뉴가 되어왔었다. 텍사스에서의 재판 중에는 마샬이 병상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재산 반을 달라고 상의를 벗어 던지고 남편을 졸라댔다는 간호원의 증언도 있었지만 스미스 자신은 그렇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촌극도 있었던 모양이다.
대법원에서 스미스 여사는 평소와는 달리 검정 옷에 검정 양말로 몸을 감싸고 방청객석에 앉아 심리 내용을 경청했다는 보도이다. 보도에 의하면 여러 대법원 판사들의 질문이 스미스에게 동정적이었단다. 또 ‘법원의 친구들’(Amicus Curiae) 이라고 불리는 제도로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에 있어서 상고인 또는 피상고인을 지지하는 법률 각서를 관심 있는 사람이나 기관에서 제출할 수 있는 바 스미스를 지지하는 법률 각서 중에는 미 법무부, 즉 부시 행정부의 것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유산문제가 연방법원에 계류 중일 때는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 있기는 하다.
스미스 사건의 대법원 공방전은 끝났지만 이제 9명의 판사들이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토론 끝에 내리는 판결은 몇 달 후에나 발표되는 게 보통이다. 유산 관계는 주법이 우선 이라는 아들의 주장이 이길는지, 또는 결혼하면 재산 반을 주겠다는 약속은 연방법원에 호소할 수 있는 예외라는 스미스의 주장이 먹혀 들어갈는지 주목된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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