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트 수탁자 선정

트러스트를 만들 때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누구를 수탁자(trustee)로 선정하느냐이다. 수탁자는 재산 관리와 세금보고, 재산이 지정된 수혜자들에게 가도록 변호사와 함께 일한다. 보통 유언 집행인이 하는 일을 하게 된다.


관리능력 있는 개인 뿐 아니라
전문기업에도 맡길 수 있어

물론 리빙 트러스트를 만들면 트러스트를 만드는 본인(트러스터·truster)이 사망할 때까지는 대개 자기 트러스트의 수탁자로 일하게 된다. 그래서 의사 결정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 가지 않는다.
트러스터가 사망하고 나서, 혹은 리빙 트러스트가 아닌 다른 종류의 트러스트 경우에는 제삼자가 트러스트의 재산을 관리하게 된다. 부부가 다 살아 있는 경우에는 부부가, 그 다음엔 생존 배우자가, 그리고는 성년 자식이 수탁자로 일하는 것이 상례다. 이번 주에는 수탁자를 선정할 때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첫째, 수탁자는 반드시 성인이어야 한다. 자녀가 미성년인 경우에는 믿을 만한 제삼자를 수탁자로 세우거나 혹은 기업(Corporate) 수탁자를 세운다. 기업 수탁자란 은행이나 금융기관 중에 트러스트를 관리해주는 곳을 수탁자로 선정하는 것이다. 기업 수탁자를 세울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장단점이 있다.
기업 수탁자는 안전하고 트러스트 관련 법이나 세금문제 등에 대해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어 믿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개인이 수탁자를 하게 되면 재산을 수혜자들을 위해 쓰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쓰면 감시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린 자녀를 두고 부모가 다 사망하였다면, 수탁자가 유산을 자녀를 위해 쓰지 않을 수도 있다. 각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수탁자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수탁자는 이런 면에서 더 안전하고 재산을 체계적으로 투자해준다는 점에서 좋다.
반면 기업 수탁자를 쓰기 위해서는 대개 매년 재산 총액의 1%정도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만일 재산 액수가 그리 크지 않다면 기업 수탁자를 쓰는 것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자녀가 어리다면 재산관리는 기업 수탁자에게 맡길 수 있다. 반면 자녀 교육이나 정서 생활에 관련된 면은 기업 수탁자가 관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만일 기업 수탁자를 대신해 개인을 수탁자로 세운다면 자녀, 회계사나 재정 전문가 등 전문가를 후보로 들 수 있다. 어떤 경우든 가장 중요한 점은 수탁자는 재정관리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선정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사망할 때 모든 재산을 동거한 여자친구에게 주고, 그 여자친구가 사망하면 모든 재산은 자신의 아들에게 주도록 되어 있는 트러스트를 맡은 일이 있었다.
아버지는 모든 재산관리를 아들에게 하도록 아들을 수탁자로 선정했다. 문제는 아들이 전혀 재정관리나 서류정리에 재주가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친어머니가 아닌 아버지의 여자친구에게 이익이 가게끔 재산을 관리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매년 아들과 여자친구는 아들이 제출한 서류의 신빙성이나 정확성 혹은 재산분배의 적고 많음 때문에 싸웠다. 결국은 법정에서 재산을 미리 분배받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좋다고 판단하고 처리한 적이 있었다.
그러므로 재정관리에 능한 사람이 수탁자가 되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그리고 재산관리를 위해서도 좋다. 가족간 혹은 수혜자간에 있을 수 있는 감정 싸움의 요소들을 미리 대비하고 완화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마지막으로 외국인을 수탁자로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예를 들어 한국에 있는 친척을 수탁자로 정하면 어떤 경우 트러스트 자체가 해외 트러스트로 간주되어 세금 면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수탁자가 미국 상황을 잘 알지 못해 트러스트를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할 수가 있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수탁자 선정 문제는 시간을 두고 잘 고려해야 할 문제이다.


박 영 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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