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오(우드사이드)
지금 고국에서는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가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모양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그는 “사려 깊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요지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문은 본인 스스로가 아닌 제 삼자(이강진 총리 홍보수석)의 대독으로 발표되었다. 속된 말로 <참새는 죽어도 ‘짹’하고 죽는다>더니 과연 카리스마 넘치는 독불장군 이해찬 답다.
그는 이에 앞서 4일 저녁 청와대 대통령 관저로 전화를 걸어 대국민 사과 입장표명 계획과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한 입장을 보고하면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때 그는 대국민 사과 계획과 동시에 사의가 아닌 사표를 직접 제출했어야 옳았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이해찬은 2004년 6월 20일 고 건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총리에 취임한 이후 1년9개월을 지나오면서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아마도 그는 노정권과 함께 종착역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으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고압적인 자세로 안하무인적인 돌출행
동을 할 수 있었겠는가? 흔히 말하는 <권불십년> 따위는 생각도 못했으리라.
대한민국의 제 2인자 이해찬, 분권형 총리 이해찬, 실세 총리 이해찬 등등 그 수많은 수식어들이 그를 독불장군, 안하무인, 유아독존적인 인물로 만들었고 그 역시 그 함정에 빠져 앞 뒤 사리를 가늠치 못했으리라. 그러다 보니 그도 시나브로 폭군(?)으로 변해 갔고 그의 주변에는 아
첨꾼들만 꼬여들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나 할까?
여기 우리는 총리 이해찬의 골프 중독 증세를 한번 살펴보자. 그동안 그는 여섯 차례나 골프 문제 때문에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었다. 2004년 6월 군부대 오발사고 희생자 조문 직전에 친 골프, 2005년 4월 강원도 속초 양양의 산불로 낙산사가 소멸하는 시각에 벌인 소위 식목일 골
프, 동년 7월 남부지방 집중호우시 제주도에서의 골프회동, 철도파업 골프, 봉황문양 골프공 선물 수령건, 법조 브로커 윤상림과의 골프파티 등 몇 차례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작년 식목일 골프사건 때도 근신하겠노라며 사과했지만 이는 한낱 구두선(口頭禪)에 지나지 않았다. 제 버릇
개 주기가 그다지도 어렵던가?
유유상종의 예를 들어보자. 초록은 동색이요, 그 아비에 그 자식이란 옛말 같이 3.1절 골프 파동으로 온국민이 들끓고 있는데 부총리 김진표는 상전의 입장을 두둔한답시고 “왜 등산과 골프가 차별화 되어야 하느냐”는 우문을 했는데 소금과 설탕도 구별 못하는 그의 우매함에 그저
놀랄 뿐이다. 역시 자기 상관을 옹호한답시고 총리실 측은 좀더 구체적으로 “철도 파업에 대한 대책은 이미 다 마련되어 있고, 해당 주무장관들이 있는데 왜 총리가 다 챙겨야 하느냐?”는 거의 같은 수준의 우문을 했는데 그런 논리라면 총리라는 자리가 왜 필요한가.
총리는 국정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아무리 공휴일이라지만 철도 파업으로 국민이 불편을 겪고 있으며 한쪽에선 농성으로 아우성인데 총리라는 사람이 부도덕한 전과자들과 골프나 치며 희희낙락해야 옳단 말인가.
여기서 필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국정을 총괄해야 할 책임지가 위급하고 중요한 상황을 제쳐두고 어떻게 한가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느냐. 이것은 직무 유기가 아니냐 하는 것이다. 이해찬 총리는 국민이나 여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오만과 교만, 독선과 아집의 화신이다(그 누구
처럼).
그의 사의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선택이다. 이미 교체가 결정된 4개 부처 외에 소위 ‘우해찬’ ‘좌시민’ 중 한 팔이 떨어져 나간다면 분권형 국정 운영과 레임덕 방지라는 통치의 기본 틀에 금이 갈 염려가 있으므로 그의 경질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유임 쪽으
로 굳혀버리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지금 정부 여당에서는 5.30 지방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야당의 소위 ‘최연희 성추행 사건’이라는 호재를 불로소득해서 의기양양해 있지만 만약 현 총리의 유임이 지속된다면 그의 반복된 실수에 따른 싸늘한 여론은 야당의 성추행 사건을 덮어버리고도 남을 것임에 틀림
없다.
이번 선거의 승리를 위해서는 총리의 경질에 주저해서는 안될 것이며 여론을 존중해서라도 총리의 경질은 반드시 단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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