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회사의 성공 요인을 규명하는 일은 먼저 성공이 있고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되어지는 요인들을 찾는 것이므로 우연히 이루어진 일을 필연적인 결과로 미화할 위험이 있다. 다른 회사도 그와 똑 같이 했더라면 성공했을까 하는 의문이다.
남성정장 소매업체인 ‘멘스 웨어하우스’(The Men’s Wearhouse)에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은 한인들이 의류/봉제업에 많이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소위 ‘성장’산업이 아닌 분야에서 성장을 이루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성장산업에 있는 회사들은 기술적 우위를 가지고 있거나 상표 등에 의존하는 시장 지배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남성 정장 디스카운트 소매업체인 ‘멘스 웨어하우스’는 기술이나 상 등에 의존하는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회사다.
1973년에 최초의 스토어를 텍사스 휴스턴에 연 이 회사의 창업자 조지 짐머는 ‘남자들은 샤핑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데 착안하였다. 전문계층 남성층을 겨냥해 ‘매일 저가 가격책’(every day low pricing strategy)을 도입했다. 상대적으로 샤핑을 등한히 하여 가격 비교에 둔감한 전문층 남성들에게 저가정책을 실시하여 시간제약에 따른 습관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가격우려에 대한 인식상의 불안감도 해소시킨 것이다.
‘매일 저가’이므로 ‘세일’을 하지 않고 계절적 요인에 따라 매년 1월에 단 한 번만 세일을 하는 것도 같은 전략이다. 짐머는 자신이 비즈니스 대상으로 할 고객층을 확실히 인식한 것이다. 그들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형을 통해 가치창출을 한 것이다. 나아가 짐머는 제품 중심의 사고방식이 아니라 대상고객의 포괄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고객관리제도를 실시했다.
이 회사는 소위 ‘의상 컨설턴’(wardrobe consultant)라고 불리는 판매원들이 제공하는 고객 서비스가 회사전략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과의 장기적 관계를 구축하여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고 그들의 모든 의류 필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곳으로 되기 위한 것이었다.
짐머의 성공적인 마케팅은 제품에 관 한 것이 아니라 고객관리였다. 짐머 자신이 T 광고에 나와 ‘제가 보장합니다’(I guarantee it)라고 말하는 것도 이러한 그의 철학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 회사의 가장 큰 어려움은 최상의 종업원들을 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상에 이런저런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보통 의류소매업체 판매분야에 지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의상 컨설턴트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회사의 과제이지만 회사의 철학을 종업원간 상호의존 중요성과 그에 따른 팀워크와 팀판매 강조에 두었다. 상호 책임감과 상호 존중을 통해 비록 상대적으로 능력이 떨어질지는 모르지만 종업원들의 잠재한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이 회사의 철학이다.
이러한 종업원에 대한 철학과 고객에 대한 태도를 반영하여 짐머는 ‘우리는 양복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비즈니스에 종사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의 성공뿐만 아니라 지속적 성공을 유지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 언급이다.
디즈니사를 세운 월트 디즈니가 “모든 것이 한 마리의 쥐 때문에 시작된 것을 기억하라”한 말은 생에 있어서 꿈의 중요성을 강조한 일반론일 수 있지만 기업에는 비전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통 부자들이 장미뿌리로 만든 파이프를 사용한다고 해서 장미뿌리 파이프를 피는 것만으로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부자가 된 느낌은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성공적 회사들은 회사의 방향을 말해주는 미션 스테이트먼트(Mission Statement)를 갖고 있다. 길 필요는 없지만 비전이나 아이디어, 철학이 제시되어 있어 종업원 등 회사의 이해 관계자들에게 회사의 존재이유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제약회사인 존슨 & 존슨의 것도 유명하지만 ‘멘스 웨어하우스’의 것도 이러한 조건을 잘 구비하고 있다.
당신의 회사에 아직 이런 것이 없다면, 우선 오피스 디포에서 파는 ‘Mission Statement’라도 사서 걸어두는 것으로 장미뿌리로 된 파이프나마 구비하는 셈이다.


정요진
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