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인터뷰] 영화 ‘데이지’ 주인공 박의 역…
내게 남을 또 하나의 캐릭터 만나
정우성(33)이 또 한 편의 멜로 영화를 들고 왔다. 9일 개봉하는 ‘데이지’(감독 류웨이장, 제작 아이필름)에서 킬러 박의가 됐다.
비록 지난해 10월 개봉한 옴니버스 영화 ‘새드 무비’가 있지만 이는 정우성의 영화라고 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2004년 11월 ‘내 머리속의 지우개’에 이어 또 다시 멜로 영화로 관객과 만난다고 느껴지는 것.
킬러라는 직업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 앞에 나서지 못한 채 그를 위해 데이지 꽃을 보내는 ‘숨겨진 사랑’(이는 이 영화의 부제이기도 하다)을 한다. 여자 앞에 다른 한 남자가 나타나자 질투심에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드러낸다. 애타는 사랑, 숨겨야 하는 사랑을 해야 하는 정우성의 연기는 다분히 현실적인 설정 속에 진한 눈물을 뽑아냈던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박의를 두고 ‘비트’ 이후 이제야 내게 남을 또 하나의 캐릭터를 만났다고 말할 만큼 애정을 보이고 있는 정우성을 만났다.
◇ 순수하고 단순한 박의가 좋다
박의라는 이름, 좀 낯설다. 정우성은 쉽게 굴하지 않는 의지 같은 게 느껴지지 않나요라 되물으며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이름이라고 했다.
우연인지 잇달아 멜로 영화에 출연했다. ‘잘생긴’ 정우성이 좀처럼 멜로 영화를 선택하지 않아 여성 영화 팬들을 안타깝게 했는데 스크린에서 절절한 사랑을 하는 그를 연속해 만나는 기쁨을 주고 있다.
멜로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을 뿐이에요. 연달아 멜로 영화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습니다. 표현되는 방식이 다르니까요. 이번 ‘데이지’를 촬영하면서는 사랑의 감정을 한 인간으로서 다양한 시각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영화는 대사보다는 박의와 혜영(전지현), 정우(이성재) 세 남녀의 눈빛을 담아내고 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감정. 사랑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사람의 감정이라는 걸 말하려는 듯하다.
그렇다 해도 인물에 대한 설명이 너무 없지 않느냐는 가벼운 항의에 그는 원래 시나리오에는 설명이 들어 있기도 했지만 그런 설명이 없다 해도 큰 무리는 없는 것 같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앞뒤 과정은 빼고 현실 안으로 들어가는 거죠. 보는 이가 이해하기 쉬운 현실이 있고, 어려운 현실이 있겠지만 어느 순간 그건 잊게 되는 거 아닐까요. 그저 영화 속 상황만에 빠져들게 될 겁니다.
박의의 감정을 관객이 그냥 보고 느끼길 원한다.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드러내게 된 순수하고 단순한 인물이에요. 사랑은 계산처럼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죠.
혜영 앞에만 서면 어색한 그의 표정. 이에 대해 정우성은 그저 지켜보기만 해도 좋다고 느꼈던 사람 앞에 누군가 나타나자 생각지도 않은 질투심이 일어 자신을 드러냅니다. 어찌 어색하지 않겠어요. 너무 자연스럽게 행동한다면 그건 계산된 사랑인 거죠라 말한다.
◇ 굳이 안 어울리는 옷을 입을 필요는 없다
정우성과 전지현. 최고의 CF 스타다. CF에서는 여러 번 호흡을 맞췄고, 친한 선후배 사이지만 영화에선 처음 만난다. 그들에게서 떠올려지는 CF적 이미지가 배우로서는 어떤 한계를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참 많이 편해져 있었다. 정우성은.
지현이랑 처음 영화를 하며, 짧지만 임팩트가 큰 CF와 달리 무겁고 진중한 영화를 하게 됐다는 부담감과 한편으로 기대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촬영 초반엔 약간 어렵기도 했는데, 이내 편해졌죠. 별다른 부담 없이 촬영했는데, 개봉을 앞두고 영화 외적인 시선으로 우리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아 요즘에야 부담이 생기네요.
그는 그를 둘러싼 ‘이미지’를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정우성을 잘났다고, 전지현을 이쁘고 섹시하다고 봐주시는 거 고마운 일입니다. 배우로서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건 큰 장점이죠. ‘뛰어넘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기도 하는데 어찌 한다 해도 사람들이 그렇게 보지 않기 때문에 그걸 뛰어넘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쉼없이, 막힘없이 그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깰 수 없는 것을 깨기 위해 괜히 시간과 노력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영화 ‘똥개’에서) ‘정우성은 밑 빠진 트레이닝복을 입어도 멋있더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경구 형의 ‘박하사탕’과 ‘오아시스’를 무척 좋아하고 해보고 싶지만, 결코 정우성이 그런 역을 맡을 수는 없더라구요. 대신 경구 형이 (’비트’의 한 장면처럼) 오토바이 탄 채 두 팔을 벌리는 장면을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무슨 말인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우리(전지현을 포함한 말이다)가 해야 할 건 제가 맡은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 그걸 진실하게 느끼게 하려는 노력 같아요. 이미지를 뛰어넘으려는 것보다는 그걸 이용해 잘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니까요. 다양한 영화를 할 수는 없겠지만 캐릭터와 연관지어 배우 개인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세월이 준 선물
낯가림이 심한 편이었다는 정우성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이렇게 변한 게 나이가, 세월이 준 선물이라고 했다.
세상이 절 아는데 제가 다른 사람들을 모른다고 낯을 많이 가렸어요. 그런데 이젠 제가 몰라도 세상이 절 아니 낯가림을 하면 안되겠구나 생각하죠.
정우성은 배우라는 직업은 사람을 좋아하게 만드는 직업이라고 했다.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고 고민하다 보니 사람을 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에요. 예전에는 세상을 잘 몰라 딱딱하게 튈 수밖에 없었나 봐요. 나이가 들어 전보다 보고 느낀 경험이 많아지니까 유해지기도 하고, 좋네요.
자신 있는 캐릭터와 함께 홍콩 감독과 뜻깊은 작업을 마친 정우성의 표정에 뿌듯함과 자신감이 배어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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