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희봉(수필가, 환경엔지니어)
영국 작가 스티븐슨의 소설, 「보물섬」을 가슴 졸이며 읽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주인공 소년 짐이 해적의 지도를 입수, 보물섬을 찾아 나섰을 때, 나도 그를 따라 상상의 돛폭을 올리며 탐험선에 올랐었다. 그때, 보물섬은 망망대해에 숨겨진 고도였다. 헌데 오랜 세월 지나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 어느 날, 베이 브리지를 건너다가 도시의 틈에서 문득 보물섬 팻말을 발견하였다.
트레져 아일랜드 (Treasure Island). 오클랜드와 샌프란시스코 중간에 만들어진 인공섬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베이 한 가운데 솟은 돌섬, 얼바 부에나에 잇대어 지은 약 50만평의 수상도시다. 1930년대 후반, 미국이 경제공황의 몸살을 앓고 있을 때, 베이 지역은 두 대교(大橋) - 금문교와 베이 브리지의 완공을 앞두고 있었다. 이를 자축하고 태평양 연안에 경제 붐을 일으킬 목적으로 국제 박람회를 계획했다. 그 개최지로 바다 위에 섬을 만들어 세계의 이목을 끌고, 나중에 용도를 비행장으로 바꿀 예정이었다.
보물섬 공사는 1936년부터 3년이 넘어 걸렸다. 여의도의 약 1/5 크기인 4백 에이커의 부지를 만들기 위해 무려 3십만 톤의 바위로 제방을 쌓았다. 그리고 베이 바닥과 새크라멘토 강 삼각주에서 퍼 올린 모래와 자갈을 부었다. 보물섬이란 이름은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때 흘러온 모래로 섬을 메웠다는 근거에서 붙였다고 한다. 소설에 나오는 외발 해적 롱 잔 실버의 무시무시한 보물섬보다는 덜 극적이지만, 골드러시의 꿈과 역사를 담은 섬의 이름이 수긍이 간다.
1939년 봄부터 열린 박람회는 대성공이었다. 보물섬은 캘리포니아 스타일로 지은 신전 건축물, 기념탑들, 푸른 정원들로 꾸며졌다. 세계 각처에서 인파가 몰려왔다. 예년의 파리나 뉴욕의 박람회들보다 베이의 풍치로 인해 더 화려했다. 시대를 풍미하던 가수 쥬디 갈런드가 어빈 버를린의 주옥같은 곡들, 갓 블레스 어메리카나 화이트 크리스마스들을 유행시켰던 때도 이 무렵이었다. 그러다가 1941년 2차 세계대전이 터졌다. 보물섬은 곧 미 해군에 이양되고, 태평양전쟁을 수행하는 제12 해군 사령부가 자리 잡았다. 비행장 계획은 취소되어 지금 샌프란시스코 공항 자리로 옮겨갔다.
그 후 50년이 지난 1993년, 소련의 붕괴로 냉전체재가 끝나자 미 의회는 해군기지를 폐쇄하고 보물섬을 샌프란시스코 시에 이양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보물섬은 새로 태어날 일생일대의 호기를 맞았다. 세계적 미항 한가운데 친 환경 도시로, 자급자족하는 낙원으로 만들려는 시 당국의 적극적인 계획이 호응을 얻고 있다.
재개발 계획은 대담하고 신선하다. 섬 전체의 65%를 공원이나 공공시설로 채우려한다. 인구가 적어도 만 명은 되야 상가자립이 가능하다는 판단아래 고층아파트 5,500동(棟)을 여러 채 규모 있게 짓는다. 그리고 페리 선착장을 지금의 위치에서 반대편 샌프란시스코 쪽으로 옮긴다. 도시와 훨씬 가까워진다. 섬 한가운데 20에이커에 달하는 농장도 세운다. 주민들의 농경실습 터이다.
눈에 띄는 친 환경사업은 섬을 가로지르는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것이다. 풍차터빈 뒤엔 나무들을 심어 바닷새들의 충돌을 막는다. 나무들은 주거지로 부는 세찬 바람도 차단해 준다. 또한 섬 북쪽 주변에 수십 에이커의 늪지를 조성해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만든다.
그러나 꿈의 수상도시가 되기까지 해결해야되는 시급한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특히 지난 89년 지진 때 수면 14피트에서 9피트까지 낮아진 섬의 지반을 보수해야하는 일이다. 그리고 해군기지 시절, 수십 년 간 방출된 폐유로 인한 토양과 지표수 오염을 해결해야한다. 환경평가와 처리, 최종개발 승인이 나기까지 만도 족히 2-3년은 더 걸릴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샌프란시스코는 이 보물섬의 재개발 계획으로 옛날 화려했던 박람회 시절만큼이나 들떠있다. 세계적 친 환경 명물이 샌프란시스코에 또 하나 생겨나기 때문이다. 수중도시가 완성되면, 나도 새 보물섬 지도를 입수, 페리의 돛을 세우고 섬에 닿고 싶다. 갓 블레스 어메리카를 휘파람으로 휙휙 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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