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 고
▶ 김영근 <워싱턴 한인연합회 회장>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 중앙본부의 3 기관장 선거는 2월 24일로 잡혀 있었다.
현재 일본에는 약 60만의 재일동포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재일동포의 중심에는 민단이라는 단체가 있다. 미국에는 미주한인회 총연합회가 있듯이 일본에는 민단 중앙본부가 60만 재일동포들을 대표하고 있다. 제49회 정기중앙대회 및 3 기관장 선거 행사에 초청 받아 미주를 대표하여 중앙대회를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항상 느끼듯이 동경의 거리는 서울의 거리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눈이 올 듯이 흐린 날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매번 느끼는 동경의 분위기는 먹이를 노리는 날카로운 발톱을 억지로 감추고 있는 듯한 폭풍전야의 느낌을 갖는 것이 나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적과의 동침도 마다치 않는 일본 특유의 국민성 속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60만 재일동포들의 기개에 다시 한번 고개 숙이게 되는 것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에 따라 조금씩 변화는 있으나 이 곳 동포사회는 미주의 동포사회와는 달리 일본 사회에 귀화하지 않고 한국 성을 가지고 사는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미주보다 이민의 역사가 긴 까닭도 있으나 이 곳 동포사회에서는 미주 동포사회와는 비교가 안 될 부를 형성하고 있다. 이제는 재일동포 2세를 지나 3세들이 사회 전면에 나서고 있으나 이러한 부의 형성은 모진 차별과 고생 속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1세들의 노력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80이 넘었어도 마치 50대처럼 보이는 박병헌 고문의 초청으로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선거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하여 양측 캠프가 있는 미야코 호텔과 도쿄 프린스 호텔을 들러보기로 했다. 민단 단장의 임기는 3년이며 3 기관장 즉 단장, 의장, 감찰실장의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게 된다. 현재의 김재숙 단장이 6년 전 선거로 당선된 후에 6년만에 치러지지는 이번 선거는 단장에는 하병옥 고문과 정진 부단장의 대결로, 의장에는 김광승 감찰실장과 황영만 부단장, 감찰실장에는 김창식 전 오사카 단장과 허맹도 전 동경 단장과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었다. 물론 이민의 역사가 긴 까닭도 있겠지만 이번 선거는 1세인 74세의 하병옥 고문과 2세인 68세의 정진 부단장의 대결로 결과를 예측하기 불가능한 분위기였다. 세대교체를 들고 나온 정진 부단장과 6년 전의 패배를 설욕하겠다는 하병옥 고문의 대결로 동경 거리는 뜨거워져 가고 있었다.
24일 오전 동경 시내에 10층으로 되어있는 민단 중앙본부에 도착하니 8층 회의실에는 벌써 600여 명의 대의원들이 내뿜는 열기로 뜨거워져 있었다. ‘조국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자’ ‘지방자치 참정권 획득을 위하여 투쟁하자’ 등 80이 넘었지만 아직도 조국을 잊지 못하는 재일 동포들의 뜨거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콧등이 찡하는 감동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10분간의 정견 발표에 이어 벌어진 단장 선거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비주류인 하병옥 고문이 66표 차이로 승리하였다. 세대교체를 앞세워 깨끗한 선거를 주장했던 정진 부단장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장 및 감찰실장의 선거에서는 자동적으로 하병옥 고문 계열인 김광승 후보가 1표 차이로, 또 김창식 후보가 113표 차이로 승리하게 되었다. 하병옥 신임 단장은 취임 일성에서 ‘민단의 개혁’을 제1의 과제로 삼겠다는 포부를 발표했다.
민단 중앙본부 단장선거를 지켜보면서 재일 동포들의 뜨거운 조국 사랑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으나 아쉬웠던 점은 천문학적 숫자의 선거비용이 들어가는 이러한 비건설적인 선거가 계속되어야 하는가 하는 나름대로의 회의에 차보는 시간이었다.
허연 백발을 날리며 “김 회장, 이제 우리는 늙었어. 앞으로의 재외동포의 권익운동은 미주동포 사회가 이끌어 나가야 돼.” 하시는 전임 민단 중앙단장님의 말씀에 세계한인회장단대회 의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김영근 <워싱턴 한인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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