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모두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1)
최근 한인은행들의 ‘경영구조 위기’에 대해 한인사회에서 관심이 많다. 나라은행과 새한은행의 행장사임과 교체로 시작한 한인사회의 즉각적인 반응에서 온 것이지만, 한미은행의 경우가 크게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이라서 아마 매스컴에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으려한 노력이 있은 게 아닌가 한다.
그런데 훌륭한 조사와 예리한 지적이 한인사회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었을지 모르나 조금 아쉬운 것은 “변해야 한다”는 소리침 뒤에 남는 허전함일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쪽으로 변해야하는지 그 방향이 분명치 않고 방향 설정이 된 다음에는 어떻게 그 변화를 오게 할 것인가 대책에 대한 제안과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뱅킹의 바깥쪽에 계신 분들이 해주신 지적에 이어 단편적인 인터뷰를 통한 게 아니라 전체적인 한인사회의 앞날을 보고 우리 모두의 있는 자리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데 이는 한인은행에 몸담고 있는 이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가장 중심에 있는 현직 행장 분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 왜 쉽지 않은지는 그동안 매스컴에서 잘 듣고 보아서 여러분들이 잘 이해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은행장들은 여기건 주류 뱅킹에서건 말을 조심하고 아끼는 게 여러 가지로 좋다.
나중 커뮤니티 차원에서 좋은 계획이 나오리라 믿고 우선 20여년 동안 한인 경제를 관심 있게 보아온 배경을 바탕으로 필자가 우리가 할 일을 좀 정리해서 말씀드리려 한다. 그리고 실제 필자의 배경이 뱅커이고 지금 어느 본국은행 현지법인에서 책임 있는 자리를 맡고 있기 때문에 현실 문제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어 이론과 실제 양쪽을 모두 알 수 있는 ‘특별한 처지’라 비교적 현실감 있는 말씀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선 현재 우리 한인사회에서 문제점으로 지적한 가장 큰 두 가지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있어야겠다. 첫째, 지적 받은 이사들의 이사회의 장기적인 ‘점령’이다. 전문성 결여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공격할 수 있으나 이사들이 얼마나 이사회에 남아 있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주주들의 몫이다. 필자는 자유시장경제 신봉자이다. 단독 주주건 십만명이 있건 은행의 주주들이 결정해서 누구를 이사로 선임하면 그 선임과정에서의 적법성이 문제가 되면 모를까 은행 바깥에서 왈가왈부할 성질이 아니다.
둘째, 이사들의 고령화에 대한 공격에 문제가 있다. 나중 더 자세한 말씀을 드리겠지만 한인은행들이 지금의 단계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사와 임원들과 모든 스태프들의 전문성 향상과 타민족 시장 진출이다. 이사들의 나이가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 감독국에서나 타 감사기관에서 이사회를 방문할 때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그리고 타민족 시장 진출을 위해 타민족과 주류 직원을 고용한 이후에, 은행의 얼굴이 되는 이사회와 행장이 얼마나 유창한 영어를 쓰고 그들에게 자연스럽고 유능하게 보이는가, 또 실제로 그러한가 등이다. 실무에 있어보면 이런 요소들이 결과적으로 너무나 중요하게 되는 걸 보게 된다.
한인은행은 투자한 이들이나, 거기에서 간부나 스태프로 근무하는 이들이나, 예금을 하고 대출을 받는 비즈니스와 개인 고객들에 이르기까지 연관이 많은 만큼 우리는 한인사회 차원에서 낭비 없는 과정을 통해 모두가 업그레이드되어야 하고, 그러자면 우선 우리의 방향 설정이 제대로 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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