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상’ 장편문학상에 당선된 작가 신영철. <진천규 기자>
산에서 소설을 만났다, 산은 높아만 갔다
LA 근교의 깊은 산은 지금 눈 속에 묻혀 있다. 며칠 전 남가주를 훑고 지나간 겨울폭풍 덕분이다. 모처럼 서울에서 식구들이 있는 LA에 온 소설가 신영철(54)씨는 엊그제 LA 북쪽의 샌고고니오 산을 다녀왔다. 히말라야만 18번 오른 알피니스트이기도 한 그가 LA 근교에서는 가장 높다는 해발 1만4,000피트의 이 산을 찾은 것은 에베레스트 등반을 준비중인 동료 산악인이 지금 이 산 속에서 동계 훈련중이기 때문이다.
본보 문예공모전으로 문단 데뷔
히말라야 18번 오른 알피니스트
“오늘도 정상을 찾아 헤매듯
글쓰기는 끝없는 미완의 도전”
산은 그에게 소설을 안겨준 곳이다. 산과 소설은 신영철에 이르러 비로소 만났다. 그는 이런 행복한, 혹은 고통스런 만남을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빚어 지난달 제55회‘문학사상’장편문학상 당선이라는 낭보를 미주 한인들에게 알려 왔다.
그는 사업 때문에 3년 전부터 서울에 나가 있지만 지난 2001년 본보 문예공모전에서 소설이 당선돼 문단에 나온 LA산 소설가다. 그 스스로 “미주 한국일보는 내 소설 쓰기에 머리를 얹어준 곳이며, 함께 공부한 미주문협 소설분과 문우들은 내게 소설 쓰기를 공부시켜 준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의 장편 ‘에델바이스’가 ‘문학사상’ 장편문학상에 당선된 것은 본보 문예공모전 출신으로는 김혜령(93년 소설 당선)의 94년‘현대문학’중편 당선, 이경숙(2003년 소설 당선)의‘여성동아’장편 당선 등에 이은 미주문인의 쾌거로 받아들여진다. 온갖 문예지에 별별 상이 많지만 권위를 자랑하는 메이저 문학상에 당선되는 일은 여전히 ‘별을 따는 일’이다.
퇴근 길 번잡한 퇴계로에서 셀폰으로 당선 소식을 처음 전해 들었다는 그는 “순간 뻐근한 통증을 느꼈다”고 한다. 1,450매짜리였던 이 소설은 그의 문학여정에서 처음 시도한 피 말리는 마라톤이었던 데다 퇴고 과정에서 작품을 100번도 더 읽는 각고의 노력 끝에 찾아온 영광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에델바이스’는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본격 산악소설은 아니라고 한다. 소설가 서영은은 심사평(문학사상 1월호)에서 ‘…이 소설이 감동을 주는 것은 최고봉에 오른 사람의 등정방법에 관한 기록이 아니라, 오르지 못한, 또는 오르지 않는 사람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산은 보이는 목표가 아니라, 감추어진 신, 진리…’라고 이야기한다. 작가 스스로 “거칠지만 서사적이고 담대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 소설은 다음달 문학사상사에서 단행본으로 나와 전체 내용을 독자들에게 드러낸다.
LA의 한 동료 작가는 그의 당선을 두고 ‘지독하게도 샘이 나지만 기쁘다’는 말로 축하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그는 미주 문협 소설토방에서 함께 어울렸던 여러 동료 소설가들의 이름을 이야기하면서 “정말 고마웠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특히 ‘에델바이스’의 최종 퇴고 과정에서 아무리 읽어도 더 이상 그의 눈으로는 잡아낼 수 없었던 등장 인물의 잘못된 이름 등은 이들 문우들의 도움으로 바로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 99년 LA로 이주한 그는 지난 16년간 ‘사람과 산’이라는 서울서 나오는 산 전문잡지의 편집위원 등으로 일하면서 산과 산 사람에 관한 글을 써 왔다. 다음달부터는 이 잡지의 편집 주간 일도 맡게 된다. 그에게 글쓰기와 산은 진작부터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그는 소설가의 꿈을 이루는 디딤돌이 됐던 본보 문예공모전에 대해 “미주의 많은 문학지망생들에게 문학적 목표를 설정해 주는 것만 해도 의미가 크다”고 말한다. “소설에는 완성이 없는 것 같다. 한국일보 문예 공모전도 1년 전부터 준비했지만 고치고 또 고치다가 마감 하루 전날에야 겨우 직접 원고를 접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 2일 저녁에는 타운의 한 식당에서 그의 당선을 축하하는 모임도 열렸다. 미주 한인산악회 회원들과 미주문협 소설 토방 멤버가 주축인 소설가협회 회원 등이 그를 위한 따스한 축하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 상금액은? “인세의 10%”라는 답이 돌아왔다. 책이 많이 팔릴 수록 그의 몫도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문학사상사 측은 다음 회부터는 당선자에게 미화 15만달러 정도인 1억5,000만원의 상금을 일시불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상금만 생각해도 탐이 나는 상이라고나 할까. 중국에서 스테인레스 보온병을 만들어와 한국과 미국에 내다 파는 무역업을 한다는 그는 그러나 “인세와는 상관없이 술 한잔 살 돈은 있다. 서울 올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며 활짝 웃었다.
<안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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