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 반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또 SAT II 한국어 성적이 대학입학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일부 특수전공분야 대학을 제외한, 소위 명문대학에서 요구하는 SAT II 시험중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선택해 높은 점수를 받음으로써 입학 경쟁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잘못된 정보로 인해 SAT II 한국어 시험을 기피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그 예가 한국계 응시자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거나 한국어 자체가 SAT II 외국어로서 다른 외국어보다 하향 평가된다는 그릇된 정보다. 9개 외국어를 학생들의 나라와 민족별로 분리하고 SAT 외국어와 대조해 점수를 조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불법이다.
대학입학 요구 조건중 하나는 고등학교에서 같은 외국어 또는 미술의 3년간 학점을 취득하는 것이다. 만약 고등학교에 이 조건을 충족시킬 한국어반이 있다면 한인 학생들은 다른 언어보다 쉽게 좋은 성적으로 한국어를 대학 입학 필수인 외국어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에서 외국어를 필수 교양과목으로 1년 내지 2년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미 외국어실력이 대학 수준인 학생들을 위해 테스트를 통해 외국어 필수를 전부 또는 일부 면제해 주는 대학이 늘고 있다. UCLA경우 1년에 150명 정도의 학생이 한국어 테스트를 통해 외국어필수를 면제받는다. 그 시간을 전공 또는 다른 과목에 할애할 수 있는 이득이 있고 졸업을 앞당겨 학비와 시간을 저축할 수 있다.
MIT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한 학생은 고등학교 때 한국어반이 있었다면 무료로 더 쉽게 배울 수 있었을 것을 대학에서 비싼 등록금과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학생은 자기 모교 후배들에게 한국어를 배울 것을 권유하는 편지를 돌려 재작년에 그 학교에 2개의 한국어반을 개설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한국어 배우는 것이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부모들은 주로 “우리아이는 커서 ‘주류사회’ 에서 일할 거예요” 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주류사회’라는 단어를 기피하고 정의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자녀의 미래에 대한 편협한 부모의 생각이 오히려 그 자녀의 미래에 선택의 폭을 줄일 수 있다는 아쉬움이 크다.
영어가 모국어인 2세들도 ‘주류사회’ 직장을 구할 때 한국어 실력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한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과의 비즈니스가 활발해 아시안 언어를 구사 할 수 있는 아시안 직원을 채용하여 문화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려는 회사들이 많다고 한다.
연방의회와 부시 행정부는 한국어를 미국의 안보와 경제발전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6개 언어중 하나로 선정하고 한국어에 능숙한 미국시민이(한국계포함) 더 많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능통한 한국계 미국시민을 미국정부에서 많이 고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은 미국의 6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이고 전세계의 12번째의 경제력을 가진 국가라는 점이 장차 자녀들에게 어떤 기회를 줄지 부모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고등학교에 한국어가 외국어 과목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한국계 학생들에게 실질적 혜택 이외에도 한국의 위상과 소수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줄 수 있다. 한국어는 주말에 한인학생들끼리만 배우는, 정규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그런 언어임을 우리 스스로 당연시할 때, 우리는 진정으로 뿌리교육을 잘하고 있는 걸까 반문하게 된다. 한인의 자긍심, 한글 사랑, 우리 자녀들의 권리 찾기 실천은 많은 정규학교에 한국어반을 당당히 요구하여 한글의 미국 정착을 굳건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중 고교 시절은 인종 갈등을 가장 예민하게 체험하는 시기다. 이런 때 학교에서 비한국계 학생들과 함께 한국어를 배움으로써 이해와 친근감을 높이고 인종적 갈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어 교사는 학교에서 한인 자녀들을 대변해 주거나 문제가 있을 때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을 많이 경험한다.
자녀들이 미국사회에 완전히 동화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부모를 간혹 만날 때면 몹시 안타깝다. 다민족 미국사회에서 자신감 있고 능력 있는 시민의 상이 있다. 그것은 우선적으로 자신의 뿌리에 대한 이해와 자긍심으로 비롯되며 타민족에 대한 이해와 화합으로 이루어진다는 진리다.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결코 미국사회에의 적응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자신감을 높이는 것이다.
문애리
UCLA 교수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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