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측 변호 ‘포기’법정사태 새 국면
‘한인회 파산’이라는 신종어가 생겼다. 지난 21일 한우회 모임에서 나왔다. 그전부터 사용했는지는 몰라도 언론에 공식적으로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말의 배경에는 한인회 법정사태로 인한 변호사 비용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고 오랜 분규로 인한 한인회 실종상태를 심하게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이 두 가지가 다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22일 장양섭·정병애 두 당사자와 변호사, 그리고 구두회 한우회장, 장씨 통역사가 참석한 중재모임이 열렸다. 전번 중재모임과 별 다르지 않았다. 중재모임 후 웬일인지 더 상호 불신이 가중돼 가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뭔가 진척이 있는 것처럼 기다려 보라고 한다. 재선거에 합의한 후 일정과 선관위원 구성 등 세부적인 사항에 이견이 있다. 간단해 보이는 해법을 양측은 한인회 파산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심각해야 할 이유가 도대체 뭔가.
◆한인회 파산은 왜
김남길 한인회장은 한인회는 정병애씨가 제기한 소송에 더 이상 맞대응할 변호사 비용을 댈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3월17일 법정심리까지 버티려면 4만~5만달러의 추가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럴 경우 원고인 정씨가 승소하고 한인회는 패소한다는 가정에서 패자가 승자에게 소송비용까지 물어줘야 한다는 소송 관례가 적용될 수 있다. 한인회는 현재 10만1,500달러의 건축기금이 있다. 한우회의 일부 전직 한인회장들은 바로 이 돈이 타겟이 되지 않을까 해서 ‘파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준석 변호사는 “상당히 이례적인 사안이 없는 한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는 것이 관례이며 설령, 한인회 소송의 경우 원고측에서 법원에 이를 요구할 지라도 받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병애씨는 “소송 문서에 이런 비용 전가 내용이 있는지 모르겠다. 건축기금을 소송과 관련시킬 수 없다. 상대측이 나를 악 선전하는 것”이라고 반응했다.
한인회는 지난해 법정 소송비용으로 1만8,072달러(이묘순 대행체제까지 포함)를 지출했다.
◆한우회장, 사퇴 각오하고 중재
구두회 한우회장은 오는 28일까지 양측에게 합의하도록 기간을 정했다. 그 안에 양측이 납득할 만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실패하면 3월1일자로 한우회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련의 과정에 단체장 모임도 예정돼 있다. 회장 사퇴 후 전직회장으로서 ‘비상처방’을 쓸 것도 암시했다.
이번 중재모임에 참석한 구 회장은 비밀을 지키라는 법원 명령에 서명,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겠다며 좀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중재의 걸림돌은
지난 1월30일 중재모임에서는 ‘재선거’라는 큰 합의를 이끌어냈다. 불과 몇주 전까지만 해도 이미 회장에 당선된 장양섭씨 측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건이었다.
이런 빅 뉴스를 한인회장은 법원의 명령인 비밀유지도 망각한 채 기자회견을 통해 그 날 즉각 알렸다. 더불어 구체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사안까지 포함시켰다. 이날 가장 손뼉을 쳐야 할 정씨는 의외로 분노했다. 자신이 그렇게 요구해온 재선거 주장이 받아들여졌는데도 기뻐하지 않았다. 선거일자,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등 한인회 계획안에 ‘말도 안 된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반발했다.
최근 열린 중재에서는 또 왜 바람직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을까. 장씨 통역을 맡은 사람이 자기 의견을 통역 과정에 섞었고 구 한우회장이 돌연 나타나 정씨가 당황했다는 것. 정씨는 “변호사간에 협상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런 식의 만남은 무의미해 앞으로 서면으로 할 생각”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장씨는 “별로 할 말 없다. 재선거까지 양보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얘기냐”라며 짧게 반응했다.
◆단순한 해법
양측이 진정으로 재선거를 원하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정씨측이 한인회에서 제안한 11개항 중 가장 큰 불만을 보인 것은 선거일과 선거관리위원 선정이다.
장씨는 당초 한인회의 ‘2월25일 선거’안에 수긍했고 정씨는 합의 본 시점에서 ‘45~60일 후 선거’를 주장했다. 선관위원은 전번 선거의 3인에 대해 양쪽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다른 세부 이견도 있을 수 있지만 이 정도는 두 사람이 비싼 변호사 비용을 쓰지 않고도 충분히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다. 한인 커뮤니티는 27대에 이어 한인회 스트레스로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양측 후보에게 맞는 조건을 다 들어줄 만한 여유가 없다.
◆“둘 다 물러나야” 여론
상당수 한인은 한인회에 별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일부 여론은 초등학교 어린이회에서도 풀 수 있는 단순해법을 풀 수 있는 리더십이나 조정능력이 없다면 두 사람은 함께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또 양측의 잘잘못을 떠나 한인사회에 물의를 빚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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