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동경에서 열렸던 남북통일 세미나
1993년 나는 한승주 주미 한국대사로부터 해외 한민족 통일세미나 참석을 권고 받았다. 세미나 참석에 앞서 나는 미주 교포들의 통일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MD 지역 노인대학인 상록대학 강의 시간을 이용해 다음의 두 가지 질문을 해보았다. 첫째 질문은 원론적 질문으로서 통일을 원하는가 였는데 전원 찬성하였다. 몸은 미국에 와 있지만 통일에 대한 열성도 대단하다 느꼈다. 다음은 좀 구체적 질문이었다. 여러분들의 자녀가 5명 있다고 가상하자. 통일에 수반되어 최소한 남북간의 생활 기초의 평준화를 위해 낙후된 북한의 교육 보건 도로 등 사회 간접자본에 대한 남한측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 여러분들의 자제 5명 중 3명만은 대학을 보내고 2명은 고등학교 졸업에 만족하고 그들의 대학가는 비용을 북에 있는 친척을 돕는 사업에 투자한다고 가상해보자. 그런 조건 하에서도 통일을 선택하겠다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였더니 손을 든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통일의 원칙에는 다 찬성하나 통일을 위해 개인적 희생이 따를 때는 무조건적 지지는 원하니 않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한국에서의 통일 세미나는 서울 장충동에 소재한 타워 호텔에서 열렸으며 해외 동포 축제의 일부였다. 내가 들은 세미나는 주로 통일의 단계설에 치중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질문을 통해 통일의 단계는 통일 시기에 수반되는 환경 여하에 따라 0단계도 될 수 있고 4단계, 5단계도 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통일이 남북으로 분리되어 있는 사람들이 자유스럽게 남북으로 이동되어 살 수 있음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하였다. 현재와 같은 생활의 이질성과 법의 구속력이 빨리 해결될 수 있는가가 문제라는 의견을 제시해 보았다. 현재 같이 다른 남북의 생활 환경이 일시에 바뀌어지기는 어려운 일이나 동질성 회복을 위한 시간과 우선권이 남북간에 협의되어 필요하다면 경제원조를 그러한 프로그램에 맞추어야 하지 아니한가를 제안해보았다. 사회자 통일원 대표들은 그렇게 되면 통일의 개념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통일이냐의 문제가 제기된다. 한반도를 표시하는 통일 깃발이 제정되어 백두산과 한라산에 꽂혀지고 통일 노래를 제작함이 무슨 중요한 일인가 하는 질문이 나온다.
가장 훌륭한 통일 방법은 남한을 이상사회로 만드는 것에 치중하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하였다. 남한이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회가 된다면 통일의 방향이 그대로 결정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최근의 여론조사가 북과 미국이 전쟁을 하면 표본 응답자 중 68%가 북을 후원한다 하나 같은 의견을 낸 사람 중에 북에 가서 살겠다는 사람은 전혀 없더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의 통일 논리는 민족 감상에 기초한 열망이지 더 나은 삶을 위한 필요성과 현실성은 없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통일도 우리의 삶의 현실적 욕구이어야지 정치가의 공론이나 정권의 간판 사업의 성격이 되어서는 아니 될 줄 안다. 1996년 12월 참석한 동경 통일 세미나도 1993년 서울 세미나와 비슷했다. 통일에 대한 국민 기대는 자못 크다. 그러나 감상에 치우친 민족적 열망이 우리의 현실적 눈을 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북의 연방제, 남의 느슨한 연합제도 민족 감상에 호소한 통일 단계설에 입각한 것이지 민족 구성원의 절실한 삶의 질의 향상과 욕구가 반영됐다고는 보지 않고 있다. 북한의 인권이 거론되거나 장기수 북송에 따른 납북자의 송환이 전연 언급되지 못함이 그를 증명하고 있다.
통일은 민족적 열망으로 소홀히 다룰 문제는 아니다. 그 시기도 갑자기 닥쳐올 수도, 상상외 긴 세월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남한에서 동서간 화합이 쟁점화 되고 있는 가운데 이북동포가 3류 국민 취급받는 사회가 되어서도 곤란하다. 공산사회의 몰락을 보면서 동족이란 이유 하나로 남한에 혼란까지 감수하는 통일 논쟁도 어리석다. 나는 통일의 비용과 민족이 원하는 통일을 위해 북한 대중들의 자립정신과 인권과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호 이익 되는 경제교류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교류는 남북의 경제적 이익과 필요성이 시장을 통해 시험되어야지 동족애나 경제적으로 앞섰다고 인심을 쓰는 교만에서나 북에 의한 강요에 떠밀려서도 아니 된다고 본다. 경제 발전의 과정을 통한 북의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그에 따른 자유의사의 신장이 통일 염원으로 발전될 때 국민 대중을 위한 통일 의사가 보장된다고 믿고 있다. 남한이 경제발전에 따라 민생이 향상되면서 국민 의식이 자주권을 신장시킨 민주 질서의 발전 절차이다. 먼 날을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남북한의 모든 정력이 남한사회내의 혼란과 갈등을 가져오며 기약 없는 동족이란 감상적 열망을 위해 지나치게 소진되는 것은 긴 안목에서는 남북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끝>
김웅수 <예비역 육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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