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타 스캇 킹 여사의 장례식 실황중계를 보면서 그의 남편인 마틴 루터 킹 박사의 장례식 때와 비교가 되어 격세지감을 느꼈다. 세상이 많이 달라진 까닭이다.
1968년 여름 킹 박사가 어떤 못된 백인의 흉탄에 의해 암살되었을 때 흑인들의 분노가 방화와 약탈로까지 끓어 올라 워싱턴 DC의 14가와 H가가 전쟁 폐허처럼 되었었다. 킹 여사의 장례식에 현·전직 4명의 대통령이 참석했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월남 전쟁에 대한 반전운동과 흑인들의 분노 표출 등으로 존슨 대통령도 킹 박사 추도식에 가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연방 민권법안이 통과된 게 1964년, 그리고 연방 투표법으로 흑인들의 참정권을 투표인 인두세 및 자격시험 등으로 박탈하던 남부 여러주들의 차별법들이 무효화된 게 1965년이었다. 흑인 연방 상원의원으로 매서추세츠의 에드워드 브루크가 딱 한명 있었으며 하원의원으로는 뉴욕 할렘 출신 아담 클레이튼 파월 목사등 북부 흑인 밀집지역에서 겨우 한 손으로 계산하면 될 정도의 숫자였다.
현재는 어떤가. 상원에는 여전히 한 명이지만 2004년에 일리노이에서 당선된 바락 오마바 상원의원은 이미 대통령 후보감 중 하나로 지목될 정도로 흑인들의 정치세력이 확장되었다. 하원에는 흑인의원들로 이루어진 블랙 코커스가 43명이니까 거의 10%에 육박하는 숫자이다. 남부를 포함한 여러도시의 시장들과 다수의 주 의원들도 흑인들인 것은 로자 팍스 여사, 킹 목사 등의 민권투쟁의 결과로 연방 정부와 법원들의 민권 신장정책 및 판결들이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흑인을 인간 이하로 차별했던 짐 크로우 법들이 완전히 없어져 적어도 법적으로는 흑인만이 아니라 다른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말을 못 붙이는 세상이 되었다.
킹 여사의 장례식의 앞자리에 앉은 부시 대통령의 면전에서 킹 목사의 동료였던 로우리 목사가 부시의 대내외 정책에 대해 일갈한 것도 이채로웠다. 대부분 흑인들인 카트리나 수재민들에 대한 원호의 지지부진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일 것이다.
한국인 어머니를 둔 수퍼보울 최우수 선수 하인스 워드의 이야기는 오래간만에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미담이다. 그의 모친 김영희씨가 흑인 남편 따라 미국에 와서 이혼 당하면서 영어 못한다고 아이를 빼앗겼다가 6년만에 시댁 식구들을 설득시켜 아이를 되찾은 일, 최저임금만 받는 두 직장 가지고도 모자라 때로는 세 잡을 뛰어야하는 고생, 그러한 가운데도 아이를 잘 길렀을 뿐 아니라 조지아 대학을 졸업하게 만든 집념 등 정말 훌륭한 어머니의 모습이다.
또 어머니의 은혜를 아는 아들의 자세가 대견스럽다. 그런데 4월에 어머니의 나라를 방문하겠다는 워드에 대한 한국사회의 반응은 예의 냄비근성이 아닌지 모르겠다. 황우석 신화의 추락으로 생긴 미디어 영웅 자리에 새 우상을 갖다 앉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정부마저 나서서 그에게 훈장을 준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어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김영희씨의 어느 인터뷰 기사 가운데 들어있는 다음 말들을 우리 모두는 음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98년에 어머니 상을 당해 한국에 갔는데 인텔리처럼 보이는 한국 사람들이 뒤에서 침을 뱉기도 하더군요. 한국 사람들은 외모와 나이를 보고 사람을 판단하더군요. 그런 한국 사람들은 얼마나 잘났는지…” 아마도 그는 아들이 유명하기 전에는 한인 사회에서도 푸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흑인 병사와 결혼한 김영희씨의 한이 맺힐 정도의 수모는 가히 짐작이 된다. ‘양색시’라는 말은 오히려 점잖은 표현일 정도의 손가락질과 눈총은 소위 단일 순혈민족이라는 한국 사람들이 보여온 행태였을 것이다. 현재 1만5,000인지, 10여만이 넘는지 숫자 파악조차 안 되는 혼혈 한국인들과 또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학대를 들어보면 미국에는 오히려 차별이 없는 셈이다.
미국에 사는 우리들은 킹 박사를 포함한 민권운동 선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느껴야 마땅하다. 흑인들의 희생 때문에 오늘날 우리 모두 인권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한인 사회에서 영원히 추방되어야 할 못된 말은 ‘깜둥이’란 배은망덕적 단어일 것이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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