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하여
▶ 정기용 <한국서민연합회 명예회장>
세상을 어지럽히는 제일 주범은 ‘거짓말’이다. 크든 작든 거짓말은 일파만파를 불러온다. ‘Devils collapse themselves’(악마는 스스로 멸망한다)라는 격언처럼 거짓말은 언제나 마각을 드러내게 돼 있고 결과는 멸망이다. 거짓말 없는 사회가 낙원이고 거짓말 많은 사회가 바로 지옥이다.
개인간의 거짓말도 피해가 크지만 국가를 이끌어 가는 정치인들의 거짓말은 가장 확실하게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린다. 세상을 바로잡으려면 거짓말쟁이 정치인을 솎아내는 게 첩경이라는 얘기다. 우리는 거짓말 지도자들에게 번번이 속아왔고 그 결과 술수가 판치는 정치불안에 직간접으로 항상 피해를 입고 있다.
정치인의 거짓말이 얼마나 지독한가 하는 것은 북한을 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는 신(神)보다 자신들이 더 위대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희대의 거짓말이다. 그들은 무신론자들이고 개인숭배를 요체로 하는 소위 주체사상 신봉자들이다. 그러나 악은 또 악을 불러올 뿐이라는 격언처럼 그들의 거짓말은 종말의 양상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지금 거짓말쟁이 김 부자의 치하에선 수백만의 아사자와 엄청난 인간살해 고문 구금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
복잡한 인간사회를 이끌어가려면 어쩔 수 없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수가 있을 수 있다. 곤경에 빠진 조조가 지친 병사들을 신 매실로 선동 자극했던 망매해갈(望梅解渴) 일화라든가, 미국 대통령 후보들이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내놓는 그럴듯한 허구성 공약 구호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런 위트나 유머를 넘어선 정치인들의 국민기만이 쉬지 않고 이어져오고 있다.
군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겠다던 박정희는 세 번의 약속을 모두 어기고 유신을 날조하여 영구집권 하려다 18년만에 비명에 갔다. 그는 툭하면 전쟁위기설로 국민을 속이고 관제 빨갱이를 양산하며 장기집권을 획책했었다.
김영삼 김대중은 86년 대선에서 보안사령관 출신 노태우 후보를 앞에 놓고 “반드시 단일화를 이룩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수십 차례나 약속했지만 거짓말이었다. 단일화 거짓말로 군사정권이 5년이나 연장되고 그 시절이 지나갔지만 아직도 양 김은 사과의 말 한마디가 없다.
한 때 우리는 국회의원을 양심이 훌륭하다는 뜻의 선량(選良)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 단어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무지막지하고 파렴치한 정치인들 거짓 사기놀음에 자지러져 스스로 선량이란 단어가 숨을 거두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DJ는 한 저서에서 자기가 예수의 동생이라고 우긴 적이 있다. 누가 먼저 형님 아우 했는지 모르지만 자신의 꿈속에서 형제가 됐다는 것이다. 미신을 절대 안 믿는다는 DJ지만 그의 이름 中 자는 원래 仲 자였다. 성명철학자들의 권유로 바꾼 것이다.
YS, DJ는 집권동안 절대로 도청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DJ는 일간지에 대문짝 만한 광고까지 내고 펄쩍 뛰었는데 수사결과 거짓임이 들통났다. 기본 상식으로 도청 없는 정보활동이 가능할까? 국가 안전을 위해 도청을 할 수밖에 없다고 야당과 맞서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오히려 돋보인다.
평생동안 박정희를 사사건건 비판했던 DJ의 집권 후 첫 정치발언은 “박정희를 존경한다”였다. 그의 추종자 몇 명은 잠시 기절 혼절했을 것이다. DJ는 민주화 운동 시절 줄곧 청빈을 찬양하고 무공해 정치를 주장했었다. 그러나 그가 집권하는 동안 아들 3형제는 물론 사돈의 팔촌까지 포함될 정도로 내외 일족 전원이 부정비리에 연루됐다. 임기를 마친 후엔 감쪽같이 숨겨왔던 정부(여인)가 자살하고 둘 사이에서 난 딸까지 나타났다.
흔히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공사에 경륜을 펴는 사람을 Statesman(정치가)라 하고, 시세에 따라 권모술수 요령만 부리는 사람을 Politician(정치꾼), 또는 마키아벨리스트 라고 한다. 누가 정치가이고 누가 요사스런 꾼인지 순진무구한 국민들은 분별을 못하고 당하기 일쑤다.
곧 선거철이다.(모국 5월, 미국 11월) 이번 선거를 계기로 거짓말쟁이 정치꾼이 주변에 얼쩡거리지 못하도록 모두가 눈을 똑바로 떠야겠다. 고향, 종친, 학년, 이권, 촌지 등 천박 너절한 것들에 연연하여 투표를 한다면 우리도 거짓말 정치꾼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거짓 투성이의 못된 인물을 뽑아놓고 시국을 한탄하는 거야말로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냉엄한 눈으로 진짜 선량을 뽑아보자. 그게 거짓말을 박멸하는 길이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일 것이다.
정기용 <한국서민연합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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