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평양정보과학기술대학 김진경 설립 총장
“아마 제가 북한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총장일 겁니다. 북한 핵심 엘리트를 키워낸다는 점에서 역사적, 민족적으로 평양과학기술대학 건립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변과학기술대학 총장이면서 평양에 건립되고 있는 ‘평양정보과학기술대학’ 설립 총장을 맡고 있는 김진경 박사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이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평양과기대’ 건립 사업은 남북 최대의 교육협력 프로젝트로 여겨진다.
연변과학기술대학이 학부 중심이라면 평양과기대는 대학원 대학(북한에서는 박사원대학으로 불림)이다.
김 박사는 “올 10월까지 10개동이 모두 완공되면 대학의 면모를 완전히 갖추게 된다”며 “2007년 4월1일을 개교일로 정했는데 예정대로 학교를 오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평양과기대 건설은 북한 주민들의 ‘엄청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교육사업이다. 정보통신을 비롯 MBA, 농업과 식품, 의료 보건 등 다섯 개 분야의 전문 인력들을 집중 양성하게 되고 대학 부지 내에는 외국기업이 입주해 평양과기대에서 배출한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식산업 복합단지가 조성된다.
평양과기대는 ‘남북한 교수 및 학자들과 세계 각국의 협력대학, 연구소의 전문 교수진들이 함께 만나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고 나아가 ‘오랫동안 갈라졌던 두 체제가 만나 서로를 이해함으로써 통일로 가는 지름길을 연다’는 설립 취지를 제시하고 있다. 북한사회를 자연스럽게 국제사회로 나오게 하면서 동북아이사 연합 및 평화공존의 장으로 삼는다는 비전이다.
김 박사는 “동구 유럽 국가들이 몰락한 이후 한 명의 유학생도 외국으로 보내지 않았다”며 “평양과기대는 주변 국가들의 외교적 정치적 바람을 견뎌낼 수 있는 국제대학으로 세워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양과기대의 다른 특징은 현재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분야에 주력한다는 점이다. 식량 부족 사태를 해결하고 악화 일로의 보건 상황을 개선해 갈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한 형편이다.
얼마전 김 박사는 한국 KAIST, 포항공대 등의 교수들과 평양에 가 커리큘럼을 확정짓고 왔다. 김 박사는 “연변과기대도 그렇지만 평양과기대는 국제 석학들과 연구 실무자들이 가르치는 최고의 대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개교를 앞두고 현재 가장 신경쓰고 있는 일은 교수진 충원.
김 박사는 “벽돌 한 장까지 전부 중국에서 사다 공사를 해야할 정도로 북한은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태에 있다”면서 “민족을 살리는 뜻있는 일에 협력할 실력 있는 분들의 참여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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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박사는 누구
고향을 묻지 말아달라는 김 박사는 15세가 되던 해 6.25 사변이 터지자 학도의용군에 지원했다. 나이가 어려 군에서 받아주지 않자 혈서로 탄원서를 썼다. 그 때 하나님 앞에 바친 서원 기도가 김 박사의 인생의 방향을 결정했다. “함께 지원했던 800여명의 동료들 가운데 겨우 17명이 생존했어요. 전투장에서 요한복음이 적혀 있는 쪽복음을 읽다가 하나님을 발견하고 크리스천이 됐습니다. 그때 하나님께 약속했습니다. 살려만 주시면 우리를 침공한 북한과 중국을 위해 살겠다고. 그 서약을 실천에 옮긴 것은 한참 후의 일이지만 계속 준비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쟁 후 학교로 돌아가 학업을 마친 그는 영국 브리스톨대학에서 유학했고 1976년 플로리다로 이주했다. 잭슨빌 소재 리폼드신학대학원에서 잠시 교수생활을 했던 그는 그러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10년을 보내고 1986년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그를 교수로 초빙했다. 당시 중국은 개혁 개방 무드가 한창이어서 사회가 큰 변화를 겪고 있었다. ‘때가 왔구나’ 싶어 가산을 정리했다.
베이징 소재의 한 대학에서 한국 경제 과목을 맡았던 그는 해방군 장군 출신 ‘양상군’을 만나 인구 30만의 연변에 직업학교 건립을 설득했다. 그 학교가 지금의 연변과학기술대학으로 중국 최고의 엘리트를 키워내는 대학으로 발돋움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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