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토스의 A씨는 최근 초등학교 2학년 아들로부터 갑작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아들이 4학년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친구가 포르노 웹사이트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P씨는 아들이 오럴 섹스 장면, 나체 여자 사진 등에 대해 영문도 모르고 대수롭지 않은 듯 얘기하는 것을 듣고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었다. A씨의 당혹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들이 목욕을 하느라 발가벗은 동생을 향해 사진을 찍는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 노스리지의 P씨도 최근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아들의 방에서 여성이 묶여 있는 엽기적인 섹스 사진을 여러 장 발견했다. 친구들에게 보여주려고 프린트한 것이었다. 이런 경우 과연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안타깝게도 인터넷 세대 어린이들에게 흔히 벌어지는 현실이다. 한번 호되게 야단치고 싶은 충동도 생기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 대화하기 어려운 주제라서 무조건 피하고 싶은 유혹도 받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두 가지 모두 잘못된 반응이다. 어린 자녀들이 인터넷 음란물에 노출되는 것을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이며, 노출됐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시중 차단장치 한계
부모 과잉반응 금물
솔직한 대화 유도 및
교사 상담등 바람직
노출 예방과 대처법은
자녀의 인터넷 사용을 통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컴퓨터를 온 가족이 이용하는 거실에 놓고 컴퓨터 사용시간을 특정시간에 제한하는 것이라고 이미 많은 학부모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인청소년회관(KYCC)에서 학부모 상담을 담당하는 신혜선 박사는 처음부터 컴퓨터를 사주거나 인터넷을 연결해 줄 때 자녀가 이 두 가지 조건에 약속하도록 할 것을 조언한다.
시중에 인터넷 유해물을 차단하는 장치나 프로그램이 있으나 한계가 있다. 실제로 이를 사용할 수 있는 학부모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 하이텍 경쟁에서 자녀들이 부모들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컴퓨터 싸움에서는 항상 아이들이 부모를 이기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교육관계자들은 일찍부터 자녀와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씨의 2학년 아들처럼 이상한 것을 봤을 때 자신의 느낌을 부모에게 솔직히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성교육
잔 버로우 중학교의 데이빗 리 카운슬러는 과거 사춘기가 오는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음란물을 접했으나 이제는 이런 과정이 초등학교 3∼4학년부터 시작된다고 지적한다. 아이들마다 성적으로 눈을 뜨는 시기가 다르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신 박사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5세가 되면서 벌써 남자와 여자의 성별을 구별하기 시작하고 이에 대한 호기심에서 자위행위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부모의 과잉반응은 이를 문제로 만들 수 있다.
성에 대한 지식은 학교에서 가르치지만 성에 대한 가치관은 부모의 몫이다. 도서관에서 성교육 비디오를 빌려 같이 보거나 성에 관한 책을 같이 읽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TV, 영화 등을 같이 볼 때 성과 관련된 장면이 나오면 자녀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모의 가치관은 어떤지 서로 대화하도록 해야 한다.
위의 예에서 벌거벗은 동생을 사진 찍는 흉내를 2학년 아이의 경우, 부모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해 주고 동생의 몸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말해 줘야 한다. 특히 남자아이들에게는 소녀들을 존중하고 자신의 성적 대상으로 보지 않는 책임감을 길러줘야 한다. 한편 섹스는 서로 책임질 수 있고 충실할 수 있고 서로 깊이 사랑하는 사람과만 하는 멋진 일이라는 긍정적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성교육에 대해 교사의 상담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2학년 아들의 포르노 노출을 발견한 A씨는 이에 대해 교사와 상담했는데 교사가 너무 놀라지 말라는 말과 함께 많은 조언을 해주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자녀가 음란물을 봤을 때
자녀가 음란물을 보는 것을 처음 발견했을 때 부모들이 당황하고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너무 놀라거나 걱정하는 모습은 자녀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 박사는 어린 나이의 자녀가 우연히 음란물에 노출됐을 경우 “너는 안전하다”고 안심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너무 자세한 설명보다는 우선 해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녀의 마음을 안심시키고 나서 앞으로 같은 일이 있을 때에는 어떻게 할지 가르쳐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녀가 일부러 음란물을 찾아보는 경우에는 상황이 더 민감하다.
인터넷 안전 웹사이트 ‘세이프 키즈’(SafeKids.com)의 창시자 래리 매지드는 어린이들이 포르노물을 보는 이유가 다양하다고 지적한다. 어떤 어린이들은 친구들에게 어른처럼 ‘쿨’하게 보이고 싶어서, 또 다른 아이들은 성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포르노를 보는데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과잉반응을 하지 말아야 된다는 것. 자녀에게 자기가 비뚤어졌다거나 비정상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은 금물이다. 캘리포니아 아동심리학자 리처드 토프트에 따르면, 부모의 반응이 음란물 자체보다 자녀의 심리상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는 자녀의 행동을 문제로 삼을 수 있어도 섹스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은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그가 섹스에 대해 생각했다는 자체를 나무라는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므로 그 자리에서 자녀를 야단치지 말고 다음날이라도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음란물을 어떻게 보게 되었고 누구와 보았는지 이야기하고 음란물을 본 후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솔직한 대화를 갖고 부모는 음란물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자녀에게 분명히 알려주어야 한다.
이런 행동을 말리려면 벌을 주어야 하는데 가벼운 벌에 그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처음 걸린 경우에는 컴퓨터 사용을 이틀간 제한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음란물을 보는 행동이 반복되면 그때부터 더 엄격하게 벌을 줄 수 있다.
또 한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부모뿐 아니라 자녀에게도 당혹스런 상황이라는 것이다. 신 박사는 부모가 자녀의 컴퓨터 사용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미리 자녀에게 알려줌으로써 나중에 의심이 생겼을 때 이를 슬쩍 감시하다가 자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자녀가 음란물을 몇 시간 동안 보거나 이를 프린트하거나 수집하는 행동, 음란물 내용을 모방하는 행동을 보인다면 더 심각한 문제로 상담이 필요할 수도 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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