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 화보
영화식 미술 시스템 도입… 대형화·고급화 바람
통신언어와 은어 사용으로 논란이 되기도 하지만 화려한 궁의 모습과 세련된 영상 등 MBC 수목드라마 ‘궁’의 ‘그림’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다.
소위 때깔이 좋다는 말이다.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궁’처럼 한국 드라마가 미남미녀 배우뿐만이 아닌 다른 ‘눈요기’감을 제공하고 있다.
◇드라마 미술에도 콘셉트가 필요하다
’궁’은 영화 ‘내 마음의 풍금’과 ‘혈의 누’에 참여했던 민언옥 미술감독이 전체적인 비주얼을 총괄 감독했다. 영화의 프로덕션디자이너 개념을 드라마에 도입해 좀더 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진 것.
민 감독은 ‘궁’은 세트 디자인뿐만 아니라 의상부터 꽃꽂이, 음식까지 모든 미술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경우라며 각 개체들이 1,1,1 식의 나열이 아닌 1+1=2가 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의상의 색깔과 장신구 하나까지 콘셉트를 가지고 작업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낸것이다.
민 감독은 쉽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으면서도 보통 드라마 영상이 아닌, 영화적이면서도 ‘맛있는’ 디자인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궁’의 시각적 포인트는 시간이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한다는 퓨전 스타일. 그리고 전체적인 이미지가 되는 색깔은 ‘초록’이다.
촬영을 앞둔 배용준 주연 드라마 ‘태왕사신기’ 역시 영화 ‘취화선’과 ‘하류인생’등의 주병도 미술감독이 참여한다.
’태왕사신기’의 이경석 총괄 프로듀서는 기존 드라마와 달리 전체적인 콘셉트를 미리 정한 뒤에 이에 맞춰 각 장면을 촬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드라마 세트와 미술의 대형화, 고급화
경기도 오산의 ‘궁’ 세트는 약 15억원을 투자해 궁 내부 구조를 제작했다. 여기에 25억여원 정도를 들여 가구와 도자기 등 소품으로 내부를 꾸몄다. 보통 드라마촬영 세트를 실제로 보면 TV에서 보던 것과 달리 초라한 모습에 실망하기 십상이지만, ‘궁’ 세트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볼거리가 될 만큼 화려하다.
MBC 특별기획드라마 ‘신돈’도 총 100억원 이상을 들여 용인에 고려 후기의 왕궁과 사찰, 개성의 민가 등을 재현해냈다. MBC가 준비 중인 사극 ‘주몽’도 약 2만평의 터에 대규모 세트를 건설 중이다. 이처럼 사극을 중심으로 세트의 크기와 제작비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사극의 대형화 흐름, 테마파크 조성 등을 위한 지자체의 드라마세트 유치 경쟁 등으로 점점 확산되고 있다.
’태왕사신기’ 역시 제주도에 2만여평 규모로 고구려 광개토대왕 궁궐 등을 건축중이다.
이경석 총괄 프로듀서는 세트 제작 등 미술에 약 2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라며 ‘단적비연수’의 의상을 맡았던 박윤정 의상디자이너가 참여하는 등 의상과 미술에 굉장히 신중을 기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화의 이유와 가능성은 이러한 변화는 일단 시청자들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민 감독은 요즘 젊은이들은 그림이 좋지 않으면 극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느낀다라며 드라마의 구조가 우선이지만 이를 완성해 주는 것이 미술이라고 말한다.
이에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드라마 제작 참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궁’에서도 풍부한 상상력을 가미한 실감나는 미술의 힘은 판타지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장치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점도 변화를 가능케 한 이유가 된다. 과거 ‘별은 내 가슴에’ 등 MBC에서 미술을 담당했던 민 감독은 그동안 드라마 미술 인력이 영화에 비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드라마 제작환경상 시간적 한계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치밀한 사전 준비뿐만 아니라 좋은 영상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인 조명 등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세팅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는 것.
결국 드라마가 사전제작으로 이뤄질 경우 대본과 연기는 물론 미술도 더 뛰어난 완성도를 보장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러한 시도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 드라마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작품성을 전제로 한 영상과 미술의 뒷받침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흐름을 감안하면 앞으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할 만한 작품들이 안방극장에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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