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 것도 아닌데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 지난해 하반기에서 올해 초까지 읽은 비즈니스 서적들이 모두 스몰 비즈니스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틈새라면도 벤처다’(김복현), ‘총각네 야채가게’(이영석 외), ‘꿈꾸는 죽장수’(김철호). 이들 책에는 자기 분야에서 독특한 성공을 이룬 저자들이 살아온 이야기와 나름대로의 장사 노하우가 숨쉬고 있다. 동네 도서관에서 눈에 띄었는데 혹시 라면 끓이기 비법이 담겨 있을까 싶어, 한국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기에 어떤 내용인가 싶어, 신문사에 들른 사람이 한 권 주어서 등등의 계기로 이 책들을 만났다. 저자인 책 주인공들의 공통점이라면 남들과 같이 생각하고 장사하기를 단연코 거부했다는 것이다. 성공이란 절로 넝쿨째 굴러 들어오는 호박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들을 한 번 만나 보자.
첫째 ‘틈새라면’의 김복현 사장. 1981년 명동 3평 남짓한 자투리 공간에서 시작한 라면 집을 전국에 120여개 가맹점을 둔 프랜차이즈 업체로 성장시켰다. 최근에는 한 편의점과 손잡고 봉지라면 및 컵라면 브랜드 틈새라면까지 개발,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라면이 좋아 라면을 팔기 시작했다”는 그는 25년간 라면 하나로 일가를 이뤘다. 여러 고춧가루를 배합, 입은 맵지만 속은 쓰리지 않은 명물 메뉴를 개발하는가 하면 라면을 가장 맛나게 끓이려면 냄비 두께가 얼마가 되어야 하는지 연구했다. 면발이 가장 맛있는 상태로 손님 앞에 도착하도록 들고 가는 시간까지 계산하는 철저함까지 보였다.
둘째 ‘총각네 야채가게’의 이영석 사장. 오징어 행상으로 시작해 17개 매장을 거느린 청과물상으로 성장했다. 장사 잘 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박카스를 들고 찾아가 일을 거들며 배워 박카스맨이란 별명까지 얻은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가장 싱싱한 야채와 과일을 떼어 고객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매일 새벽 1시에 시장에 나간다. 좋은 상품만으로는 까다로운 주부들을 공략하는 데 2%가 모자란다는 것을 인식하고 간판을 ‘자연의 모든 것’에서 ‘총각네 야채가게’로 바꿨다. 친밀감을 유발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맛없는 과일은 애프터서비스를 해 준다. 우수직원은 해외연수를 보내는 파격도 택했다.
셋째 ‘본(本)죽’의 김철호 사장. 한국 고유음식인 ‘죽’의 세계화를 꿈꾸며 최근 윌셔가에 미주 1호점을 오픈했다. 창업 4년도 안되어 550여개 가맹점을 오픈, 프랜차이즈 성공신화로 떠오른 그는 IMF로 사업체를 날린 뒤 길거리에서 호떡장사를 하면서도 날마다 정장을 입었다. 그 후 대학로 후미진 골목에 모두가 말리는 ‘죽카페’를 창업, ‘환자 대용식’으로 인식됐던 죽을 고급화시켜 ‘웰빙 별미’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또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먹어도 한끼 식사가 되도록 양을 푸짐하게 했다. 매장 인테리어도 산뜻하고 고급스럽게 해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뿐만 아니라 열 몇가지 메뉴로 죽을 다양화했으며, 사전 준비한 것이 아닌 매장에서 즉시 만들어내는 죽으로 정성을 담았다.
바야흐로 타운에도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상품으로 승부하는 업소들이 차츰 늘고 있다.
마일리지 카드제를 도입하는 것은 흔한 일이고 인테리어를 개성 있게 꾸미는 것은 물론 무제한 메뉴, 콤보 메뉴 등을 선보이는 등 변신을 위해 몸부림치는 식당들이 속속 등장한다. 고객에게 미터 주차용 동전을 제공하는 세탁소나 손으로 직접 쓴 감사 카드로 휴먼터치를 가미하는 화장품 업소도 있다. 일부에서는 품질을 자신하니 일단 써보고 좋으면 사라는 식의 체험 마케팅을 실시,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단체여행을 가기도 한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이같은 변화 바람은 반가운 현상이다.
자목련, 돌배꽃 등이 화려한 꽃을 피워 물고 봄을 재촉하는 2월이다.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로 끝나는 이성부 시인의 ‘봄’을 읽어보는 계절. 혹독한 겨울을 지나는 많은 한인 업주들이 끊임없는 아이디어 개발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노력으로 비즈니스의 봄을 맞는 날을 꿈꾸어 본다.
김장섭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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