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주식 옵션을 받고, 사무실에서 무료로 카푸치노를 마실 수 있고, 금요일마다 분위기 좋은 파티를 열어주고, 회사 안에서 아주 싸게 이발도 할 수 있고, 회사 안에서 괜찮은 점심식사를 아주 싸게 먹을 수 있고, 공부를 더 한다면 등록금에 제한 없이 회사에서 대납해주고, 직원들의 아이들을 잘 돌봐주는 탁아소가 회사건물 옆에 있고, 5일에 한 번씩 재택근무를 할 수 있어 컴퓨터로 별 문제없이 직장동료들과 일을 연결할 수 있고, 지역사회봉사를 한다면 직장에서 시간을 주고…
포춘지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가장 좋은 직장 100 군데”에 뽑힌 회사들에서 직원들에게 베풀어주는 혜택들을 한번 나열해 본 것이다. 물론 공짜 음료를 주는 곳은 연구소 중심의 직장들이고, 다른 혜택들도 각기 그 직장에 적합하기에 직원복지에 포함된 것이라 본다. 한국 마켓 같은 직장에서 비싼 드링크를 무료로 제한 없이 주려했다가는 비즈니스 영업이익 상당부분이 이걸로 사라질 수도 있겠다.
그런데 한번 자세히 직원복지 프로그램을 살펴보신 분들은 느끼는 게 있다. 좋은 직장이란 곳은 꼭 무료 카푸치노가 서브되는 곳이라서 그런 게 아니고 거기에 무엇이 있는 것이다. 카푸치노 대신 적당한 커피이면 어떤가. 무엇을 마시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직원들이 그 커피를 마시는 시간과 장소에서의 분위기가 핵심인 것이다. 직원들 마음이 불편하게 만들어 놓는 직장에서 카푸치노 아니라 샴페인을 무료로 서브한들 그게 얼마나 즐겁겠는가.
좋은 직장이란 직원들의 인생에 관심을 갖고, 답답한 나날이 아니라 괜찮은 나날이 되도록 애써주는 곳인 것이다. 그 직장이 속한 인더스트리 생태에 적합한 분위기를 만들도록 애쓰고, 그 안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하겠다. 물론 그 이유는 행복한 직원들이 일하는 곳이라야 투자자들이 행복해할 영업이익 실현이 장기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딜로이트 컨설팅 회사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행복한 직원들이 일하는 회사들의 투자 수익률이 동종 비즈니스 전체 평균보다 지난 수 년 동안 거의 매년 50퍼센트가 높았다.
좋은 보스는 어떤 사람인가. 일하기 좋은 직장들의 최고경영자들 소개가 나온 것을 보면, 좋은 보스는 관료적이지 않았다. 직원들이 언제 복도에서 최고경영자를 만나도 애로사항을 얘기할 마음이 쉽게 나도록 분위기를 만든 인간적인 경영자는 첫째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독선적이고 오만한 보스는 우선 직원들에게 “한번 일해보고 싶은 직장”에 대한 꿈을 깨어버린다. 그런 분위기에서는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비즈니스가 되질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직원들은 어떤 이들인가. 유지 이지리란 유명한 미국회계학의 거장이 있다. 그가 35년 (지루해 보일) 회계 커리어에 대해서 한 말이 있다. “무척 즐거웠던 커리어였다. 한 번도 회계학 연구와 강의가 피곤한 적이 없었다.” 좋은 직원이 되려면, 보수와 혜택에 대한 관심만큼 자기의 일에 대한 정열이 있어야한다.
비즈니스에 필요한 대부자금을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고객이 있을 때, 담당 은행직원은 그걸 항상 생각하고 있어야 여신심사가 제때 잘 이루어질 수 있다. 여신심사도 차가운 숫자만의 놀음이 아니다. 담당 직원이 고객의 비즈니스에 대한 진정한 관심을 갖고 있어야 심사를 맡은 사람도 열심히 분석하게 되고 대출도 빠르게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다. 포춘의 발표가 직장, 보스, 직원, 모두에게 가르치는 바가 많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