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해볼 기회를 주세요
내적 욕망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은 삶이 숨기고 있는 또 하나의 잔혹한 비밀일 수 있다. 언어 표현력이 충분히 발달한 어른의 경우도 그러한데 하물며 표현할 수 있는 단어 구사력이 머리회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어린 시절은 더 그렇다. 인간에 대한 근본적 애정이 있는 부모라고 해도 한살 남짓한 아이와 하루 종일 지내다 보면 몇 번이고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소리도 지르게 되고 한숨도 나오게 된다. 아이의 욕구와 부모의 ‘마음 읽기’가 코드가 안 맞아 충돌하고 부딪히기 때문이다. 표현력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은 아이와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먹고싶고 하고싶은것 많지만
뜻대로 안돼 속상하는 시기
실패하면서 배울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공간 배려해줘야
16개월된 테드는 실망이다. 정말 실망스럽다. 테드는 요구르트가 먹고 싶어 냉장고를 가리켰는데 엄마는 주스 박스를 꺼내준다. 짜증이 난 테드는 주스 박스를 냅다 엄마를 향해 내던지면서 두 다리를 뻗고 울어 재치기 시작한다. 엄마는 “말을 해야 알 것 아니냐”라며 ‘왕짜증’으로 되받는다.
사실 테드가 “주스 마시고 싶어요. 엄마, 냉장고에서 좀 꺼내주시겠어요”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둘 사이의 문제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테드는 이제 1년4개월. 먹고 싶고, 하고 싶고, 보고 싶은 것은 많아도 이를 섬세하게 언어로 풀어낼 능력이 안 되는 연령이다.
엄마는 행간 읽어 내기에는 고수이다. 테드의 눈빛과 손끝만 봐도 자신의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단박 알아차리니까. 그러나 엄마는 엄마 자신이다. 테드가 엄마의 ‘제2의 심장’이라고는 하지만 엄마는 테드가 아니니까 긴 하루를 같이 보내다 보면 서로 힘든 부분이 있다.
엄마가 힘들면 아이는 그 배나 힘들다. 이에 대해 탈라하시의 어린이 정책그룹인 ‘어린이 포럼’(Children’s Forum)국장 브리트니 버큰 박사는 “유아(toddlers)들의 사고과정은 커뮤니케이션 스킬, 즉 의사소통 능력을 훨씬 앞지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유아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지만 그 필요와 욕구를 표현할 단어를 내장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표현할 어휘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것은 자아 중심적인 욕구가 ‘산을 옮기고 싶을 만큼’ 강하다는 것이다. 부엌 카운터 높이보다 키가 작은 데도 그 위에 놓인 것을 보고 싶어하고 육체적으로 또 활동력이 모자라는 데도 외투를 혼자 입으려고 하고 계단을 혼자 내려가려고도 하니 아이 스스로도 실망스러울 수밖에.
‘아이의 짜증 다루기’(The Every-thing Parent’s Guide to Tantrums)의 저자 조니 레빈은 “이 연령의 아이들은 문제해결에 미숙하다”고 지적하며 “그 방법이 통하지 않는데도, 그리고 실패를 하더라도 계속 같은 방법을 반복해서 시도하곤 한다”며 새로운 전략을 거부하며 새로운 시도에 어려움을 보이는 특이한 연령대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패하면서 배우도록 놔둔다.
인간은 장애물이 있을 때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게 된다. 버큰 박사는 “유아들은 자신의 능력을 테스트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부모들은 대신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신고 벗기 편한 찍찍이(Velcro)가 달린 신발을 사 준다던가 혹은 아이 손이 닿을 수 있는 낮은 선반을 마련해 주는 식이다.
그는 또 아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실패해서 스스로 실망하더라도 즉각 그 일에 뛰어들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 둥근 공간에 네모난 퍼즐이 맞을 리가 없지만 아이 스스로 실패와 성공을 맛보도록 기회를 주라는 것이다. 아이가 계속 둥근 공간에 네모난 퍼즐을 넣으려고 안간힘을 써 본 다음 좌절하고 화내고 짜증내면 그때 부모가 끼여들어 도와줘도 늦지 않다는 것.
■달래준다.
“적당한 실패와 좌절, 실망은 괜찮겠지만 아이가 완전히 녹아 내릴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유아 전문가들은 말한다. 예를 들면 아이 스스로 옷을 입으려고 시도 하다가 셔츠 목 부분을 찾지 못해 공포감에 빠져 울어 재낀다면 얼른 달려가서 아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가만히 안아주는 것이 순서이다.
그리고 아이가 울음을 그쳤으면 또 다른 에너지 발산을 위해 다른 방으로 데려가 주위를 환기시키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나 장난감으로 관심사를 돌리는 것이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아이 짜증 달래기 요령이다. 또 아이들은 배가 고프거나 피곤하면 짜증이 돋기 쉬우므로 하루 3번의 식사와 2번의 간식을 챙기고 피곤해 보이면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가서 낮잠을 재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짜증 달래기’ 하지 말 일과 해야할 일
◆냉장고에서 스낵을 원할 경우
”뭐 먹고 싶어?”라고 묻지 말라.
직접 물건을 보여주면서 “치즈 스틱 먹고 싶어? 아니면 요구르트 먹고 싶니?”라고 물어 본다.
◆퍼즐을 못 맞출 때
퍼즐을 아이에게서 빼앗아 퍼즐을 부모가 직접 맞추지 말라.
부드럽게 아이의 손을 잡고 “이것을 함께 맞는 장소에 넣어보자”라고 말한다.
◆크리스탈 화병을 아이 손 닿는 곳에 놓을 때
”안 돼. 만지지마”라고 줄기차게 말하지 말자.
화병을 높은 곳으로 옮기던지 아니면 아예 아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둔다.
◆처음으로 말을 하려고 할 때
”goggie가 뭐야?”라고 아이의 틀린 발음을 되묻지 않는다.
“그래, 그거 doggie야”라며 아이의 발음을 정정해서 되돌려 말해주면서 용기를 준다.
◆자꾸 스스로 외투를 입으려고 시도할 때
늦게 입는다고 화내면서 “빨리 좀 입어”라며 소리 지르지 말라.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노력할 기회를 준다. 좀 더 자라서 혼자 입게 되었을 때는 도와준다.
이런 경우는 아이가 짜증내도 부모 잘못
◆기대가 너무 높을 때: 신장 개업한 멋진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러나 테이블에 앉기 위해 아이에게 조용히 장시간 기다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부적당한 장난감을 줄 때: 작은 조각으로 맞춰진 장난감을 유아에게 주고는 끊임없이 “집어 던지지도 말고 입에 넣지도 말라”고 잔소리하는 부모는 어리석다.
◆비교할 때: 옆집 아이가 20개월에 3단어의 문장을 말했다고 해서 우리 아이도 그럴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 아이의 발달과정은 개인마다 다르다.
<정석창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